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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는 길에 들러볼 만한 맛있고 멋있는 휴게소 여행지

장미다방·대신상회·교복점원…여기, 촬영장이야? 휴게소야?

정리/김수정 기자 l 기사입력 20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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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추석 명절이 찾아왔다. 한가위와 설날처럼 우리 민족이 대이동을 하는 명절 연휴에는 하루 평균 455만 대의 차가 고속도로에 몰려든다고 한다. 오랜 만에 고향집 부모님과 친지들을 만날 생각을 하면 설레지만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속도로 상황을 떠올리면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가? 그렇다면 고속도로 휴게소에 관한 정보를 미리 챙겨뒀다가 귀성길·귀경길에 요긴하게 써먹어 보라! 대한민국 고속도로는 엄청나게 진화했다. 이제는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들렀다가 가락국수로 대충 요기나 때우던 그 시절의 휴게소가 아니다. 개그우먼 이영자도 반한 휴게소 맛집에서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볼거리까지 그득하다. 한가위 귀성길·귀경길에 지나치기 아까운, ‘맛있고 멋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여행지를 소개한다.

 


 

2017년 개통 상주영천고속도로 삼국유사군위휴게소, 개성 톡톡
1970년대 분위기에 포장마차·객차…여행객 ‘어?’ ‘와!’ 무한 반복


유유히 흐르는 강을 품은 금강휴게소는 그 자체로 여행지 되는 곳
강변엔 도리뱅뱅이 파는 음식점 늘어서고, 둑 따라 강태공들 ‘눈길’

 

1. 경북 군위 삼국유사군위휴게소와 군위영천휴게소


고속도로 휴게소는 장거리 여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이다. 이용자가 필요에 따라 찾는 공간이니, 간단히 요기하거나 급하게 해결할 일이 없다면 설레는 여행길에 굳이 시간 들여 찾아갈 이유가 없다. 더욱이 ‘이번 여행길엔 ○○휴게소에 꼭 가봐야지’ 같은 여행 계획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분명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한데 고속도로 휴게소에 기분 좋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급하게 우동 한 그릇 먹고, 화장실 들렀다 휑하니 떠나는 휴게소가 아니라 조금 더 머물고 싶은 공간이자, 여행길이 다소 멀어지더라도 애써 찾아가는 공간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이제는 당당히 여행 코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시원하게 뻗은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만나는 삼국유사군위휴게소와 군위영천휴게소도 그런 곳이다.


삼국유사군위휴게소는 상주영천고속도로 상주 방향 37km 지점에 있다. 동군위 IC와 신녕 IC 중간쯤 되는 위치다. 상주영천고속도로가 개통한 2017년 6월에 영업을 시작했으니,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새내기 휴게소다.

 

1970년 7월7일에 문을 연 추풍령휴게소가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 휴게소이니 삼국유사군위휴게소는 아들뻘인데, 늦둥이의 반란이 심상치 않다. ‘휴식’의 역할에 충실하던 1세대 휴게소에게 ‘개성’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것. 삼국유사군위휴게소가 선택한 키워드는 ‘복고’다.

 

▲ ‘복고’를 테마로 한 삼국유사군위휴게소. 휴식 공간도 1970년대 다방 분위기로 꾸몄다.    


삼국유사군위휴게소는 외관이 평범하다. 어느 고속도로에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대다수 사람들이 ‘어?’와 ‘와!’를 무한 반복한다. ‘어?’는 이게 뭔가 하는 궁금증에서, ‘와!’는 이런 휴게소도 있구나 하는 감탄에서 나온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는 1960~1970년대 분위기 인테리어에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환한 웃음을 보이며 즐거워한다는 얘기. 휴게소에 포장마차와 객차가 버티고 섰으니 이게 뭔가 싶었는데, 모두 식사와 휴식을 위한 테이블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웃음 짓는다.


커피 매장 앞에는 인조가죽을 씌운 두툼한 소파가 놓였고, 벽에는 붉은 페인트로 쓴 ‘장미다방’이라는 글씨가 또렷하다. 장미다방 맞은편 벽을 가득 채운 〈고교 얄개〉 〈웃고 사는 박서방〉 같은 옛날 영화 대형 포스터도 반갑다.

 

곳곳에 있는 센스 넘치는 소품에 자꾸 눈길이 간다. 주번이나 당번이 차던 완장, 가로등 켜진 나무 전봇대 아래 쇠사슬로 묶어놓은 자전거, 전선에 나란히 앉은 참새들, 음수대 위에 ‘물 마시는 곳’이라는 글씨와 함께 매단 구식 펌프는 보는 것만으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 교복 차림으로 진열대를 정리하는 직원.    

 

검정 교복을 맞춰 입은 매장 직원도 훌륭한 주연들이다. 이런 곳이다 보니 ‘대신상회’라고 부르는 편의점에서 쫀드기, 라면땅, 강냉이 같은 그 시절 먹거리를 파는 게 아주 자연스럽다.

