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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 세태풍자 소설 ‘불 꺼진 무인등대’ <2> 제1부 애완견님 전성시대

요즘 정치판을 보면 인간 아니라 개들이 이전투구

글/김영권(소설가) l 기사입력 201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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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탈 빌려 쓴 ×자식들은 자기네 파당의 이익 위해 이전투구
제대로 일하려는 정치가도 정치꾼 모리배 숫자에 막혀 힘 못 쓰고

 

진정한 보수와 참된 진보가 국리민복을 놓고 경쟁하는 날은 언제쯤?
국민들을 위해 견마지로 다할 생각이 없다면 정치를 그만두면 된다!

 

잠에서 깬 Q는 눈을 뜨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달콤한 꿈의 여운은 아쉬움만 남긴 채 점점 사라져 갔다. 잠을 깨운 게 심한 갈증인지 위층의 개소리인지 잘 분간되지 않았다.


발바리 짖는 소리는 뭔지 무척 귀중스럴 듯싶던 꿈의 여운과 함께 감쪽같이 스러져 버리고 갈증만 한층 더 증폭되었다. 앙큼스런 새끼! Q는 입속으로 이를 갈며 중얼거리곤 정신을 모아 기원했다.

 

▲ 아, 인간이 개를 사랑하고 견공 각하들께서 사람을 은애하는 건 좋지만…너무 지나쳐 본질에 피해를 끼친다면 대체 어찌해야 하나이까? <사진출처=Pixabay>    


‘하느님, 인두겁을 쓴 짐승과 사람 흉내를 내는 개들이 마음으로 간음하며 낳은 흉물은…저 에덴 동산에서 아담과 이브로 하여금 죄악을 저지르게 한 뱀보다 한층 더 사악한 성싶습니다. 전설상의 뱀은 신통스런 지혜를 준다고 홍보라도 했지만…저 인간개라고 할까 개인간 같은 반인반수(半人半獸)의 흉물들은 지혜 탐구뿐만 아니라 무심무아한 공(空)을 향한 명상마저 짓밟아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립니다. 아, 인간이 개를 사랑하고 견공 각하들께서 사람을 은애하는 건 좋지만…너무 지나쳐 본질에 피해를 끼친다면 대체 어찌해야 하나이까? 부디 제게 신통력을 내리시어 이기적인 선악을 동시에 궤멸케 하소서!…….’


Q가 하숙을 하다가 그만두고 셋방을 몇 곳 전전한 끝에 산 아래 동네의 지하방으로 옮겨온 건 다만 조용함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고요를 바란 건 아니었다.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낼 수밖에 없는 소음에 대해서는 꽤 너그러웠을 뿐만 아니라 모종의 친밀감을 느끼기조차 했다. 자기 자신도 인간이기에.


다만, 고요한 새벽녘이나 한밤중 갑작스레 승용차에 시동을 걸어 둔 채 뭘 하는지 차문을 열댓 번씩 탕탕 습관적으로 여닫아대는 년놈이나 제 기분대로 마구 짖어대는 개들…특히 아무런 조처도 취할 생각 않고 그냥 방치하는 개 주인과 차 주인에 대해선 증오감 어린 마음속의 시퍼런 칼날을 번득이곤 했다.


강철 애마를 한 마리 거느린다는 자부심 때문인진 몰라도 이웃을 등한시하는 자들의 이기적인 심보에 넌더리난 나머지 반지하이긴 하되 한구석에 박인 호젓한 방으로 스며들었던 것이다.

 

앙증맞던 놈 느닷없이 왈왈


이사하던 날은 아직 겨울로 접어들기 전의 늦가을이었는데 첫눈이 펄펄 내렸다. 이삿짐센터 직원이 부자 되겠다고 덕담을 했지만 그는 웃음으로 대꾸하며, 그저 조용한 집이기만 속으로 기원했다.


대문에서 구석방까지 거리가 꽤 떨어져 바깥 골목길을 승용차와 오토바이 따위가 씽씽 내달려도 그닥 불편스럽지 않았다.(오히려 인간생활의 소음을 별 위험성 없이 들을 수 있어 해맑은 새소리보다 한결 더 아련한 느낌이었다. 3층 거주자도 개 한 마릴 키우고 있었는데 과묵할 뿐더러 간혹 한두 번쯤 짖고 말아 귀여운 인상을 받았다. 또 어딘지 멀리서 자주 컹컹 짖어대는 놈이 있었지만 그건 방해가 되긴커녕 마치 기적 소리처럼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아, 하지만 저놈 가까이 사는 사람은 얼마나 괴로울까!’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진저리를 쳤다.


