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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창녕 잇따른 아동학대, 그 실태와 해결책 집중점검

아동 잔혹극 77%는 친부모 짓…강력한 처벌 시급하다!

취재/정윤아·천민아(뉴시스 기자) l 기사입력 202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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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9살 남자 아이가 가방 안에 갇혀 죽어갔고, 동갑내기 여자 아이는 쇠사슬에 묶이고 달궈진 프라이팬에 손을 올려야 했다. 끔찍한 사건이 줄을 잇자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가해자의 엄벌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국민청원도 잇따르고 있다.

 

국가 차원의 대책, 부모들의 인식 전환, 사회적 경각심 등을 아무리 외쳐도 아이들을 상상조차 힘든 고통 속에서 울부짖고 죽어가게 한 어른들은 잊을 만하면 나타나 우리를 충격과 슬픔, 그리고 분노 속에 빠뜨린다. 아동학대 악순환이 이어지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아동 피해의 실태와 해결책을 점검하고, 두 살배기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어머니에게 살인 혐의 유죄 판결을 내린 한 재판부의 메시지를 통해 아동인권의 의미를 집중점검 했다.

 


 

천안 9세 소년 ‘의붓엄마 체벌’로 여행용 가방 갇혀 있다 사망
창녕 9세 소녀 멍투성이 구출 “아빠가 프라이팬에 손 지졌어요”
복지부 2018년 통계 보면 아동학대 가해자 77% 친아빠·친엄마

 

‘내 아이 내 맘대로’ 잘못된 교육관…각박한 삶 분노 아이에게 풀어
‘생활고’ 동반자살 시도로 아들 죽어…재판부, 그 엄마에 ‘징역 4년’
교육부, 취학연령 아동 전수조사…법무부, ‘친권자 징계’ 개정 추진

 

‘가로 44cm, 세로 60cm 여행용 가방.’
충남 천안에서 계모의 지시로 9세 남자아이가 7시간 가까이 갇혀 있다가 의식을 잃고 사망한 공간이다.


최근 천안과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으로 전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아동학대의 원인과 대안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충남 천안에 살던 9세 소년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의식불명 상태에 빠트린 혐의로 긴급체포 된 40대 계모가 6월3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지원 천안지원으로 향하는 모습.   <뉴시스>

 

끔찍한 아동학대 언제까지?


6월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9세 아이는 어린이날인 5월5일 이미 이마가 찢어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의료진은 멍자국을 발견하고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하지만 천안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계모와 아이를 분리시키지 않고 가정방문 상담을 진행했고 ‘분리 불필요’ 결정을 내렸다. 지난 5월 조사에서 친부와 계모는 “지난해 10월부터 5차례 때렸다”고 진술했지만 아이가 같은 곳에 산 것이다.


결국 이 아이는 한 달 뒤 끔찍한 과정을 거쳐 세상을 떠났다. 40대 계모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체벌 의미로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5월29일 경남 창녕. 한 시민이 머리 정수리가 찢어지고 온몸에 멍이 든 9세 여자아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아이는 굶주린 상태로 계부에 의해 달궈진 프라이팬에 손을 올려 지문이 지져졌고, 집에서는 쇠사슬에 묶인 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 경남 창녕 아동학대 사건의 계부가 6월15일 오전 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에 들어서는 모습. <뉴시스> 


앞서 올해 1월에는 경기도 여주에서 언어장애가 있는 9세 의붓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30대 계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계모는 영하의 날씨임에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의붓아들을 찬물이 담긴 어린이용 욕조에 장시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과거에도 학대해 3년간 격리했고, 가정으로 돌아간 뒤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여주시청 보육아동팀이 감시했으나 참사를 막지 못했다.

 

▲ 경남 창녕 아동학대 사건 피해 소녀가 탈출 경로로 이용한 빌라의 4층 테라스 난간. <사진출처=JTBC> 


또 지난해 9월 인천에서는 손발이 묶인 5살 아동이 계부에게 20시간 넘게 폭행을 당하다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영화로도 만들어진 2013년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계모가 8세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 밖에도 2016년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청주 아동학대 암매장 사건, 2014년 울산 입양 아동 학대 사망사건 등 잊을 만하면 아동학대 사건이 등장해 보는 이들의 슬픔과 공분을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는 2013년 울산 아동학대 사망사건 등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2014년 1월28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으로 관련 법과 제도가 강화되면서 증가했다.