 

▲ ‘대신상회’ 간판을 단 삼국유사군위휴게소 내 편의점.    


복고를 테마로 꾸민 휴게소답게 이곳의 대표 먹거리는 ‘추억의 도시락&라면’이다. 보글보글 끓인 라면에 김치볶음, 멸치무침, 구운 소시지, 김, 화룡점정 달걀 프라이까지 담아낸 도시락을 보면 시끌벅적하던 학창 시절 점심시간이 떠오른다. 라면은 면이 불기 전에, 도시락은 예전처럼 뚜껑을 덮고 힘껏 흔들어 먹어야 제맛이다.

 

▲ 객차를 본떠 제작한 테이블.    


삼국유사군위휴게소는 군위 여행의 전초기지 역할도 톡톡히 한다. 이곳에서 5km 정도 떨어진 동군위 IC를 이용하면 군위의 대표 여행지인 인각사, 화산산성, 화본역 등에 가기 쉽다.

 

군위군에서는 휴게소의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휴게소 관광 안내소에 군위군 대표 여행지 27곳을 소개한 ‘군위 네비북’을 비치했다. 책갈피 사이즈로 제작한 알록달록 네비북에는 삼국유사군위휴게소를 출발점 삼아 각각의 여행지로 가는 방법과 거리, 시간을 간단한 지도로 표시했다. 참고로 삼국유사군위휴게소에서 인각사까지 18km(27분), 화산산성까지 25km(40분), 화본역까지 9km(10분) 거리다.


삼국유사군위휴게소가 복고를 테마로 한다면, 영천 방면 군위영천휴게소는 ‘공장’을 테마로 내부를 꾸몄다. 버려진 공장을 카페나 식당으로 꾸민 업사이클링 공간의 휴게소 버전이라고 할까. 실제 폐공장을 휴게소로 재활용한 것은 아니지만, 벽면 콘크리트를 드러내고 벽돌을 쌓아 음수대를 만드는 등 새로 지은 건물을 낡아 보이게 한 노력이 인상적이다. 직원 유니폼은 안전제일 마크가 선명한 작업복이다.


삼국유사군위휴게소와 군위영천휴게소는 독특한 테마만큼 휴게소의 기본에도 충실하다. 특히 먹거리 위생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 결과 양방향 휴게소에 모두 입점한 ‘소담상’ ‘바삭카츠’ ‘진한국물탕’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음식점 위생 등급 ‘우수’를 받았다.

 

몰카 클린 존으로 운영되는 모유 수유실과 화장실은 하루 3회 이상 몰카 탐지기를 이용해 자체 감시하며, 모유 수유실은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아기와 엄마가 행복한 방’으로 지정했다. 휠체어, 목발, 유모차 등을 갖춘 장애인 편의 시설과 차량 261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등은 두 휴게소 모두 같은 규모로 조성했다.


군위를 <삼국유사>의 고장이라 부르는 건 인각사 때문이다. 선덕여왕 시절에 원효가 창건한 인각사는 이후 일연이 중창하고, 일연은 이곳에서 <삼국유사>를 저술했다. 일연의 사리를 모신 인각사 보각국사탑과 그의 행적을 기록한 보각국사탑비(보물 428호)가 지금까지 전한다. 이외에도 고려 시대 불상인 군위인각사석불좌상(경북유형문화재 339호)과 군위인각사삼층석탑(경북문화재자료 427호)이 있고, 인각사와 일연에 대한 내용을 설명한 전시관도 마련했다.


화산산성(경북기념물 47호)은 미완의 성이다. 조선 숙종 때 윤숙이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성했으나, 거듭된 흉년과 질병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윤숙이 전라도 병마절도사로 전출된 뒤에는 20년간 후임자가 없어 미완의 성으로 남았다. 당시 축조된 홍예문과 수구문, 이 둘을 잇는 200m 남짓한 성벽으로 그 이름을 전한다. 화산산성을 품은 화산마을의 전망대는 군위호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 포인트다.


화본역은 동화책에 나올 듯한 작고 예쁜 간이역이다. 2011년 코레일과 군위군이 주관한 ‘화본역 그린 스테이션 사업’ 일환으로 1930년대 화본역의 모습을 재현했다. 1938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화본역에는 지금도 하루에 여섯 번 기차가 선다. 철도 너머 산책로를 따라가면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급수탑이 있다.

 

<글·사진/정철훈(여행작가)>

 

2. 충북 옥천 금강휴게소


여행길에 꼭 들르는 휴게소. 대다수 여행자들이 우동이나 김밥, 돈가스 같은 음식으로 시장기를 해결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쉬었다 가려고 들르는 곳이다. 짧게는 10여 분, 길어도 30분 이상 머무르지 않는다.


하지만 휴게소 자체로 여행지가 되는 곳이 있다. 식사하고 차 마시고 여기저기 둘러보면 한 시간이 훌쩍 넘는다. 충북 옥천에 자리한 금강휴게소가 그렇다. 휴게소 뒤쪽으로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마시다 보면, 이곳이 여행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 금강휴게소 뒤쪽 테라스에서 유유히 흐르는 금강이 보인다.    


