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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때 병원보다 인터넷 찾는 사람을 위한 의사 사용 설명서

“아플 땐 인터넷 그만 찾고 의사와 친해져라”

김혜연 기자 l 기사입력 202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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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꼭 가야 하는 곳인데 유독 끝까지 가지 않고 버티는 곳이 있다. 바로 병원이다. “검사받을 때 너무 아팠어요”, “의사가 못 알아듣는 말만 하고 괜히 검사비 더 받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괜히 큰 병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어떡해요” 등 다양한 이유로 가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보고 별것 아니라는 검색 결과가 나오면 ‘난 괜찮아’라며 또 병원 가기를 미룬다.

 

소화기내과 전문의 황세원이 이렇듯 오염된 가짜 의학 정보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을 위해 책을 펴냈다. <아플 때 병원보다 인터넷을 찾는 당신을 위한 의사사용 설명서>(라온북)라는 제목의 책을 선보인 것. 병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면,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황세원 의사의 병원 진료 가이드에 주목하라!

 


 

검색 맹신하면 치료 시기 놓치고 큰 문제 아닌데 사서 걱정
우리 건강보험은 세계 최고…불편하다면 의사에게 직접 문의


진료 핵심은 환자가 병원 간 이유 파악 후 검사·치료 하는 것
진료 똑똑히 받으려면 질문지 적고, 평소 먹는 약은 알아둬야

 

▲ 황세원 의사는 인터넷 검색을 한 후 ‘난 괜찮아’라며 병원 가기를 미루는 사람들에게 “의료 정보는 맛집 정보가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사진은 한 병원의 대기실 모습. <뉴시스> 

 

내과 의사 황세원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모교 병원의 수련과정을 거쳐 내과 전문의가 되었다. 이후 서울성모병원에서 소화기내과 전임강사를 하고 소화기내과 분과 전문의가 되었다. 어릴 적부터 비만, 다이어트에도 관심이 많아 대한비만학회 비만전문인정의 자격증도 갖고 있다.


최근에는 비만과 간암 발생 위험도 간의 연관성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집 근처 병원에서 봉직의로 일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알기 쉽게 설명 잘 해주는 의사


“나는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모교 대학병원 소화기 내과 ‘간’분과에서 임상강사로 근무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진료하는 환자의 대부분이 간암 환자와 바이러스 간염 환자였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나와 그보다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하니 외래 환자 중 ‘간질환’ 환자는 10명 중 1명도 안 되었다. 내가 가장 관심 있었고 깊이 배웠던 간질환뿐만 아니라 내과 전반적인 질환에 대해 진료를 하게 되었다.”


황세원 의사는 그러다 보니 본인이 현재 상황에서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환자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황세원 의사는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전공의 시절부터 환자에게 설명을 잘 해주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면서 “예전부터 환자가 나의 설명을 듣고 나서 눈을 반짝이며 고맙다고 할 때면 그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환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을 잘 해주는 의사’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진료실에 들어오는 환자들에게 공을 들여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뻔해 보이는 의학 지식조차도 의사인 나의 입으로 환자의 상황에 맞게 설명해주면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때로는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한 번에 많은 것을 다 설명을 하기에는 시간이라는 장애물이 있기에 항상 갈증이 있었다.”


이 즈음 황세원 의사는 “책을 통해 이러한 갈증을 일부 해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어떠한 내용을 책으로 풀어나갈지 고민을 하다가, 최근 2~3년 동안 다양한 환자들을 보면서 가장 흔하게 듣는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 보았다”고 소개했다.


“내가 내과 의사이다 보니, 내과적 만성질환을 주로 진료했고 그와 더불어 건강검진(국가건강검진, 채용검진, 개인적으로 받는 종합건강검진 등) 결과를 설명할 일이 많았다. 그래서 이와 관련해서 많이 받는 질문부터 이야기해보고 싶었고, 본인이 진료를 하면서 느낀 점들, 환자들과 공유하고픈 경험도 책속에 녹여내기로 마음먹었다.”


