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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흐름으로 보는 세계사

은화부터 비트코인까지…역사는 화폐가 지배한다!

송경 기자 l 기사입력 20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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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흘러온 과거를 보면 돈의 미래가 보이는 법

 

▲ 북부 출신인 링컨은 재무부에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미합중국 지폐(United States note)를 발행하게 했다. 그리고 1913년에는 미국식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이 설립되어 달러 발행권을 가졌다. <사진출처=Pixabay>    

 

매일 변화하고 있는 세계정세는 한두 가지 단편적인 뉴스만으로는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미중 무역 분쟁이나 한일 간 경제 갈등처럼 최근 우리를 둘러싼 주요 이슈들만 하더라도,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건 이면에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역사적인 문제까지 얽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금 변화하고 있는 세상이 ‘어째서 이와 같은 모습인가’에 대한 해답을 파고들면 출발점이 된 세계사의 변동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 변동은 대개 경제의 전환점과 일치한다. 그리고 경제의 전환점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통화’, 즉 ‘돈’이었다. 경제의 혈액이라 불리는 ‘통화’ 문제가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유용한 열쇠인 셈이다.


‘경제’와 ‘돈’의 관점으로 세계사를 재해석하려는 시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일본의 역사학자 미야자키 마사카쓰는 총체적인 역사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 책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를 베스트셀러로 띄운 바 있다.


미야자키 마사카쓰는 최근 한국에 선보인 책 <돈의 흐름으로 보는 세계사>(한국경제신문)에서 “국가나 민족, 이념 등의 기준이 아니라 ‘돈의 흐름’에 따라 조망해야 세계사의 진상(眞相)이 보인다”고 말한다.

 

일례로 로마 제국이 자멸한 것은 ‘질 낮은 통화’를 발행했기 때문이며, 로스차일드 가문이 19세기 유럽 금융의 지배자가 된 배경에는 나폴레옹 전쟁과 거액의 비용 문제가 얽혀 있었다.

 

또한 미야자키 마사카쓰는 파운드와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가 된 이유, ‘닉슨 쇼크’가 일어난 배경과 영향 등 돈의 흐름이 보이는 포인트를 30가지로 정리해 누구나 쉽게 세계 경제를 돌아볼 수 있게 한다.

 

‘통화의 역사가 곧 부의 역사’


서아시아 경제를 지배했던 시리아 상인은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에 아나톨리아반도(현재의 터키)의 은을 찾아내 화폐로 사용했다. 부패하지 않고, 가치가 변하지 않는 은덩이 덕분에 넓은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물건을 교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겔(Shekel)’이라는 무게 단위를 만든 것도 이 상인들이었다.


이후 화폐는 기원전 6세기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가 금과 은으로 주화를 발행하면서 널리 보급되었다. 이 ‘주화 혁명’의 영향으로 기원전 550년, 세계사에 이름을 올린 첫 번째 대제국 페르시아의 성립과 함께 세계 최초로 ‘통화’가 출현했다.

 

아시아에서는 황제가 동전을 발행해 통치의 수단으로 삼기도 했는데, 주화에 새겨진 문장과 각인은 신용의 근거가 되었으므로, 왕(황제)은 가치를 측정하고 보증하는 ‘가치의 창조자’로 간주되었고 화폐의 발행자로서 막대한 부를 손에 넣었다. 돈의 흐름을 관장하는 주체가 상인에게서 왕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후 10세기 이슬람의 상권이 확장되면서 심각한 은화 부족 사태가 일어났고, 중세 유럽의 종교전쟁과 식민지 전쟁 기간을 거쳐 17세기 말, 잉글랜드 은행 같은 민간은행에서 부족한 은화를 대신할 지폐를 발행했다.

 

그런데 지폐의 ‘신용’을 보증하고 유지하는 일은 유대상인처럼 돈 다루기에 숙달된 이들이 아니면 어려웠기에, 통화의 관리권은 왕과 영주의 손에서 상인의 손으로 옮겨가게 된다.


주체가 다시 바뀐 것은 19세기 남북 전쟁과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미국의 발전과 관련 있다. 북부 출신인 링컨은 재무부에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미합중국 지폐(United States note)를 발행하게 했다. 그리고 1913년에는 미국식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이 설립되어 달러 발행권을 가졌다.


더 극적인 변화는 1차 세계대전 이후에 일어났다. 군수 물자를 유럽에 수출한 미국으로 유럽의 금이 넘어왔고, 2차 세계대전 후에는 세계 공업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금의 4분의 3이 미국으로 모여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4000년 전 처음 화폐가 발명된 이후, 돈은 한 번도 그 흐름을 멈춘 적이 없었고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곳에 축적된 자본은 언제나 경제 성장이 기대되는 새로운 영역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다.

 

10년간의 문화대혁명 이후 ‘개혁개방’을 추진한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하면서 글로벌 자본력을 키웠고, 2000년대 이후 ‘소비 시장’ 또한 거대해지면서 중국 경제는 미국 경제를 위협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는 또한 앞으로 돈의 흐름을 결정하는 새로운 주체가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래의 ‘부’는 어디 가닿을까


닉슨 쇼크(1971) 이후 현재에 이르는 반세기 동안은 경제의 격동기였다. 미국의 월가는 지금까지 ‘금’에 묶여 있던 달러를 남발하는 동시에 ‘증권 혁명’을 일으켜, 거품 경제를 부추겼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통화를 교환의 수단이 아닌, 투자의 수단으로서 더욱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한편 인터넷이 1990년대 이후 금융 거래의 중요한 매체로 떠오르면서, 전자화폐가 세계적 규모로 퍼졌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2008년,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을 응용한 비트코인(가상통화, 암호화폐)에 이목이 쏠렸다.


일견에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일상화, 화폐의 재료가 종이에서 전파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 리먼 쇼크로 증권 버블이 꺼져, 금융 상품이나 기존 화폐에 대한 신뢰가 줄어든 점을 들어 중앙은행의 통제에서 벗어나 개인이나 기업이 자유롭게 세계 통화를 만들 수 있고, 비트코인이 그러한 ‘민주적 화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특정 개인에게 ‘통화’를 만드는 권리를 부여하는 게 옳은지(공공성), 그 가치는 무엇으로 보증하는지(안정성)에 대한 의문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실 역사를 되돌아보면 부의 향방은 ‘돈의 형태’가 아니라 ‘돈을 둘러싼 시스템’에 달려 있었다. 미래에는 더 획기적이고 다양한 시스템이 개발될 수 있기에, 통화의 현재 상황과 역사를 바탕으로 숨 가쁘게 변화하는 국제 정세를 이해하고 자신의 입지를 잃지 않으며 미래를 예측해 나간다면, 돈의 흐름이 어디에 가닿을 것인지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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