1971년 문을 연 금강휴게소는 지금도 우리나라 고속도로를 대표하는 휴게소지만, 2004년까지만 해도 서울과 경상도를 오가는 고속버스 상당수가 이곳에 정차해 무척 혼잡했다. 상행선과 하행선 시설이 분리된 일반적인 고속도로 휴게소와 달리, 금강휴게소는 하행선 쪽에 위치한 휴게소 시설을 함께 사용한다. 회차가 가능한 고속도로 휴게소 네 곳 중 한 곳이라 드라이브 삼아 찾는 여행객도 있다.

 

▲ 금강휴게소에서 즐기는 커피 한잔의 휴식.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빼어난 자연경관이다. 휴게소 건물을 설계할 당시부터 산과 강이 맞닿은 주변 경치를 십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뒀다. 주차장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도록 건물을 배치하는가 하면, 통유리를 설치해 휴게소 안에서도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일까. 여타 고속도로 휴게소 이용객은 대부분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식당과 스낵 코너, 편의점 등으로 가지만, 금강휴게소를 찾은 이들은 먼저 휴게소 뒤쪽 테라스로 달려간다.


금강휴게소는 애초부터 금강 변에 자리한 유원지로 시작된 곳이다. 휴게소에서 금강 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차를 이용해 외부 도로를 따라 금강 변으로 내려가 낚시와 수상스키를 즐길 수도 있다. 강변에는 금강의 별미인 도리뱅뱅이를 파는 간이음식점이 늘어섰고, 둑을 따라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이 눈에 띈다.


금강휴게소의 별미는 도리뱅뱅이다. 작은 민물고기를 기름에 튀긴 뒤 고추장 양념으로 조리는데, 금산·옥천·영동·무주 등 금강 유역의 마을에서 접하기 쉬운 음식이다. MBC-TV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개그우먼 이영자가 소개한 뒤,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 담백하고 고소한 도리뱅뱅이.    

 

새빨간 양념 옷을 입은 도리뱅뱅이는 보기에도 군침이 흐른다. 비린내 없이 고소하고, 바삭바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담백한 피라미를 기름에 튀기면 멸치처럼 고소한 맛이 더한다. 피라미는 민물고기지만 완전히 익혔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시간이 나면 휴게소에서 굴다리로 연결된 조령리 마을에 가보자. 금강휴게소에서 굴다리를 지나면 닿는 마을로,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가 유명하다. 생선국수는 쏘가리, 동자개(빠가사리), 메기 등 갓 잡아 올린 신선한 민물고기를 통째로 두 시간쯤 삶아 고춧가루, 고추장, 생강, 후춧가루, 된장, 들깻가루, 부추, 청양고추, 깻잎 등을 넣고 얼큰하게 끓인 음식.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이 밖에도 금강휴게소에는 자잘한 즐길 거리가 많다. 금강 쪽 테라스에 있는 ‘사랑의그네’는 드라이브해서 이곳에 놀러 온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다. 난간 쪽 철조망에 이들이 사랑을 염원하며 다닥다닥 매단 자물쇠가 보인다.


옥천은 ‘향수’의 고장이다. 충북 옥천에서 태어난 정지용(1902~1950) 시인은 1922년 휘문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일본 도시샤대학에 입학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향수’는 시인이 일본 유학 시절,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표현한 시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 ‘향수’ 중)


옥천읍 하계리에 있는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은 시인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엿보는 곳이다. ‘지용 연보’와 ‘지용 문학지도’, 시집 등을 통해 우리나라 현대 시에서 시인이 차지하는 위상을 이해할 수 있다.


군북면 추소리에 가면 부소담악을 만난다. 말 그대로 물 위에 솟은 기암절벽인데, 길이가 무려 700m에 달한다. 조선 시대 학자 송시열이 ‘소금강’이라 예찬한 절경이다. 대청댐이 준공되면서 본래 산이던 곳 일부가 잠겨 물 위에 있는 병풍바위 같은 풍경이 됐다. 호수를 따라 장승공원까지 나무 데크가 설치됐고, 그 끝에 호수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추소정이 있다.


우리 술에 관심 있다면 이원면에 자리한 이원양조장을 찾아보자. 1930년대에 설립해 4대째 막걸리를 빚는 곳으로, 누룩을 직접 띄워 ‘아이원생막걸리’ ‘향수’ ‘시인의마을’ 등을 만든다. 발효실, 입국실, 누룩방 등 곳곳에 남은 시설에서 옛 양조장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예약하면 견학과 시음도 가능하다. ‘향수’는 우리밀 100%로 만든 막걸리로, 묵직하면서 두터운 맛이 일품. 도리뱅뱅이를 안주로 옆에 두면 옥천의 맛이 완성된다.

 

<글·사진/정철훈(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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