보건복지부가 아동학대 현황을 집계한 결과 2001년부터 2018년까지 학대로 세상을 떠난 아동은 279명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 등이다.


실제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건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예전에는 수사기관에서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전달되지 않아 누락됐을 수 있고, 의료기관에서도 사인을 학대로 판명하고도 이를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사례도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가해자의 77%가 친부·친모고, 발생 장소의 79%가 집이었다. 또 경찰 조사를 받은 아이들의 82%가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아동복지법 4조의 원가정 보호 원칙에 따라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해서 보호할 경우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아동학대의 원인이 ‘내 아이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잘못된 교육관이라고 본다. 또 시스템이 있어도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이들을 학대에서 구출할 적극적인 의지가 사회 전반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국 내 아이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소위 잘못된 교육관과 전통적 교육관의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며 “아울러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삶이 각박해지고, 그 분노가 약자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부모 개인적인 성격 결함도 있을 수 있지만 사회구조적으로 보면 분노사회, 피로사회의 맥락에서 가장 약한 자인 자녀에게 그 분노를 푸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대표는 “아동학대는 부모가 아동을 개별적 존재가 아닌 함부로 해도 되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부모가 자식에 대한 체벌은 자신의 일이라고 보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훈육이나 체벌을 넘어 감정을 실어 폭행하는 게 학대인데 학대를 하고도 체벌이라고 둘러대고 있다”고 했다.

 

영아살해 후 극단적 선택


A(40)씨의 고통은 2년 전 시작됐다. 전날 밤 아이 문제로 아내와 다투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그는 새벽 4시50분 눈을 떴다. 이상하게 뭔가 타는 듯한 냄새가 났다. 닫힌 안방 문을 강제로 열어젖힌 A씨의 눈 앞에 ‘지옥도’가 펼쳐졌다.


시커멓게 그을린 방 안. 두 살배기 아들은 천장을 바라보고 미동도 없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공포와 고통 속에서 엄마와 아빠를 찾아 헤맨 것인지 발바닥은 새까매져 있었다. 아내 B씨는 침대에서 정신을 잃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구석에는 번개탄이 놓여 있었다. ‘영아살해’였다.


지난 2018년 12월16일 생활고와 가정불화, 우울증을 견디다 못해 아이를 숨지게 하고 스스로도 목숨을 끊으려 했던 아내의 잘못된 선택으로 A씨 집안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손주를 너무나도 예뻐 했던 장인은 아기의 죽음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지도 못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술했다. 그와 장모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아이의 흔적이 곳곳에 남은 집을 떠나 1층으로 이사했다. 혹시 기억을 되찾은 아내 B씨가 뛰어내릴까봐 우려돼서였다.


A씨는 ‘어쩌면 사망진단서에 서명하기 직전 기적적으로 눈을 뜬 아내가 더 행복할지 모른다’고 회상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화장실 가는 길도 못 찾는 ‘천치’가 된 B씨는 자신이 저지른 참담한 사건을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A씨의 아내는 생활고 등으로 고통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집안은 지난 2017년 두 번에 걸쳐 A씨 사업이 부도가 나 빚더미에 앉게 됐다. A씨는 공장에 나가면서 월 275만 원을 벌었지만 차 할부금과 월세, 대출 등으로 233만 원을 지출하고 나면 손에 남는 건 거의 없었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경제적 어려움으로 부부는 거의 매일같이 부부싸움을 했다. B씨는 임신 후 4개월 무렵부터 우울증을 앓았지만 제대로 된 치료는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의 분노 “용서 못 할 범죄”


6월15일 법원에 따르면 울산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박주영)는 지난 5월29일 B씨에게 살인 유죄를 인정,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판결을 “아무리 힘든 상황을 겪고 있었어도 죄질이 좋지 않다”는 식의 판에 박힌, ‘매뉴얼 같은’ 양형 이유만을 전하고 판결을 끝내지 않았다.