황세원 의사는 ‘프롤로그’에서 “본인이나 가족이 건강검진을 앞둔 사람, 건강검진 결과지를 보고 이해가 잘 안 되는 사람, 병원 진료가 꺼려지는 사람, 기본적인 의학지식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 등을 위해 진료 가이드를 하고 싶었다”면서도 “그러나 비법이나 엄청난 새로운 내용은 없다. 극적인 제목과 내용의 의학 관련 글들이 넘치는 요즘 세상에 기본에 충실한 책을 쓰고 싶었다”고 쓰고 있다.


진료실에서 만나 한 명한 명에게 맞춰서 나누는 ‘대화’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책을 쓰다 보니 집필 과정에서 생각보다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고. 정확하게 쓰려고 하니 독자들에게 어렵고 불필요한 내용이 들어가게 되고 쉽게 풀어서 쓰자니 의사로서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의료 정보는 맛집 정보가 아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다. 왠지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고, 괜히 더 피곤한 것 같기도 하고, 머리도 멍하다. 몸 여기저기에 두드러기도 났다. 무섭다. 급하게 인터넷에 ‘여기가 이상해요. 저기에 뭐가 났어요’라고 검색한다. 평소 의학적인 지식을 잘 알려주는 것 같은 사람들이 별것 아니라고 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오늘도 병원에 안 가도 돼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평소 어디 몸이 안 좋을 때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나오는 여러 지식을 맹신하다 보면 병원에 가야 할 때 가지 못하고, 때로는 큰 문제가 아닌데 엄청난 걱정에 휘말리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황세원 의사는 병원이 괜히 멀게 느껴지는 사람들을 위해 병원과 의사를 똑똑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그는 인터넷 검색을 한 후 ‘난 괜찮아’라며 또 병원 가기를 미루는 사람들에게 “의료 정보는 맛집 정보가 아니다”고 경고한다.


“15년 전만 해도 블로그, 카페 등에 소개된 ‘맛집’ 중에는 진짜 맛있거나 특이한 집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동 맛집이라고 검색하면 ××동에 있는 웬만한 음식점은 거의 다 나온다. 이제는 정말 맛있는 집보다는 블로거들을 통해 홍보를 열심히 한 음식점이 더 많이 검색된다. 그러다 보니 진짜 맛있는 음식점을 인터넷 검색으로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수많은 정보들을 세심하게 살펴서 고르고 또 고르거나 지인들에게 직접 괜찮은 집을 추천받기도 한다. 의학 정보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황세원 의사는 “인터넷에서 질환이나 중상에 대해 검색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믿을 만한 알짜 정보는 많지 않다”면서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실제로는 별다른 내용이 없는데도 제목을 자극적으로 붙이는 경우도 많고 틀리거나 부정확한 정보도 많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건강식품, 약제, 치료법 등에 대해 언급할 때는 장단점을 모두 다 알려줘야 하는데도 한쪽 면만 크게 부각시켜 환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의학 정보와 맛집 정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의학 정보는 ‘의사’라는 검증된 전문가에게 직접 진료를 보고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진료를 받은 의사에게 신뢰가 잘 안 간다면 다른 ‘의사’를 또 찾아가면 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진료를 보기도 전에 인터넷에서 미리 찾아보고 지레 심각한 질환으로 의심하면서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병원을 찾아오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진료를 보고 난 후에도 담당했던 의사의 말보다는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더 맹신하기도 하는데, 이는 정말 주의해야 할 태도다. 잘못된 의학 정보는 매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짜 의학정보에 속지 마라
아울러 그는 사람들이 인터넷 검색 정보에 얼마나 과도하게 의존하는지,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얼마나 무분별하게 떠도는지 알 수 있었던 사례도 소개하면서 “당시 이 사례를 보고 꽤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한 네티즌이 입술에 헤르페스가 처음 생겨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았다. 그런데 처방 일수에 비해 한 번에 먹는 약의 개수가 너무 많다며 의사의 처방이 잘못된 것 아니내는 글을 한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그런데 이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본 후 황세원 의사는 “정말 당황스러웠다”면서 “가짜 의학 정보에 속지 말라”고 경고한다.


