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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바로 알기 릴레이 기획, 도올·유시민 통일대담 지상중계

“통일의 급선무는 남북 상호체제 인정과 자유왕래다!”

박연파 기자 l 기사입력 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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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루어진 노무현·김정일의 10·4 남북정상선언 올해 12주년을 맞이하여 노무현재단에서는 유시민과 도올이 만나는 공개적인 대담을 기획했다. 기획 의도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민족의 통일에 대해 세계사의 시각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을 전해주는 내용으로 하자는 것이었고, 그것을 유시민이 묻고 도올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청중을 모아놓고 진행되었다. 이 내용이 지난 10월4일 유튜브 <알릴레오>에 방송되어 폭발적인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재구성하여 문자화한 책도 최근 서점가에 등장했다. <유시민과 도올 통일, 청춘을 말하다>(통나무)라는 제목의 책은 10월4일 방송된 대담을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각자가 주장하는 메시지의 논리적 정합성과 다양한 이야기들이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 도올에 의해 첨삭이 이루어지고 변조가 이루어지면서 재구성됐다. 책은 엄중한 동북아 정세의 현 시기에 발하는 포괄적인 도올의 통일론을 담아 <알릴레오> 유튜브 동영상보다 훨씬 완성도 있는 콘텐츠가 되었다. 북한사회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통일은 왜 해야 하는가 등 심원한 이야기부터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까지 언급했다. 우리 시대 사상가 도올 김용옥 선생과 우리 시대 논객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대담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한국 최고 두 지성 ‘통일은 왜 해야 하나’ 등 심원한 대화
경색된 남북관계의 국면에서 ‘북한을 어떻게 이해하나’ 진단

한반도 정세 둘러싼 미·중·일 의도 분석하고 올바른 대응 촉구
도올, 방북 때 김일성대 총장과 ‘주체철학’ 토론 배틀 일화 공개


통일은 남북한 아니라 세계사 문제이며, 우리 운명 결정하는 중대사
도올, 원효의 일심이문사상 원용하여 남북 간의 상호체제 인정 호소
그 인정 바탕으로 남북 왕래와 교류 이뤄지고 그 힘으로 평화 공고히

 

민족운명, 한반도 미래를 트럼프에 쥐어주고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어
남북의 문제 접근하는 유일한 열쇠는 연방제·연합제 논의 시작하는 것
통일비용은 절대로 낭비가 아니다…실제 그 비용은 얼마 들지 않는다!

 

▲ 지난 10월4일 노무현재단의 유튜브 '알릴레오'에서는 유시민 이사장과 도올 선생의 공개 대담을 방송해 대중의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10·4 남북정상선언 12주년을 기념하며 마련된 현실주의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아이디얼리스트일 수밖에 없는 철학자 도올 김용옥 선생의 대화는 매우 활기 있고 유쾌하게 진행되었다. 청중과 함께하는 대담이기에 다양한 개그 코드를 건드리며 현장 소통이 잘 이루어졌다.


홍대 앞 인디그룹들이 많이 활동하는 지역에 팟빵공개홀이라는 곳이 있다. 지하 3층에 아주 아담한 공개홀이 있는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유시민 작가가 등장했다. 우레 같은 박수 소리가 터졌다. 좀 있다가 유 작가가 칼로 물을 가르듯이, 손을 들어 날카롭게 횡면을 그었다. 박수가 멈춘다. 유시민은 말한다.

 

10·4선언의 구체적 의미


“오늘 모임은 10·4남북정상선언(풀네임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12주년을 맞이하여 하게 되는 공개 대담인데요, 제가 먼저 문장 하나 읽어드릴 테니까 이게 어디에 있는 것일까 맞춰보시기 바랍니다.


‘남과 북은 남북관계발전을 위해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 현안 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합의한다.’


이것은 기실 문재인 대통령하고 김정은 위원장 합의문에도 들어있어요.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를 통하여’라고 아주 구체적인 방법까지 명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읽어 드린 것은 12년 전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우리가 보통10·4선언이라고 부르는 것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그 후로 수시로 만났어야 했어요. 그런데 수시로 만나지 못했죠.

 

이 10·4선언의 마지막 문장은 결국 1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서 작년 초, 벌써 옛날 일 같네요. 문재인 대통령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 끝나고 나서 나온 합의문에 똑같은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수시로 만나 협의를 해온 셈이죠.


