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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탄소섬유 독립선언 막후

“미래산업의 쌀 ‘탄소섬유’ 키워 소재강국 한 축 담당”

김혜연 기자 l 기사입력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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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이 ‘탄소섬유 독립’을 선언하며 탄소섬유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로 했다. ‘꿈의 첨단소재’로 불리지만 일본 의존도가 높은 탄소섬유에 1조 원의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톱3 탄소섬유 기업 도약을 천명한 것. 탄소섬유는 수소전기자동차와 항공기 등의 소재로 주로 쓰이며, ‘미래산업의 쌀’로도 불린다. 이 때문에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품목에 포함돼 있는 핵심 품목이기도 하다. 효성그룹을 이끄는 조현준(51) 회장은 지난 8월20일 효성첨단소재 주식회사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탄소섬유 산업 독립’을 천명해 주목을 끌었다. 조 회장의 탄소섬유 대규모 투자에는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극일(克日)’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의존도 높은 탄소섬유에 1조 공격적 투자로 ‘극일’ 결의
2028년까지 공장 12배 키워 연간 생산량 2만4000톤으로 확대


문재인 대통령 “탄소섬유 국가 전략산업 육성” 적극 지원 약속
철보다 가볍고 10배 강한 첨단소재…효성 세계에서 4번째 개발

 

▲ 효성그룹을 이끄는 조현준 회장은 지난 8월20일 효성첨단소재 주식회사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탄소섬유 산업 독립’을 천명해 주목을 끌었다.    

 

효성그룹이 2028년까지 탄소섬유에 1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섬유 생산기지를 만든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8월20일 전라북도 전주에 위치한 효성첨단소재 공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신규 투자 협약식’에서 “탄소섬유에 향후 9년간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연간 생산량 2000톤 규모(1개 라인)인 공장을 2028년까지 12배 더 키워 연산 2만4000톤(10개 라인)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의 생산설비를 대폭 늘리는 내용으로 단일규모로는 세계 최대다.

 

‘탄소섬유 굴기’ 1조 투자


조 회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탄소섬유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 독자 기술개발에 뛰어들었다”며, “탄소섬유 후방산업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수소경제로 탄소섬유의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만큼 탄소섬유를 더욱 키워 ‘소재강국 대한민국’ 건설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 회장은 또한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1등이 가능한 이유는 소재부터 생산공정까지 독자 개발해 경쟁사를 앞서겠다는 기술적 고집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또 다른 소재 사업의 씨앗을 심기 위해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효성그룹의 이 같은 계획 실현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전주시 등 정부·지자체와 일진복합소재 등 관련 기업들이 함께 하기로 했다.


효성그룹의 대규모 투자에 따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면서 소재·부품산업 육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일본 의존도가 높은 탄소섬유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2028년까지 10개 라인 증설이 끝나면 효성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019년 현재 11위(2%)에서 글로벌 3위권(10%)으로 올라서게 된다. 효성그룹 측은 투자 확대에 힘입어 전주공장의 고용 인원도 현재 400명 수준에서 대폭 늘어나 2028년까지 2700여 명으로 늘어나 23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통령 “탄소섬유 팍팍 밀겠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에 화답하며 이날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을 찾은 자리에서 “탄소섬유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전주공장 방문은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민간기업의 ‘탈(脫) 일본’을 독려하기 위한 행보이자, 경쟁력 강화에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탄소섬유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 소재다.

 

▲ 문재인 대통령은 8월20일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을 찾은 자리에서 “탄소섬유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며 정부의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효성그룹과 전라북도, 전주시의 투자협약 체결을 축하하고, 정부 지원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꿈의 첨단소재’라 불리는 탄소섬유가 2016년 리우 올림픽 때 우리 양궁 선수들의 활과 화살, 최신 여객기의 동체와 날개 등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쓰이는 사례를 설명한 뒤 “그러나 탄소섬유 분야에서 우리는 아직 후발주자”라며 “오늘 투자협약식이 첨단소재 강국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효성의 담대한 도전과 과감한 실행을 정부도 적극 뒷받침하겠다”며 세 가지 구체적인 지원 방향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탄소섬유 등 소재 산업의 핵심 전략품목에 과감한 지원과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협력모델을 구축해 국내 탄소섬유 산업 생태계를 개선해 가겠다”고 약속하면서 “향후 10년간 학부, 석박사, 재직자 교육을 통해 약 9000명 규모의 탄소 연구인력과 산업인력을 배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책임 있는 경제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핵심소재의 특정국가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며 “오늘 탄소섬유 신규 투자가 첨단소재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다양한 분야 신규 투자 촉진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주공장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수소) 충전소, 2차 전지 여러 가지 부문에서 혹시 일본이 소재 수출을 통제하면 우리가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국민들은 걱정들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 회장이 “세계 최초로 탄소섬유 제조에 대한 일관 공정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하자 “자신이 있다는 말씀이시죠?”라고 되묻기도 했다. 조 회장은 이에 “자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공장에서 탄소 소재로 만든 자동차 모형을 보고 “효성이 완전히 돈 벌겠는데요?”라며 덕담도 건넸다. 효성그룹 관계자가 “자동차 모형은 탄소 한 가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하자 “요즘은 꿈을 꾸면 몇 년 뒤에 현실이 된다”고 놀라워했다.