좁고 긴 마당 한 옆엔 어설프나마 화단이 조성돼 지하방 구석까지 이어져 있었다. 꽃이 피든 말든 상관없을 성싶었다. 쓸쓸해 뵈는 나목(裸木)도, 눈바람을 타고 휘날리는 낙엽들도 친밀감이 들었다.


지하방은 조금쯤 지옥의 이미지를 풍겨 주지만 그에겐 천국 같았다. 대학 다닐 때 한동안 산기슭 암자에서 하숙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보다 조용한 듯싶었다. 그 소박한 속세의 천당에서 그는 신과 인간과 예술의 진실에 대해 명상하곤 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석 달이 못 가 깨어지고 말았다. 자그마한 스피츠 새끼 한 마리 때문이라는 사실이 못내 안타까웠다. 앙증맞던 놈의 목청은 날이 갈수록 자라 점점 그악스러워졌으며, 때론 바로 위층 베란다에 나와 선 채 느닷없이 왈왈 짖어대 심장을 깜짝 놀래키곤 했다. 놈을 죽이기보다 그걸 방치해 두는 개 주인을 무쇠 솥에 푹 삶아 도리어 놈에게 던져 주고 싶었다.


‘우선 쫄딱 굶겨 놓으면 지놈 혓바닥을 깨물든지 인육을 뜯어 먹겠지…음, 하지만 그럴 만한 뜻이 있다면 하루 빨리 실행해 버리는 게 좋아. 증오감을 씹으며 공상만 하다간 나 자신만 괜히 추악해진다구…만약 사람이 천년 정도 산다면 기다림과 용서도 한번 해볼 만하지만 백년도 안 되는 판에 그런 비경제적인 짓을 하기엔 아깝고 우둔할 뿐이야…아, 상극적인 몽상 따윈 집어치우고 상생할 만한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사실 몇 번 가서 간절히 부탁했는데도 대답만 응응 할 뿐 개선이 안 되니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공상으로 간혹 스트레스를 풀어 보는 거지 뭐.’

 

저 잘났다는 정치꾼 犬족


그는 잠자리를 벗어나 냉장고에서 생수통을 꺼내 꿀꺽꿀꺽 들이켜곤 창살 틈에 끼워진 조간신문을 빼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머리맡의 탁자 위에 놓인 스탠드 등불을 켜 파르스름한 빛에 의지해서 잉크 냄새 밴 활자들을 살펴보았다.


새벽 어스름 때문인지 등빛 때문인지 크고 작은 글자들은 마치 무슨 기괴한 뿔과 다리를 가진 벌레처럼 꼬물꼬물 신문지 위를 기어다니는 듯싶었다.


Q는 마치 방송기자 지망생처럼 그걸 읽었다. 자기 의견도 약간씩 포함하여.


“남북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긴박한 순간인데도 정치꾼 견족들은 여전히 제 잘났다며 티격태격 싸우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시기에 여야가 민족의 여망을 위해 너무 일치단결해 버리면 주변에서 피 흐르는 살덩이를 뜯어먹으려 호시탐탐 노리던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대 강국이 해코지할 위험도 있으므로, 서로 싸우는 척 쇼를 해야 할 판인데, 사람 탈을 빌려 쓴 개자식들은 진짜로 자기네 파당의 이익을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습니다. 제대로 일을 해보고자 하는 정치가도 정치꾼 모리배들의 숫자에 막혀 힘을 쓰지 못합니다.

 

약소국은 물론이고 강대국들도 자기네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는 한마음이 되는 판인데, 한민족의 운명이 내걸린 절체절명의 대도박판을 눈앞에 두고도 조선시대보다 더 비열한 당파싸움을 벌이느라 지랄발광입니다. 자기를 버리고 유권자들의 뜻을 모아 뛰겠노라던 선거운동 때의 공약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채 일개 당파의 주구가 되어….”