물론 정상들만 만난 것은 아니고요, 저희 노무현재단도 작년 10·4선언 11주년 행사 때, 그때는 이해찬 당대표님이 이사장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때 평양에 행사하러 다녀왔더랬습니다. 북측 사람들은 10·4선언을 잊지 않고 있고, 시민사회단체 150명까지 같이 초청해주어 2박 3일 동안 좋은 시간을 갖고 돌아왔습니다.


사실은 올해야말로 북측 손님들을 초대해서 뜻깊은 행사를 해볼까 했습니다. 그런데 아시는 것처럼 뭔가 잘 돌아가질 않아 이렇게 못하게 됐습니다. 하고 싶은 일들, 남북의 평화를 위하여 해야만 하는 일들을 못하게 되니 안타깝기 그지없죠. 추석 때가 되면 이산가족상봉이라도 해야 할 텐데, 그런 것조차 안 되고 있으니 가슴이 아픕니다.


그렇다고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가 끝난 것은 아니죠. 앞으로 나가야죠. 우리 역사는 결코 후퇴하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힘차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운을 충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기운을 충전받으려면 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깊은 사색을 하시는 분의 사유방식을 통해서 우리의 문제를 명료하게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1월 초, 알릴레오 제1회에서 문정인 대통령특보를 모시고 대답한 것도 좋았지요. 조회수 1등, 300만! 국민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대담은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대담이 될 것 같습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철학적 진단, 철학적 전망, 그리고 철학적 해석, 이런 것들을 들어보기 위해서는 과연 누구를 모셔야 할까요?”


청중들: “도올! 도올! 도올!”

 

한국 최고 두 지성 만남


이날 대화의 주제는 우리의 청년들에게 통일의 불씨를 지피자는 것이었다. 2018년 봄의 4·27 판문점과 가을 9·19 평양의 그림 같은 남북정상회담을 기억하는 우리 국민은 꽉 막힌 현재의 남북관계를 참으로 답답해할 것이다.

 

▲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이 끝난 후 합의문에는 합의문에 10·4 남북정상선언 당시와 똑같은 내용이 들어갔다. <사진출처=통일부>    


유시민·도올의 ‘통일, 청춘을 말하다’ 대담은 여기에 해답을 주려는 의도로 마련됐다.


한국 최고로 꼽히는 두 지성의 만남은 그 연마된 지성의 교감의 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위대한 사건이다. 물론 주제에 대한 대화내용이 도올이 주를 이루고는 있지만, 거기에 유시민의 재치있는 어시스트가 없이는 불가능했다. 한국 지성의 진보된 모습을 과시하고 있는 통쾌한 현장이었다.


유시민과 도올 김용옥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참으로 만났다는 것, 그 만남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진보적 가치의 새로운 상징이었다. 이러한 만남이 각계각층에서 이루어질 때 우리 사회는 보다 전진할 것이다.


각각 강렬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유시민과 도올 두 사람이 통일을 주제로 한 대화와 그 내용은 평범할 리 없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매우 활기 있고 유쾌하게 진행되었다. 청중과 함께하는 대담이기에 다양한 개그 코드를 건드리며 현장 소통이 잘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날 대화의 주제는 우리의 청년들에게 통일의 불씨를 지피자는 것이었다.


먼저 두 사람은 현재의 경색되어 있는 남북관계의 국면에서 우리는 북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를 진단했다. 그리고 우리의 정세를 싸고도는 미국·중국·일본의 정상들을 소환하여 도올은 그들 하나하나의 정치행위 배경과 의도를 분석하고 우리의 올바른 대응을 국민에게 촉구했다.

 

도올과 북한 경제학자 만남


도올은 당시 대담에서 북한 땅을 밟은 첫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내 눈에 들어오는 광경이 모두 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의 장면 같았어요. 길거리에서 보이는 것들이 조작되지 않은 것이 없었어요. 모두 상부의 각본에 따라 우리 눈에 어떻게 보여지도록 연출되고 있었어요. 어찌 보면 너무도 순진한 사회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그러면서 도올은 당시 북한에서 성자립 김일성대학 총장을 만난 일화를 털어놨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 내용을 책에 나와 있는 그대로 소개한다.


“경제학을 공부했소.”


“사회주의 경제학만 하셨습니까?”


“우리는 부르주아 경제학도 합네다.”


“프리드만도 공부했습니까?”


“케인즈다, 프리드만이다, 이런 경제학의 흐름이야 다 기초가 아니겠소?”


“외국서 공부하셨습니까?”