판결문에서 이례적으로 ‘마치며’라는 순서를 마련, 잇단 아동학대 사건이 터져나오고 있는 우리 사회가 가슴에 새겨야 할 깊은 울림의 메시지를 약 6페이지에 걸쳐 남겼다. 박 부장판사는 저서 <어떤 양형 이유>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마치며‘의 첫 번째 주제는 ‘아동은 특별히 보호돼야 한다’였다. 여기서 재판부는 “성별과 국적, 피부색을 떠나 모든 인간이 천부의 인권을 갖듯, 나이 어린 인간도 인간으로서의 고유한 권리를 갖는다”며 “생장하는 상당 기간 동안 특별한 보호 없이는 스스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어린 인간을 대상으로 한 그 어떤 범죄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그 다음 주제의 제목은 가슴을 더욱 세게 때린다. ‘살해 후 자살은 극단적 형태의 아동학대다.’


재판부는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이런 범죄는 동반자살이라는 명목으로 미화되거나 윤색될 수 없다는 점을 가장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동반자살이라는 워딩에 숨겨진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온정주의적 시각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살해된 아이의 진술을 들을 수 없다. 동반자살은 가해 부모의 언어”라며 “아이의 언어로 말한다면 이는 피살, 법의 언어로 말한다면 이는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가해 부모의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는 시각 또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지막 다섯 번째 주제의 제목처럼 ‘우리가 안전망’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가난하고 마음이 불안한 부모를 둔 아이들이 그 부모를 의지하기는커녕 두려워해야만 하는 이 끔찍한 현실을 통렬하게 비난하는 것 말고, 이제 와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재판부는 “누군가의 심장을 뛰게 할 순 있지만 일단 뛰기 시작한 가슴은 그 누구도 멈춰 세울 수 없다”면서 최후의 메시지를 던졌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전문성 있는 인력을 뽑아 기관을 만들어도 위기에 빠진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보호 의지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타인에 대한 연민 외에는 이처럼 극단적인 절망과 고통에 맞설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인간애로 서로 깍지 낀 두 손만이 최후이자 최선의 안전망이다. 우리가 안전망이다.’

 

쏟아지는 대책, 그러나…


이렇듯 아동학대 사건이 줄을 잇자 정부가 관련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6월15일 정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가정에서 양육하는 만 3세와 취학 연령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또 3년간 학대신고가 접수된 아동들의 안전도 점검하기로 했다.


법무부도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민법 915조를 가정 내 처벌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아동학대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원인은 시스템 부족이 아닌 의지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들은 육체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피해 정도가 심할 수 있는데 이걸 너무 다른 폭행 피해와 대등하게 보는 게 문제”라며 “아동들은 폭행을 당하면 자신의 잘못으로 아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복종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선진국에선 아동수당을 가정에 지급하는 대신 보호 의무도 확실하게 확인하는데 이는 국가가 가정에 ‘만약 아이를 학대할 경우 당신을 처벌하고 아이를 빼앗아가겠다’는 강한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며 “우리도 저출산 해결을 위해 아동수당을 주는 개념이 아닌 가정이 양육하는 대신 보호의무를 지켜야한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스트리아의 경우는 아이들이 보는 시간대에 텔레비전에 갑자기 한 아주머니가 나와서 ‘혹시 맞았다면 이 번호로 전화하렴’ 이런 식으로 광고를 한다”며 “아이들이 신고할 경우 찾아가서 철저하게 조사한다. 우리나라처럼 아동학대를 신고했는데 돌려보내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아동학대를 범죄로 보지 않다 보니 복지서비스로 관리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아동학대 사건은 범죄라는 인식을 갖고 처벌을 확실히 해줘야 근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 대표는 “아동학대에 대한 시스템과 대책은 있으나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창녕 사건의 경우도 이미 학대위기 가정으로 분류가 돼있음에도 기관이 개입을 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 시스템은 있지만 현장에서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 대표는 “시스템도 보완해야 할 점이 있겠지만 경찰과 현장 상담원들이 메뉴얼대로만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결국 의지와 전문성의 문제 아니겠느냐”고 했다.


윤혜미 중앙아동보호기관 원장은 “아동학대는 신고가 중요하니 신고의무자와 국민들이 정말 내 일처럼 생각하고 신고 많이 해달라”며 “또 체벌은 훈육이 절대 아니다. 아동 훈육의 바람직한 방법에 관한 캠페인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펼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현재 아동학대 방지 시스템이 있지만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인력이 더 필요하다”며 “현재 선진국은 아동전문기관 관계자 한 명이 20건을 진행하는데 우리나라는 한 명당 64건을 처리한다. 아동학대 사건은 종료된 이후 지역사회 모니터링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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