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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같은 여행지 2곳

보석 같은 경치 즐기러…‘夜한 밤마실’ 떠나보자

정리/김수정 기자 l 기사입력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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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름이다. 전국이 찜통더위에 시달리는 한여름에는 불쾌지수가 치솟고, 해가 져도 무더위가 가시지 않는 열대야가 몰려온다. 올여름에는 코로나19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 삼복더위에도 반드시 마스크를 낀 채 외출하게 생겼다. 여기에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까지 나와 있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한낮에 외출할 생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혀오는가? 덥고 습한 열대야로 잠 못 들고 뒤척거리는가? 그렇지만 여름은 밤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한낮의 폭염을 피해 늦은 밤 외출과 여행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한국관광공사에서는 7월의 테마로 ‘한여름 밤 야경이 아름다운 곳으로의 여행’을 권하고 있다. 인적 드문 곳에서 잘 놀고 잘 먹고, 보석 같은 야경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는, 한여름 밤의 꿈 같은 핫플(핫 플레이스) 여행지 2곳을 소개한다.

 


 

달빛 아래 고즈넉한 궁궐 걷노라면 더위에 지친 몸도 맘도 ‘산뜻’
뉘엿뉘엿 해 넘어가고 궁궐 곳곳에 조명 켜지면 ‘동화의 한 장면’

 

물 위로 뻗은 월영교 시원…산·호수·다리 어울려 한폭 수채화 완성
어둠 내리고 붉은빛과 보랏빛으로 물든 월영교는 몽환적인 느낌

 

1. 수원의 한여름 밤


무더운 여름, 낮보다 밤이 반갑다.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특별한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수원 화성행궁(사적 478호)으로 떠나자.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에는 은은한 조명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달빛 아래 고즈넉한 궁궐을 걷다 보면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이 살아나고, 사랑하는 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이 새록새록 쌓인다.

 

▲ 위에서 내려다본 화성행궁. 


화성행궁은 친구나 연인,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골고루 사랑받는 야경 명소로,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야간 관광 100선’에 들었다. 지난해 야간 개장 인기에 입소문이 퍼져 관심도 높아졌다. 올해는 조명과 음향 효과를 한층 세심하게 구성해, 더 운치 있는 야경을 준비했다.


행궁은 임금이 머문 임시 궁궐로, 평소에는 관아로 사용하기도 했다. 화성행궁은 고상하고 기품 있는 건축물 덕분에 〈왕의 남자〉 〈대장금〉 〈이산〉 등 영화와 드라마에도 여러 번 등장했다.

 

▲ 화성행궁 정문 신풍루에서 밤 산책을 시작한다. 


화성행궁의 색다른 매력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부터 볼 수 있다. 궁궐 곳곳에 조명이 켜지면 동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가 피어난다. 화성행궁 밤 산책은 ‘국왕의 새로운 고향’이라는 뜻이 있는 신풍루(新豊樓)에서 출발한다. 궁궐로 들어가면 ‘달빛 정담’이라는 글자 옆에 달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눈에 띈다.


단아하게 빛나는 초롱을 따라가면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환갑잔치를 연 봉수당(奉壽堂)이다. 화성행궁의 중심 건물로, 지난해와 달리 실내에 부드러운 조명을 설치해 신비로움을 더했다. 몽환적인 봉수당의 아름다움에 걸음을 멈춘다. 방에서 누군가 나올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봉수당에서 정담을 나눈 혜경궁 홍씨와 정조를 상상하며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봉수당 옆에는 정조가 노년을 보내기 위해 지었다는 노래당(老來堂)이 있다. 이름도 ‘늙음이 찾아오다’라는 뜻이다. 어둠이 내리면 11~14분짜리 영상을 상영한다. 수원 화성과 정조대왕 능행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노래당 옆은 낙남헌(洛南軒)이다. 화성행궁이 철거된 일제강점기에 훼손당하지 않은 건물로, 특별 과거와 군사들의 회식 등 각종 행사를 치렀다. 낙남헌 앞에는 ‘달토끼 쉼터’라는 포토 존이 있다. 여기도 보름달 조명이 설치되어 기념사진을 찍으며 고궁의 밤을 즐기기 좋다.

 

▲ 미로한정으로 가는 숲길. 