“난 국내에서만 공부했습네다. 헌데 열심히 질문하는 당신은 뭘 공부했소?”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철학도 여러 가지가 있갔는디 뭔 철학을 공부했소?”


“동·서양의 고전철학을 두루 공부했습니다만, 제가 공부한 것을 아시면 너무 엘리티즘에 빠져 있다고 비판하실 것 같네요.”


“우린 엘리티즘을 거부하지 않아요. 머리가 영민한 사람이 독서 많이 하는 게 뭐가 나쁘갔소, 단지 모든 지적 추구가 사회적 현실을 주체적으로 개조하는 목적을 위해 창조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네다. 나도 포이에르바하도 읽고 칼 맑스도 열심히 읽었습네다.”


“주체철학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주체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맑시즘은 사회발전의 일반적 합법성을 유물론적 변증법에 의하여 규명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도무지 자연과 사회의 지배자, 개조자로서 의 인간의 본질적 특성을 밝힐 수 없습니다. 묻겠는데 사회발전의 동력이 무엇입니까?”


“막스의 견지에서는, 물론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이겠지요.”


“잘 아는구만. 그 모순을 운동 계기로 삼아 사회주의 사회가 도래했다 하더라도, 사회주의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은 변증법적 유물론이 해결치 못한단 말이오. 바로 그 사회주의 사회의 모순을 해결한 것이 주체철학이오.”


“어떻게 해결했습니까?”


“유물론은 물질과 의식의 관계에 있어서 그 선차성을 물질에 부여합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수동적이 되고 말아요. 주체철학은 사회적 존재인 사람의 본질적 특성이 자주성과 창조성, 의식성이라는 것을 밝힘으로써 사람을 중심으로 세계를 대하는 관점과 입장을 밝혔지요.”


“자주성을 떠나서 창조성을 발양할 수 없으며, 창조성을 떠나서 자주성을 옮게 실현해나갈 수 없다, 그리고 자주성과 창조성은 의식성을 전제로 하며 또 그에 의하여 담보된다, 이런 얘기는 나도 수궁이 가는 얘기인데, 물질에 대하여 인간 의식의 주동성을 강조한다면 주세철학은 유심철학이나 관념론이 되고 마는 것 아닙니까?”


“허허! 주체철학은 유물론을 부정하지 않아요! 포용합네다! 인간의 의식 자체가 물질로부터 발전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물질 가운데서도 가장 발전한 사람이 덜 발전된 주위세계를 지배하고 개조해나간다는 것이에요. 인간은 자기 운명의 주인이며 스스로 자기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그러한 신념을 담보하는 위대한 사상무기를 근로인민대중에게 안겨준 것이지요.”


“좋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인민의 주체성을 강조한다면, 근로대중 개인의 주체적 창발성도 인정해야 할 것 아닙니까? 왜 그 주체가 대중의 집단적 주체가 되어야만 하며, 왜 꼭 당의 지배를 받아야만 합니까?”


“당신이 철학을 한다고 말장난을 하지 마시오! 우리는 조국을 위한 철학을 해야 합니다! 로동계급의 혁명리론을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를 근본적으로 변혁하는 심각하고 복잡한 투쟁, 광범한 대중이 참가하는 투쟁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동무! 사람이 사회적 존재라는 것은 인정하시오?”


“혼자 살 수는 없다는 정도의 얘기겠지요.”


“인간은 자연의 횡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집단의 힘으로 살아왔소 단결과 협력은 인간의 본질적 존재방식이란 말이오. 그 협력을 조직하고 이끄는 주체가 당이란 말입니다. 당이 없으면 사회적 인간도 존재하지 않소.”


“그러나 당의 리더십의 정당성은 어디에 근거하고 있습니까?”


“수령이 계시지 않소!”


“수령의 리더십의 정당성은 누가 체크합니까?”


이때, 그의 얼굴은 울그락 불그락 화통처럼 변했다. 갑자기 큰 소리로 화를 냈다.


“이 사람 개똥철학 하는 사람 아닌가? 당신은 사이비야! 당신은 사이비야!”


“당신이 날 사이비라고 규정한다면, 나 또한 당신을 사이비로 규정할 수 있는 논리가 천 개, 만 개 준비되어 있소.”


이때 성자립 총장은 전선을 가다듬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차분하게 묻는다.


“도대체 당신이 누구요? 이름이 뭐요?”


“남조선의 사상가, 도올 김용옥이외다.”