적어도 한국 사람에게만큼은 역사라는 게 필요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역사적 진실이니 성찰이니 이상향이니 뭐니 뇌까릴 것 없이 그저 쥐새끼마냥 즉흥·즉물적으로 살다가 흙무덤 속에 들어가 눕는 것…살아 생전에 찰나적인 육신의 욕망을 좇아 살다 보니 조금 아쉬운 나머지 사후 영혼이 어떠니 저떠니 되뇌며 천도제를 지내고 제사니 차례니 성묘니 과도할 만큼 성대히 치르는지도 몰랐다. 특히 부유한 고관대작 나리들은 더욱 더….


Q는 마음속으로 물어보았다.


‘과연 정치란 무엇일까? 대체 무슨 농락 마력이 있길래 전직 대통령들은 연속적으로 줄줄이 구속돼 감방 신세인지…최상의 부귀영화를 누리며 국민의 애정 섞인 큰 존경까지 받을 수 있으련만 도대체 그들은 왜 살인마나 사기꾼, 도둑놈, 엽색꾼보다 못한 파렴치한이 돼 짐짓 벙어리 흉내를 내는 걸까? 그들 스스로 그런 죄를 짓지 않았다면 말이다.’


드넓은 세계를 두루 여행해 보면 쪼그마한 반도 조국이 새삼 그리워진다고들 한다. 그런데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뽑아준 그분들의 눈엔 이 땅이 지구 한 끝에 붙은 맹장처럼 하찮아 보였는지 모른다. 그랬으니 국민이 받쳐 올린 국세를 사복 주머니 속에 꿍쳐 넣은 채 희희낙락 세계일주 여행을 즐기며 사리사욕 채우는 데 혈안이 되지 않았겠는가.


죄는 미워도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법정 금언이 있다지만, 그분들의 경우엔 반대로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즉, 인간은 미워도 죄는 미워하지 말라고…그이들은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해낼 만한 능력과 인격을 갖추지 못했을뿐더러, 일반 국민 대부분이 지닌 양심이나 남에 대한 해악의 금기 같은 기본적 법의식을 흡혈귀의 미소를 지으며 이미 싹 구워 먹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인간성을 상실하거나 내팽개쳐 버렸기에 권좌에서 내려오면 초인의 가면이 벗겨져 괴물화되고 마는 것이었다. 표를 찍어 준 국민들은 퍽 놀란 듯하거나 또는 조작된 음모라 외쳐대며 태극기를 들고 광장으로 나선다. 열혈 지지자들의 눈엔 사실과 진실 따윈 별 상관없다.


(이건 현시대 한국사회에서만 벌어지는 해프닝이 아니라, 동서고금의 어느 곳 어느 땅 어느 자칭 진보나 보수 사이에서도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그 외엔 맹인이 된다는 건 수많은 실험을 통해 검증된 과학적 사실이다. 그렇기에 부모·형제 심지어 연인 사이에도 진보와 보수는 영원히 오해하는 비극을 낳는지 모른다.)

 

▲ 2019년 12월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모습. 임시회가 늦어져 본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살펴보면 자칭하는 사이비 보수는 나라 말아먹을 만큼 우둔하고, 가짜 진보는 민족 팔아먹을 정도로 영악하다.


‘참 잘났다. 사악하기론 똑 닮은 것들…그들은 나라를 퍽 위하는 애국자인 척하지만 사실은 자기네 파당의 이익, 더 나아가 자기 개인의 욕심만 탐하고 있을 뿐이다. 만일 이 땅에 위기가 닥친다면 그들은 잽싸게 쥐구멍 속으로 숨어 버리고, 실제로 발벗고 나서서 피땀 흘려 구국 투쟁하는 건 일반 민중이리라. 과거에도 그랬듯….


그들은 낡아빠진 이념의 허울을 뒤집어쓴 채 마치 시대의 선봉에 선 구국단원인 양 행동하는 면에서 똑같다. 사실은 국론을 분열시켜 좌든 우든 이 나라를 허황스런 구렁창 속으로 끌고 가거나 수십 년 전의 시절로 되돌려 보려고 획책하면서…그들은 자기 자신에게 힘이 있었던 청년·장년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 미성숙 발달장애자인지도 모른다. 혹은 앞으로도 여전히 그럴 수 있다고 믿는 과대망상적인 정신도착자랄까?’


광화문 광장에서 태극기를 들고 외쳐대는 소리는 좌우파가 뒤섞여 설령 알아들을 수 없어도 볼만한데, 왠지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열정적으로 흔들어대는 모습은 꼴불견이다. 한미 혈맹관계가 중요할지언정 집안 문제에 외세를 끌어들여 보려는 심보는 퍽이나 우스꽝스럽다. 성찰 능력을 상실해 버린 좀비들 같다. 혹시 무슨 잠재된 죄의식이라도 똬리 튼 채 기생하고 있는 걸까?