낙남헌부터는 청사초롱이 어둠을 밝힌다. 숲속에 들어앉은 미로한정(未老閒亭)을 향해 계단을 오르면, 가지런한 궁궐 지붕과 현란한 도시 불빛이 어우러진다.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상쾌하고, 풀벌레 소리에 마음이 차분하다. 바닥에는 나비 모양이 어른거린다. 아련한 분위기에 젖어 걷다 보면 화성행궁 전경과 수원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미로한정이 나타난다. 한여름 밤의 낭만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잠시 정자에 앉아 여유를 누려보자. 마음에 시나브로 작은 틈이 생기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들를 곳은 화령전(華寧殿, 사적 115호)이다. 정조의 어진을 모신 건물로, 단순하지만 견고하다. 화령전의 운한각(雲漢閣)과 복도각(複道閣), 이안청(移安廳)은 지난해 보물 2035호로 지정됐다. 검소하지만 격조 있는 건물을 부각하기 위해 건물 밖 조명에 공을 들였다. 화성행궁에 흐르는 국악과 달리, 화령전에는 처연한 대금 독주가 나온다. 대금 선율과 함께 화령전을 돌아보면 생각이 한없이 깊어진다.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관람 형태로 운영하지만, 생활 속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 공모를 거쳐 선정한 다채로운 공연과 재연 배우가 들려주는 조선 시대 이야기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와 달리 내부 체험 행사는 운영하지 않는다. 화성행궁 야간 개장은 10월30일까지 오후 6시~9시 30분에 운영하며(월·화요일 휴장), 화성행궁 입장료(어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700원)로 관람할 수 있다.

 

▲ 화성행궁 야경을 사진에 담는 관람객. 


수원 화성(사적 3호)도 밤이면 화려하게 변신한다. 도심을 감싸는 5.5km 성곽에 조명이 들어와 더 웅장하다. 특히 화서문(華西門)에서 장안문(長安門) 구간은 경사가 거의 없어, 성곽 야경을 보며 가볍게 걷기 좋다. 장안문과 팔달문(八達門) 등 사대문도 조명을 받아 더 장엄하다.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 보물 1709호)과 용연(龍淵) 주변은 밤마실 명소다. 소곤소곤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평화롭다. 7월부터 화홍문(華虹門)과 방화수류정 일원에서 영상 조명 프로젝트 ‘빛의 산책로’를 운영할 계획이다.


성곽 야경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계류식 헬륨 기구 ‘플라잉수원’을 타자. 150미터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수원의 밤은 감탄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황홀하다. 하늘에서 보면 굽이치는 성곽이 더 인상적이다. 짜릿한 스릴은 덤. 날씨에 따라 운행을 결정하기 때문에 미리 확인이 필요하다.


화성행궁 근처에는 둘러볼 곳이 많다. 화성행궁을 등지고 서면 오른쪽에 아기자기한 공방거리가, 왼쪽에 나혜석생가터가 있다. 공방거리에서는 민화와 자수, 도자, 목공예 등 다양한 작품을 구경하고 체험할 수 있다.


공방거리를 돌아보고 나혜석생가터로 향한다. 나혜석은 우리나라 최초 여성 서양화가다. 꽃으로 장식한 생가 터와 벽에 나혜석 작품을 그린 골목을 구경한다. 나혜석생가터 주변에는 성곽이 보이는 루프톱 카페와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 등이 모여 있어, 데이트 장소로 인기다.


화성행궁 건너편 수원통닭거리도 빠뜨리면 안 된다. 매향통닭, 용성통닭, 진미통닭, 남문통닭 등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온 통닭 가게에서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1600만이 넘는 관객이 선택한 영화 〈극한 직업〉 덕분에 왕갈비통닭이 관심을 끌었지만, 여전한 인기는 바삭한 프라이드치킨이다. 막 튀긴 통닭 한 조각 맛보면 수원통닭거리가 왜 유명한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글·사진/채지형(여행작가)>

 

2. 안동의 한여름 밤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도시’ 안동의 여름밤을 마주한 적 있는가? 뜨거운 햇볕이 가시고 시원한 달빛이 찾아드는 여름밤, 안동은 빛난다. 달이 비치는 월영교의 은은한 야경과 역동적인 낙동강음악분수의 화려한 야경이 안동을 수놓는다. 월영교는 올해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야간 관광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 은은한 야경과 분수가 월영교 야행의 재미를 더한다. 


안동 대표 관광 명소인 월영교는 길이 387미터, 너비 3.6미터 목책 인도교로 2003년 개통했다. 월영교는 안동호를 가로지르며 월영공원이 위치한 상아동과 안동민속촌이 들어선 성곡동을 잇는다. 물길로 나뉜 두 동네를 연결할 뿐 아니라, 다리 자체가 명소다. 미투리를 형상화한 다리 모양이 특별하고, 가운데 자리한 월영정이 운치 있다.


월영교는 조선판 〈사랑과 영혼〉이라 불리는 원이 엄마의 숭고한 이야기를 품었다. 원이 엄마는 젊은 나이에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며 애절한 편지를 쓰고, 본인의 머리카락을 엮어 미투리를 만들었다.


1998년 정상동 택지 개발 공사 당시, 한 묘에서 건장한 남자의 유골과 함께 원이 엄마의 편지와 미투리가 발굴되면서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를 기리는 뜻에서 미투리를 모티프로 월영교를 만들고, 다리 인근에 원이엄마테마길을 조성했다. 호반에 이어지는 길에는 사랑의 자물쇠를 거는 코너가 있고, 원이 엄마의 편지 내용, 원이 엄마와 월영교 이야기 등을 전시한다.