“맨 처음 달린 댓글의 내용은 이러했다. 한 번에 1알씩 2회를 먹는 것이 맞는 용법(하루에 총 2일)인데 그 의사가 잘못 처방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밑에도 이에 동조하는 글이 넘쳐났고, 질문을 올린 사람은 하마터면 잘못된 용량을 먹을 뻔했다며 고맙다는 내용의 댓글까지 달아놓은 상태였다. 전문가인 ‘의사’는 없었고 비전문가들끼리 ‘자신의 경험 또는 주워들은 정보를 근거로 말하고 있었다.

 

해당 네티즌이 질문한 약은 입술 헤르페스 치료를 할 때 쓰는 항바이러스 제의 일종인 밸라사이클로비르(Valacyekowir) 성분의 약제였다. 이 약을 입술 헤르페스에 처방할 때는 대개 1회 2g씩 총 2회를 복용하고 끝내는 1일 요법을 쓴다. 1알이 500mg이니 한 번에 4알씩 총 2회, 그러니까 하루에 8알을 먹는 게 맞다.”


황세원 의사는 “병원은 많고 의사는 도처에 흔하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조금이라도 불편한 곳이 있다면 의사에게 직접 문의하는 것이 시간도, 정성도 절약되는 길임을 명심하라”고 귀띔한다.


아울러 그는 “매번 받는 국가건강검진을 잘 활용할 것을 권하면서, 검진 후 결과지를 보고 반드시 체크해야 할 점들에 대해서도 정리해서 조목조목 설명한다.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국가건강검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나는 꼭 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물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검사 항목의 가짓수가 적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정도 검사만이라도 하면 일부 환자들은 질병이 초기에 발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인한 증상을 느껴서 병원을 찾아갈 정도가 되려면 이미 발병 시점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후다. 하지만 국가건강검진만 잘 받아도 이러한 질환은 비교적 초기에 진단이 가능하다.”

 

▲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조금이라도 불편한 곳이 있다면 의사에게 직접 문의하는 것이 시간도, 정성도 절약되는 길이다. 사진은 건강검진 장면. <뉴시스> 

 

의사에게 자꾸 질문을 하라


환자가 병원을 찾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몸이 아파서 오기도 하고 먹던 약을 처방받으러 오기도 하며 궁금한 것이 있어서 오기도 한다. 황세원 의사는 “환자가 무슨 이유로 병원에 오든 진료의 핵심은 환자가 병원에 온 이유를 파악한 후 어떤 검사 또는 치료를 할지 결정하고 설명하는 것”이라면서 “의사에게 있어서 진료란 ‘환자가 왜 왔는지’를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 시작이 어긋나면 진료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시간 낭비가 생길 수 있다”고 짚는다.


그런 만큼 병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고, 병원을 찾은 이유를 정확히 말하며, 의사에게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병원은 한 곳을 정해서 꾸준히 다니고, 의사를 나의 조력자로 만들라고 귀띔한다.


또한 그는 진료시간이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서 병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똑똑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과 헷갈리는 의학 상식을 명쾌하게 풀어서 설명한다.

 

진료를 받을 때 의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를 알려주면서 질문지 적어가거나, 내가 무슨 약을 먹고 있는지 기억해두고, 평소 복용하는 약에 대해 알아두기 등 똑똑하게 진료 받는 팁, 위내시경에 관한 궁금증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짚어준다.


“일상생활에서 속쓰림, 명치 통증, 더부룩함, 메슥거림 등의 위장관 증상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우리나라는 국가건강검진에 위내시경 항목(만 40세 이상 성인에서, 2년마다)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위내시경을 받아본 사람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위내시경을 하고 나면 환자가 가장 흔히 듣는 이상 소견은 ‘만성 표재성 위염’일 것이다. 표재성 위염이란 만성위염의 한 가지 형태로 위 점막에만 염증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주로 내시경에서 위 표면에 불규칙한 발적, 약간의 출혈 또는 붉은 줄들이 보인다. 보통 ‘위염이 좀 있으시네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


황세원 의사는 현재 집 근처 병원에서 봉직의로 일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진료실에서 설명을 열심히 하다 보니 때로는 지치고 목도 아프지만, 환자로부터 속이 시원하다며 고맙다는 말을 듣는 순간 다시 힘이 샘솟는다. 내가 쓴 책을 통해 진료실에서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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