일본은 훨씬 더 미국과 심도 깊은 관계지만 간혹 필요 시 미국인의 똥구멍을 빨아 줄 듯 슬쩍 시늉만 할 뿐 결코 일장기를 헐값에 팔아먹진 않는다. 하얀 천 위에 찍힌 붉은 원은 태양이라기보다 그들의 목에서 흘려 낸 핏방울인지 모른다. 일본인은 놔두고…미국인, 프랑스인, 아프리카인들이 볼 때 과연 한국인의 손에 들려 펄럭이는 성조기는 어떤 느낌과 의미를 던질까? 각국의 독특한 발음으로 내뱉는 비웃음이 들려오는 듯하다.
 
인피 가면 위에 화장 번지르르


대한민국식 모방 깡통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제멋에 겨워 사는 재미가 있다지만 필히 빈대 ×만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남의 말에 세뇌되어 헛꼭두각시 노릇만 하지 않는다면…특히 정치꾼 모리배들은 선거철마다 유권자의 봉인 양 꾸민 채 온갖 환상적인 감언이설을 내뱉다가 막상 당선되면 유권자를 봉으로 잡고 마치 자기 자신의 시종보다 못한 개처럼 취급해 버린다. 나쁜 놈일수록 더 그러기 마련인데, 그건 자기 같은 불한당을 뽑아 준 국민이 바보 멍청이로 가소로워 보이기 때문이다.

 

자고로 악신, 악마, 악귀를 비롯해 독재 대통령, 사이비 교주, 무뢰배 재벌, 각계각층의 깡패 등 모든 악당은 자기를 숭배하는 세뇌된 추종 인간들을 벌레나 가축처럼 무시하고 부려 먹는 것이다.


“여러분! 줄줄이 감옥에 들어가 앉은 전직 대통령과 재벌들을 욕하지 말고 스스로 성찰하라! 그들은 국민 여러분의 자화상이리니….”


자칭 선지자이자 아이큐 480인 허경영 박사의 사자후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이 불세출의 인물에 대해서는 차후에 좀 더 거론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분을 사랑하는 지지자들은 부디 밝고 맑은 정신으로 사자후의 진리를 깨우쳐, 그가 큰일을 이루기도 전에 또다시 분뇨통에 빠지는 불상사를 미리 방지해야 하리라. 그의 말마따나 바로 지지자 여러분이 만들어 놓은 감옥에…)


이젠 한 명의 영웅이나 천재에 기댈 만한 시대가 아니다. 옛날 옛적에 위대한 영도자의 힘으로 한강 기적을 이루었다지만 그걸 실현한 동력은 민중들의 노고였다. 과거사에 대한 틀에 박힌 칭송이나 비판은 그만두자. 지금은 그때보다 더 엄혹한 위기 시대이며, 총화단결하여 앞길을 헤쳐 나가지 않으면 이 토끼 꼴의 한반도는 맹수들의 먹이가 되고 말리라. 지도를 쳐다보며 중원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라고 몽상하는 짓은 삼가자.


호연지기를 지니는 건 좋지만, 없는 기상으로 허장성세하기보다 얼마쯤 가진 기운이라도 속에 숨긴 채 호시탐탐^_^ 미래를 주시하자. 설령 대영웅이나 천재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밀어줄 땐 밀어줄지언정 이젠 국민들이 깨어나 5천만의 다양한 지혜를 모아 앞길을 밝혀야 한다. 하나의 곤충을 놓고 반딧불이니 개똥벌레니 하며 서로 싸울 필요가 있는가?

 

그렇게 하도록 부추기는 이기적인 정치 협잡꾼, 언론, 사꾸라 단체에 더 이상 피땀 어린 물을 주지 말자. 그들 스스로 반성해 재생하거나 말라 죽도록…그들은 진실한 보수도 진보도 아니며 그저 벼룩, 바퀴벌레, 이, 회충, 모기, 파리 같은 해충일 뿐….