 

▲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월영교 야경. 


월영교의 형상을 전체적으로 눈에 담으려면 다리 입구 안동물문화관 전망대에 올라가자. 물 위로 매끈하게 뻗은 월영교가 시원하다. 산과 호수, 다리가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를 완성한다. 물 위를 유영하는 황포돛배나 유람선이 풍경에 포인트가 된다.


어둠이 내리고 월영교에 조명이 들어오면 풍경은 사뭇 달라진다. 분명 같은 위치에서 바라보는 장면인데,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붉은빛과 보랏빛으로 물든 월영교는 몽환적인 느낌을 발산한다. 어둠이 집어삼킨 산과 호수 대신 조명이 비추는 호반 산책로와 언덕 위 선성현객사(경북유형문화재 29호)가 근사한 배경이 된다.


월영교 야경은 밖에서 봐도, 안에서 봐도 근사하다. 다리 내부에 조명이 들어와 밖에서 보는 풍경과 분위기가 다르다. 포근한 조명과 시원한 강바람이 여름밤 산책의 즐거움을 더한다. 다리에서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오후 8시 30분, 야경의 아름다움과 시원함이 극에 달한다. 월영교 분수는 10월 말까지 주말에 하루 3회(오후 12시 30분, 6시 30분, 8시 30분) 각 20분간 가동한다.

 

▲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야간 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린 월영교. 


월영교 야행에 재미를 주는 요소가 또 있다. 황포돛배를 타고 옛사람처럼 유유자적하게, 유람선을 타고 강바람 맞으며 시원하게 유람하는 방법이다. 올여름에는 초승달 모양 문보트(Moon Boat)도 운항할 예정이다. 문보트는 월영교에 달이 떠다닌다는 상상력에서 탄생했다. 어둠이 내리고 선체 LED 조명이 불을 밝히면, 실제로 물 위에 초승달이 떠다니는 듯한 장면이 연출된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탑승자가 선체 색을 선택하고, 블루투스로 음악도 들을 수 있다. 문보트 운항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으니 방문 전에 문의해야 한다.


뱃놀이한 뒤에는 야간 산책을 즐겨보자. 월영교 양쪽으로 경관조명 시설을 갖춘 산책로가 이어진다. 은은한 조명을 받고 걸으며 아기자기한 설치물을 감상할 수 있다. 월영교에서 안동민속촌으로 가는 길에는 알록달록 유등이 반긴다. 하회탈, 각시탈, 엄마 까투리 등 안동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물 위에서 환하게 빛난다.


월영교 야경이 전통미를 책임진다면, 낙동강음악분수는 현대미를 담당한다. 월영교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낙동강음악분수는 화려한 조명과 레이저, 음악이 어우러져 웅장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음악의 비트에 따라 솟구치듯, 잔잔하게 춤추는 물줄기가 여름밤을 시원하게 만든다. 분수는 10월 말까지 평일 1회(오후 8시), 주말 2회(오후 2시, 8시) 각 20분간 가동한다.


월영교에 갔다면 인근 안동민속촌에 들러보자. 안동댐을 조성하며 수몰된 지역의 고택을 옮겨 온 야외 박물관으로, 언덕배기에 초가집과 돌담집, 기와집 등 다양한 전통 가옥이 들어섰다. 경북 지역에 많이 분포된 까치구멍집도 보인다. 까치구멍집은 악취와 연기를 내보내기 위해 지붕에 까치집을 닮은 구멍을 뚫었다. 박분섭 까치구멍집에 들어서면 그 구멍을 볼 수 있다.


뜨거운 더위를 피해 잠시 쉴 곳을 찾는다면 영호루를 추천한다. 낙동강 변에 자리한 영호루는 창건에 대한 문헌이 남아 있지 않아 언제, 누가 건립했는지 모른다. 다만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에 머물 때 영호루를 종종 찾았다는 기록에 따라 역사가 오래된 누각임을 알 수 있다. 환궁한 공민왕이 직접 쓴 현판을 보냈다고도 전한다. 이후 여러 차례 유실과 중수가 반복됐고, 지금의 누각은 1970년 강 건너편에 새로 지은 것이다. 영호루에 오르면 낙동강과 안동 시가지가 훤히 내다보인다.


신세동벽화마을은 안동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조용하던 옛 동네는 마을 미술 프로젝트와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벽화와 조형물로 꾸며졌고, 안동 원도심의 관광 명소가 됐다. 안동동부초등학교에서 성진길을 따라 올라가며 벽화를 감상해보자. 마을 위쪽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조망이 펼쳐진다.

 

신세동벽화마을에서 꼭 봐야 할 작품이 있다. 지난해 안동동부초등학교 본관에 심찬양 작가가 그린 한복 입은 흑인 소녀 벽화다. 한복 입은 흑인 여성을 소재로 한 그래피티 작업으로 극찬을 받은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작품을 여행지에서 만나는 기회다.

 

<글·사진/김수진(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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