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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그룹 SPC 부당내부거래 제재 막후

공정위 "오너가 2세 띄우려 414억 부당이익"…허영인 회장 고발, 과징금 647억 때려

송경 기자 l 기사입력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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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 기업 SPC그룹이 총수의 2세에게 경영권을 승계할 목적으로 계열사인 SPC삼립을 밀어주다 ‘덜미’가 잡혔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이른바 ‘통행세’를 부당 지원한 SPC그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강도 높은 제재를 결정했다.

 

과징금 총 647억 원을 부과하고, 총수·그룹 총괄 사장·파리크라상(지주사) 대표이사와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당국이 장기간 부당 내부거래를 이어온 SPC그룹에 과징금 647억 원을 부과하고 허영인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부당거래 제재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중견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 ‘통행세’ 끼워 빵값 올린 SPC삼립에 강도 높은 제재

허희수·허진수 경영권 승계 지원…부당거래 알고도 은폐·조작

SPC "삼립은 총수 일가 지분 적어 승계 수단 될 수 없다" 반박

 

▲ 제빵 기업 SPC그룹이 총수의 2세에게 경영권을 승계할 목적으로 계열사인 SPC삼립을 밀어주다 ‘덜미’가 잡혔다. 사진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  

 

공정위는 SPC그룹 계열사들이 SPC삼립(삼립)을 장기간 부당지원한 행위에 시정명령·과징금을 부과하고 허영인 회장·경영진·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7월29일 밝혔다.


SPC그룹은 자산 총액 4조3000억 원(2019년 12월 기준)인 중견기업으로 파리크라상·비알코리아·SPC삼립 등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허영인 회장 등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파리크라상이 사실상 지주회사격으로 다른 계열사를 모두 지배하는 구조다.

 

그룹 차원의 삼립 띄워주기


공정위는 SPC그룹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허영인 회장과 소수 경영진이 주도적으로 불공정 거래행위를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허진수·허희수 부사장이 보유한 삼립 주식 가치를 높인 후 파리크라상에 현물출자·주식교환 하는 방식으로 두 사람의 파리크라상 지배력을 높여 그룹 전체 지배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삼립은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로 지난 2018년 기준 허진수 부사장이 11.7%, 허희수 전 부사장이 11.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통행세거래 ▲판매망 저가양도·상표권 무상제공 ▲밀다원주식 저가양도 등을 지적했다.


핵심은 그룹 내 통행세거래 구조를 통한 삼립의 주식가치 제고다. 공정위는 파리크라상·에스피엘·비알코리아 등 SPC 3개 제빵 계열사가 의도적으로 삼립을 통해 밀다원·에그팜 등 8개 계열사의 원재료·제품을 구매했다고 판단했다.


거래 과정에서 삼립은 중간 유통업체로서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약 4895억 원 규모의 원재료·완제품 등을 판매했다. 제빵 계열사들은 그룹 차원의 지시에 따라 연 평균 210개 제품에 9% 마진을 삼립에 제공하며 총 381억 원을 지급했다.


또한 SPC 계열사 ‘샤니’는 지난 2011년 삼립에 상표권을 무상사용하도록 하고 판매망 등을 정상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양도해 이를 통합했다.


당시 양산빵 점유율 1위었던 샤니가 의도적으로 삼립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통합해 가치를 높여줬다는 지적이다. 거래 이후 삼립은 양산빵 시장 점유율 73%를 확보하며 주가가 상승한 반면 샤니는 삼립의 제조공장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치게 됐다.


또한 지난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자회사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저가로 양도해 총 20억 원을 지원했다. 양도를 통해 삼립은 밀다원 주식을 100% 보유해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제외됐다. 밀다원 주식 매각으로 인한 파리크라상·샤니의 손실은 약 113억 원에 이른다.

 

허영인 회장이 은폐·조작 주도


공정위에 따르면 SPC그룹 계열사들이 지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7년간 삼립에 제공한 이익규모는 총 414억 원에 달한다는 것. 이 기간 동안 삼립의 주가는 2011년 초반 10000원대에서 지난 2015년 8월 411500원까지 상승했다.


공정위는 SPC그룹이 이러한 부당지원 행위를 인식했음에도 의도적으로 은폐·조작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그룹 총수인 허영인 회장은 그룹 주요회의체인 주간경영회의, 주요 계열사 경영회의 등에 참석해 직접 의사결정을 했다.


실제로 허영인 회장은 주간경영회의를 통해 ▲통행세 발각을 피하기 위해 삼립의 표면적 역할을 만들 것 ▲삼립이 계열사·비계열사에 판매하는 밀가루 단가 비교가 어렵도록 내·외부 판매제품을 의도적으로 차별할 것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같은 결정사항은 조상호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 등 소수인원이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면서 일관되게 집행됐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SPC그룹에 총 64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부당지원 행위 제재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또한 법인 파리크라상·에스피엘·비알코리아와 허영인 회장, 조상호 사장, 황재복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번 조치는 중견기업집단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무형자산 양도 및 사용거래에 대한 최초 제재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SPC 측은 "총수 일가 사익편취 목적의 경우 개인 지분이 높은 비상장 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SPC삼립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고 다수의 소액 주주가 존재하는 상장회사로 승계수단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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