이제 진보와 보수는 쓰잘데기 없는 낡아빠진 갑옷을 벗어 버리고 자신의 참살(眞肉)과 참살, 참피(眞血)와 참피로 서로 만나야 한다. 그리고 반칙 없이 참주먹으로 싸운다면 아마 올림픽 게임보다 한결 더 쾌미롭지 않을까? 하지만…그럴 가능성은 국민 각자가 깨어나 스스로 뽑은 자들에게 농락당하지 않고 머슴처럼 잘 부려 먹을 능력을 가질 때에만 자연스레 이뤄지리라.


지금 당장 그들을 개나 말처럼 교육시켜 진보파와 보수파의 표식을 가슴팍에 달아 준 뒤 참나라를 향해 경주케 한다면 과연 누가 이길는지…아마도 달리다가 말고 트랙을 벗어나 비웃음을 흘리며 고급 아이스크림이나 핥지 않을까? 개보다 길고 붉은 혀로….


요즘 정치판을 보면 인간이 아니라 개들이 이전투구를 벌이는 꼴이다. 인피(人皮) 가면 위에 연예인들보다 더 번지레하게 화장을 한 채….


신문 1면을 전부 정치판으로 꾸미는 건 당장은 어쩔 수 없겠으나 사진만큼은 인기 연예인 뺨칠 정도로 현란스레 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 언제쯤 정치인들의 빙글거리는 낯짝을 맨 뒤쪽으로 몰아내고, 인간다운 삶에 꼭 필요한 문제들과 진실의 얼굴이 제1면을 장식하는 날이 올는지…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국민 각자가 우화등선하듯 개오하여 정치인들을 진돗개처럼 대우할 수 있어야 하리라.


국민을 위해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할 생각이 없다면 정치를 그만두면 된다. 어차피 꼬장부리는 발바리 정치는 사라질 테니까. 아마 10년 후쯤엔 진정한 보수와 참된 진보가 개욕심이 아닌 국리민복을 놓고 피 터지게 경쟁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중도를 걸으라고 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인 이성과 양심을 갖춘다면 싸움조차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으리니….

 

최음제적인 신문의 양념들


Q는 신문 지면을 휙휙 넘겼다.


광고가 너무 많다. 면수가 늘었다곤 하나 전면광고가 판을 쳐 볼만한 기사는 예전보다 오히려 줄어든 성싶다. 세련된 대기업 이미지 광고, 마치 기사인 척 슬쩍 흉내낸 광고, 쇼핑몰의 찌라시를 그대로 카피해 인쇄한 두 페이지짜리 전면광고는 언론이길 포기한 개작태 같다.


재벌그룹 광고는 일단 한번 제작해 전국적으로 게재되기 시작하면 대충 한 달은 기본이고 6개월, 심지어 1년 동안 끊임없이 계속 반복되기도 한다. 매일 똑같은 그걸 본다면, 혹 지겨워진 나머지 억지로 회피하려 해도 의식 속에 둥지 트는 건 마찬가지리라. 욕을 하면 감정에 녹아들어 더 깊이 잠재의식에까지 침투할지 모른다. 그들은 이미 그것까지 다 계산하곤 냉정한 얼굴로 전면적인 융단폭격을 가하는 것이다. 목표는 정보 제공이 아니라, 소비자를 전체적으로 세뇌시키는 짓거리일 뿐.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라지만, 그 따위로 몰염치한 행태를 계속하는 한 공산주의식 세뇌 공작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 리 없다. 공산당 못지않은 점은 또 있다. 재벌그룹으로부터 주기적으로 거액의 광고비를 받는 언론이 재벌의 부정을 비판하긴 로동신문이 북한 김씨왕국의 비리를 지적하는 만큼 어려우리란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언론은 세상을 제멋대로 편집해 보여준다. 진보지든 보수지든 자기네 관점을 내세우긴 마찬가지다. 하긴 (광고 빼고 나면) 얼마 되지 않는 지면으로 세상살이의 하루를 보도하려면 간추리는 시각이 필요하리라. 다만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가상할까!


신문 방송은 자기네 논조를 버리는 그런 어리숙한 짓은 하지 않는다. 특히 정치·경제면의 경우 사실이 아닌 당파의 이익이라는 최음제적인 양념이 항상 들어간다. 어떤 논조에 중독된 독자들은 사실이나 진실보다 세상을 자기 취향대로 왜곡 요리해 차려주는 파당 향기가 지독한 음식을 먹어야만 일상생활을 영위할 힘이 생긴다.


<다음 호에는 ‘고운 꽃’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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