이 순간, 그의 표정은 확 변했다. 그는 분명하게 도올 김용옥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자기보다 어린, 한 급이 낮은 학도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나의 전모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


“아니 이게 웬일인가, 당신이 도올 선생이란 말이오? 그럼 뭐 내 말은 죄다 알아듣겠구만, 이 한마디만은 확실히 해둬야겠소. 수령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국민대중의 의사를 체현하는 존재란 말이오.

 

동유럽 사회주의가 멸망한 것은 바로 당만 있고, 최고 영도자인 수령의 진정한 리더십이 없었기 때문이오. 그래서 인민대중이 당을 이반했소, 우리 주체사상은 개인의 개성적 자유와 창의성을 배척하지 않소.

 

그리고 수령과 인민대중은 하나요. 주체사상은 맑스레닌주의를 안에서 해석할 수 없는 독창적 사상이오. 그래서 시대적 성쇠에도 불구하고 오늘까지 이렇게 잘 버티고 있는 것이오. 당도 절대권력이 될 수 없소. 당의 관료화는 당의 죽음이오.”


“오늘 목란관에 오는데 내가 좀 늦게 나왔다구, 날 안내하는 통전부 사람이 다시 늦으면 용서하지 않겠다구 협박조로 핏대를 올립디다. 도무지 인민에게 복무하는 자세가 부족하오.”


“특정 사례를 일반화시키는 오류는 범하지 마시오.”


“남측의 생각 있는 지성인들은 60~70년대까지만 해도 북측의 당과 인민이 창조적 결합을 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북측이 남측보다 더 잘 살았고, 학문적 성과도 매우 수준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동유럽이 무너진 후로 북측의 당은 관료화되어 인민의 진정한 주체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나 같은 사상가가 주체철학을 남측의 대중에게 설득시키지 못하는 가장 큰 장애요인입니다.”


“악선전이지만 일리가 있는 견해라고 생각하오. 우리도 반성해야겠지요. 도올 선생! 좀 자주 놀러오시오.”


성자립 총장이 ‘일리가 있는 견해’라는 말을 했을 때 그의 표정은 진실성이 있어 보였다. 나의 북한사회비판이 자기들의 아픈 곳을 찌르고 있다고 정직하게 시인하는 여유를 보여주었다. 나는 갑자기 한마디 했다.


“나 도올이 김일성대학에서 한 학기 한민족 정신사에 관한 강좌를 하게 해주시오.”

 

젊은이들 통일에 부정적이라고?


또한 대담 당시 유시민 이사장이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통일에 대하여 부정적이다라는 담론이 팽배해 있습니다”라고 지적하자 도올 선생은 “너무도 적절한 지적이라고 생각된다”면서 갑자기 격앙된 목소리로 일갈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통일에 대해 부정적이다라는 소리는 한마디로 ‘개소리’입니다. 그것은 한국의 보수 언론들이, 아니 진보적 언론이라고 해도 똑같아요, 언론이 만들어낸 개소립니다.”


“역사의 진행이 꾸준히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적인 공동체 논리로부터 게젤샤프트(Gesellschaft)적인 개인중심·이권중심의 집합체로 이행해왔다는 사실을 전제로 할 때, 젊은이들의 무관심은 이해가 가는 논리라는 것이죠.

 

다시 말해서 통일은 기본적으로 공동체의 테마이지 개인의 테마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통일은 하루하루 자기의 생활 속에서 이권을 추구하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별 흥미가 없을 수 있지요. 그리고 통일은 당위(Sollen)의 문제이지, 사실(Sein)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통일의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사의 프런티어의 문제이며, 바로 우리나라 차세대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사라는 것이죠. 오늘 당장 잘 먹고 잘살고 있다고, 하찮은 법리적 시비나 운운하면서 할렐루야만 외치고 앉아 있는 꼬락서니가 과연 이 역사의 미래에 무엇을 투영하겠습니까?”


“선생님, 카이로스가 희랍어인데 이 말은 성경에는 안 나타납니까?”


“좋은 질문 해주셨네요. 모든 복음서의 원형인 마가복음(최초로 쓰여진 복음서. 마태·누가는 이 원형을 증보한 것이다. 따라서 마가에서 보이는 창조적 긴장감이 적게 나타난다)에 예수가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후(세례요한의 세례운동의 일원으로서 예수가 성장하였다는 의미) 바로 갈릴리로 돌아가 자신의 공생애를 시작할 때, 최초로 던진 사역의 메시지가 바로 이러한 말이었어요.