조 회장은 이 자리에서 탄소섬유로 만든 등산용 스틱을 선보이며 “대통령께서 등산을 좋아하시는데 나중에 개마고원 트레킹 가실 때 꼭 써달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이날 행사에서는 효성그룹과 전라북도, 전주시 등 정부·지자체 간 ‘신규 증설 및 투자지원을 위한 투자 협약식’도 진행됐다.


효성그룹은 이날 일진복합소재(수소 저장용기), 한국항공우주산업(항공기 부품), SK케미칼(탄소섬유 중간재), 밥스(로봇팔), 삼익 THK(로봇장치) 등 탄소섬유를 공급받는 기업과 공동 기술개발 등의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탄소섬유 기술 개발 등 산업생태계 구축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탄소섬유 미래 먹거리 찍은 까닭


탄소섬유는 자동차용 내외장재, 건축용 보강재에서부터 스포츠 레저 분야, 항공우주 등 첨단 미래산업에 이르기까지 철이 사용되는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꿈의 신소재’다. 철과 비교했을 때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10배의 강도와 7배의 탄성을 갖고 있다. 내부식성, 전도성, 내열성이 훨씬 뛰어나 ‘미래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원료인 탄소는 석유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탄소섬유로 개발하면 부가가치가 탄소의 수백 배로 뛴다. 그러나 항공·우주·방산 등에 사용되는 소재인 만큼 전략물자로서 기술이전이 쉽지 않고, 독자적인 개발도 어려워 세계적으로 기술보유국이 손에 꼽을 정도다.


효성그룹은 지난 2006년 미래 주력산업으로 탄소산업을 선정한 지 약 7년 만인 2013년 5월 국내 최초로 중성능 탄소섬유의 제품개발과 양산화, 판매에 성공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독자기술을 바탕으로 T-700급 탄소섬유 ‘탄섬(TANSOME)’ 개발에 성공, 2013년부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탄섬’ 브랜드에는 ‘강력한 불길에서 태어난 경이로운 탄소섬유’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효성그룹은 일본·미국·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한 이후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국내 탄소섬유 산업의 자체 경쟁력은 아직 열악하다는 지적이 많다.

 

2019년 현재 국내 탄소섬유 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약 4% 규모에 불과하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탄소섬유 시장점유율 1위는 독보적 경쟁력을 가진 일본의 도레이다. 도레이는 전 세계 탄소섬유의 약 40%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2014년에 보잉과 차세대 항공기 제작용 탄소섬유를 10년간 독점 공급하는 10조원 규모 계약을 성사시킨 것은 독보적 입지를 보여준 사례다.

 

이 외에도 미쓰비시케미컬과 데이진이 각각 10% 정도의 세계 시장점유율을 지니고 있다. 일본의 빅3가 세계 시장의 약 60%를 장악하고 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성그룹이 탄소섬유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찍은 건 그만큼 시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 후지경제연구소의 ‘2018 탄소섬유복합재료 관련기술 및 용도 시장전망’ 자료에 따르면,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2016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15년간 판매량 기준 약 383%, 금액 기준 약 211% 성장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수소탱크와 CNG 고압용기에 쓰이는 탄소섬유 시장은 같은 기간 판매량 기준 937%, 금액 기준 691% 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산업 등 확장성 무궁무진


실제로 탄소섬유는 수소경제를 뒷받침할 핵심 소재로도 꼽히고 있다.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소용 저장용기의 핵심 소재로 탄소섬유가 쓰이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기체인 수소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하려면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탄소섬유가 필수다.


지난 1월,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해 전·후방 경제적·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수소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약 1800대 수준이던 수소차를 2022년까지 약 8만1000대, 2040년 약 620만 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차는 차량을 경량화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주는 미래 친환경 자동차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섬유는 수소차 수소연료탱크의 핵심 소재로 수소 에너지의 안전한 저장과 수송, 이용에 반드시 필요하다. 수소연료탱크는 플라스틱 재질 원통형 용기로, 여기에 탄소섬유를 감아 강도와 안정성을 높여준다. 탄소섬유는 가벼우면서도 일반 공기보다 수백 배의 고압에 견뎌야 하는 수소연료탱크에 없어서는 안 될 소재다.

 

2030년까지 수소연료탱크용 탄소섬유 시장은 12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커져 2030년엔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이 같은 성장성에 주목하고 올해 2월에도 468억 원을 투자해 전주에 탄소섬유 생산공장 증성에 들어갔었다. 기존 부지에 라인을 추가해 현재 연산 2000톤에서 4000톤 규모로 증설하며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공장 증설은 탄소섬유가 수소차의 핵심부품인 수소연료탱크와 CNG(Compressed Natural Gas, 압축천연가스) 고압용기 제작에 사용되면서 2030년까지 수소연료탱크는 120배, CNG 고압용기는 4배 이상 성장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효성그룹은 2015년부터 시내버스 CNG 고압용기용 탄소섬유를 납품해 왔다. 탄소섬유 CNG 고압용기는 강철로 만든 용기에 비해 인장강도가 강해 폭발위험을 최소화해 안전하고, 2배 이상 가벼워 친환경적이다. 특히 수소차의 경우 경량화가 필수적이라 반드시 탄소섬유 고압용기를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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