‘때가 찼다. 하나님 나라가 가까웠다. 회개하고 복음을 받으라!’


여기 때라는 말이 나오죠, 때가 찼다는 것은 우리말로 때가 무르익었다는 말이죠. 이때 ‘때’로 쓰인 단어가 바로 ‘카이로스’입니다. 절호의 찬스가 왔다는 의미죠. 그런데 그게 무슨 찬스냐?”


“하나님 나라가 가까웠다는 찬스이겠네요.”


“그렇죠. 하여튼 정확한 문맥을 잘 짚으시네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가까이 온 것이 하나님 나라라면, 하나님 나라가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죠.

 

하나님 나라가 뭐 핏기 없는 새하얀 천사들로 가득찬 천당 같은 곳, 설렁탕 한 그릇, 냄새 나는 김치 한 조각 없는 그런 천당이라면 그것이 온다는 것이 뭔 기회냐는 것이죠.

 

예수는 분명 ‘천국의 선포자’였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지상의 운동으로 전개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천국(Kingdom of Heaven, 마태의 표현)’, 즉 ‘하나님 나라(Kingdom of God, 마가의 표현)는 세속적 땅의 질서가 아닌, 하늘의 질서, 그러니까 아주 새로운 질서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여기 ‘나라’라는 표현에 쓰인 단어가 ‘바실레이아’인데 이것은 국가라는 실체를 말한 것이 아니라, 그냥 ‘지배’ ‘질서’ ‘왕다운 권세’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여태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질서가 임하였다.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세상이 곧 도래한다는 것이 ‘기쁜 소식’이라는 것이죠. 이 기쁜 소식을 예수(마가)는 복음이라 표현했어요. ‘유앙겔리온’인데 그것은 그냥 굿 뉴스(good news)라는 뜻이죠. 복된 소식이죠. 이 복된 소식은 반드시 회개하는 자에게만 들리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회개’라는 말은 완벽한 오역입니다. 그 원어는 ‘메타노이아(metanoia)’인데, 그냥 ‘생각(노이아)을 바꾸다(메타)’라는 뜻이죠.


마음을 바꿔라! 생각을 돌려라! 너의 존재를 변화시켜라! 그럼 복음이 들린다. 그럼 새로운 질서(천국)가 도래한다. 이런 뜻입니다.

 

예수는 결코 인간을 죄인으로 규정한 적이 없습니다. 바울의 신학이 인간을 죄인으로 만든 것입니다. 예수는 세칭 죄인이라 여겨지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랑했지, 회개시켜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예수에게 회개라는 것은 의미 없는 말이었어요.”


“참 충격적이군요. 저는 어려서부터 선생님처럼 기독교 집안에서 크질 않았기 때문에 성경의 기본어휘들을 잘 몰라요. 그래서 그냥 상식적으로 규정되는 말들을 그냥 받아들였지요.

 

그런데 천국이라는 것은 실체가 아니라 어떤 새로운 사회질서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 절호의 찬스가 왔다. 이 카이로스를 잡아라!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왜 가까이 온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가? 이것이 바로 예수의 사상이라는 말씀이군요.”


“예수는, 특히 역사적 예수는 민중운동가였고 사회변혁가였지, 종교적 계율에 의한 하나님에게로의 굴종이나 신앙을 가르친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의 하나님은, 구약의 야훼가 아닌, 새로운 질서를 보증하는 존재였어요.”


“자! 이제, 긴 얘기가 필요없겠군요. 수운이 말하는 개벽세상이나, 예수가 말하는 하나님 나라, 즉 천국이 곧 봉일된 새로운 질서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 통일을 위하여 남·북을 막론하고 조선의 민중들이여, 생각을 바꾸어라! 이성의 간지를 이제 우리가 주체적으로 역이용하자!  절호의 카이로스다! 이 절체절명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이런 얘기를  해오신 거죠?”


“그렇습니다. 이제 통일에 관한 담론을 구성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진리가 마련되었으니까 이제 보다 구체적으로 통일의 실천방안 같은 것을 이야기해야겠네요.”

 

원효의 통일비전, 일심이문사상


또한 도올은 제도적인 통일방안을 우선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단지 원효의 일심이문사상을 원용하여 남북 간의 상호인정을 호소했다. 남북 상호 체제 인정만이 통일의 급선무라는 것이다. 그 인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남북 간의 왕래와 교류가 이뤄지고, 그 힘으로 평화가 공고히 되면, 현 단계에서 통일은 그게 전부라는 것이다.


그 다음 문제는 남북의 민중들이 알아서 그들의 역사를 굴려가게 된다는 것이다. 도올은 “민족의 운명을, 한반도의 미래를 미국 트럼프의 손에 쥐어주고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부르짖었다.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우리 스스로가 나서야 함을 그는 이 땅의 청춘들에게 목놓아 외쳤다.

 

▲ 도올 선생은 유시민 이사장과의 대담에서 제도적인 통일방안을 우선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단지 원효의 일심이문사상을 원용하여 남북 간의 상호인정을 호소했다. <뉴시스>


도올은 당시 대담에서 원효대사의 일심이문(一心二門) 사상을 통일신라의 통일비전으로 소개하고 거기서 현재의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취했다. 갈라진 민족의 하나됨을 향한 그리움, 그것을 원효는 일심(一心)이라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남북한의 이념의 장벽은 이문(二門)이 된다. 그러나 이 이문은 결국 한 마음, 큰 마음의 다른 측면일 뿐, 그 나름대로 실체성을 갖는 것은 아닌 것이다. 도올은 “이 일심의 그릇으로 우리는 남북 간의 상호인정을 담아내야 한다”면서 “원효의 일심이문사상이야말로 우리 민족 통일사상의 프로토 모델”이라고 역설했다.


“원효 대사의 일심이문(一心二門) 사상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통일사상의 프로토모델이 될 수 있겠네요.”


“자아! 남북의 문제를 접근하는 유일한 열쇠는 이 한마디입니다. 이 한마디면 다 끝나요. 연방제·연합제를 논의할 필요가 없어져요. 그 한마디가 무엇일까요? 인정(Recognition), 인정! 바로 인정(Mutual Recognition)이지요!”


도올이 주장하는, 통일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제1의 급선무는 남북 간의 상호인정이다. 남북 당국자간에는 여러 차례 선언문에도 이미 언급이 되었었지만. 이제는 국민들의 가슴속에도 이 인정이라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북한을 인정하라는 말은 한국 사람의 마음속에 북한체제를 받아들이라는 것이 아니라, ‘북한 사회는 저렇고, 저들은 저렇게 살고 있구나’라는 것을 인정만 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선이고, 저들은 악이다 라는 대결이 아니고, 우리는 우리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살고, 서로의 체제를 건들지 말자는 것이다. 그 인정의 단계위에서만 서로 간에 모든 소통과 교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게 된다.


이미 체제경쟁은 끝이 났다. 통일과 평화정착을 향한 남북교류의 확대를 위해 타방에 대한 비방과 간섭을 피해야 한다. 어떻게 잘 교류하고 왕래할 것인가만 생각해야 한다.

 

“남북 상호 인정이 통일이다”


도올은 그다음으로 자유왕래를 강조한다. 자유왕래만 성사되면 민족의 하나 됨은 이루어진다는 것. 허나 자유왕래가 상대방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방향에서 이루어진다면 북한은 그러한 자유왕래를 허락할 이유가 없다고 경고한다.

 

그러므로 자유왕래는 체제인정을 전제로 해야만 한다. 체제의 인정 없이는 자유왕래는 이루어질 수 없다. 북한체제의 불인정보다 체제의 인정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가져다주게 된다는 것이다.

 

▲ 사진은 2018년 11월 남북 군사당국 관계자가 화살머리고지에서 조우하자 악수를 나누는 모습. <뉴시스> 


도올은 우리의 통일의 문제는 근시안적인 태도가 아닌 원시안적인 태도가 필요함을 계속해서 역설한다. 그러므로 통일비용은 절대로 낭비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그 비용은 얼마 들지 않는다.


“우리가 통일의 비용을 물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북한이 북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국제환경을 조성하고,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새로운 교류방식을 만들자는 것이지 북한을 붕괴시키고 그 사후비용을 대겠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래서 ‘인정’이라는 말이 전제된 것입니다. 우리의 통일은 한 시점에 이루어지는 재결합이 아니라 교류에 의한 점진적 융합을 의미하는 것이죠. 국체(politeia)의 문제가 아니라 삶(bioteia)의 문제라는 것이죠.”


유시민·도올의 대담에 의하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대북지원은 퍼주기가 아니라 퍼받기라는 것이다. 퍼주기는 투자다. 통일비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분단고착 비용보다 싼 것이다. 분단을 유지하는 비용이 훨씬 더 소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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