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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행간에 담긴 메시지 집중분석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만들자”…‘새로운 한반도’ 강조

송경 기자 l 기사입력 201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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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아무도 흔들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광복절 기념식은 3·1 독립운동의 성지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진행됐다. 광복절 경축식이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15년 만이다. 이번 광복절 경축식은 대법원의 일제 징용자 판결에서 비롯된 일본의 경제보복 등 민감한 시기에 정부 경축식이 독립기념관에서 열려 관심이 높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식에 두루마기를 입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2017년과 2018년 경축식에는 정장 차림으로 참석했다. 임시정부 적통을 강조하고, 광복의 의미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표현엔 自强·克日 의지 분명히
책임 있는 경제강국 건설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비전 제시


일본이 대립과 갈등보다 대화와 협력으로 가야 하는 점 설득
문재인 대통령 경축사에 대한 여야의 평가 극명하게 엇갈려

 

▲ 문재인 대통령은 8월15일 3·1 독립운동의 성지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진행된 광복절 경축식에 두루마기를 입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시 다짐한다”고 말했다. 또한 책임 있는 경제강국 건설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동북아 상생의 길을 열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이날 오전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두루마기 차림으로 참석한 문 대통령은 “어떤 위기에도 의연하게 대처해온 국민들을 떠올리며 우리가 만들고 싶은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시 다짐한다”며 역설했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는 표현에는 문 대통령의 ‘자강(自强)과 ‘극일(克日)’ 의지가 잘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외세의 침략적 경제 보복에도 나라를 지킬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경축식에는 독립유공자와 유족, 광복회원, 정부 주요 인사 등 2000여 명을 비롯해 행사에 앞서 우산을 쓰고 연인과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가족 등이 방문하며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문 대통령은 “74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세계 6대 제조강국, 세계 6대 수출강국의 당당한 경제력을 갖추게 되었다”며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열었고, 김구 선생이 소원했던 문화국가의 꿈도 이뤄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며 “아직도 우리가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이며, 아직도 우리가 분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세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첫째, 자유무역의 질서를 지키고 동아시아의 평등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책임 있는 경제강국. 둘째,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며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 셋째, 평화경제 구축하고 통일로 광복 완성이다.


문 대통령은 “늦어도 2045년 광복 100주년에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 된 나라(One Korea)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는 약속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광복절을 맞아 임기 내에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확고히 하겠다고 다짐한다”면서 “그 토대 위에서 평화경제를 시작하고 통일을 향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과 함께 ‘평화의 봄’에 뿌린 씨앗이 ‘번영의 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늦어도 2045년 광복 100주년까지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 된 ‘원 코리아(One Korea)’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고 약속한다”고 힘 주어 말했다.


자신의 임기 내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이 바탕 위에 차기 정부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유치에 도전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앞선 두 차례의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통일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목표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계속된 핵·미사일 위협 국면 속에 맞이한 취임 후 첫 광복절엔 흡수통일을 비롯한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론적 수준의 메시지만 제시했다. 비핵화 대화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에는 분단 극복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당장의 정치적 통일 대신 남북 경제공동체를 이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일은 역대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  ‘단골 메뉴’로 등장해 오면서도 크게 공감을 얻지 못했다.  손에 잡히지 않은 추상적인 개념 속에서만 존재하던 것으로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당면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가려 힘을 얻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이번 경축사에선 통일의 구체적인 시점과 수단을 함께 제시했다. 지향점을 보다 분명히 밝힘으로써 국민 인식 속에 자리하고 있는 통일에 대한 추상적 개념을 다소 구체적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겼다고 할 수 있다.


향후 26년 후 도래하는 광복 100주년 전까지 통일이 필요하며,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를 발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이 이날 제시한 구체적인 통일 구상이다. 

 

반일 대신 극일에 방점


문 대통령의 이날 광복절 메시지는 ‘반일(反日)’ 대신 우리의 역량을 끌어올려 ‘극일(克日)’을 이루자는 데 방점을 찍었다. 또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야 하며, 일본이 지금이라도 대화와 협력 의사를 밝힌다면 언제든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제안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를 성찰하는 것은 과거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는 것”이라며 “일본이 이웃나라에게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우리는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협력해야 함께 발전하고, 발전이 지속가능하고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자유무역 질서가 깨질 수밖에 없다”며 “먼저 성장한 나라가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인들이 평창에서 ‘평화의 한반도’를 보았듯이 도쿄 올림픽에서 우호와 협력의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내각의 최대 관심사인 도쿄 올림픽을 두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라고 표현한 것은 일본이 대립과 갈등보다는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설득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도발과 관련 문 대통령은 “북한의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큰 성과”라며 “북한의 도발 한 번에 한반도가 요동치던 그 이전의 상황과 분명하게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 경제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보다 강력한 방위력을 보유하고 있다. 만전을 다하고 있지만 궁극의 목표는 대결이 아니라 대화에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과 동요 없이 대화를 계속하고, 일본 역시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며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강 이승훈 선생의 “나는 씨앗이 땅속에 들어가 무거운 흙을 들치고 올라올 때 제 힘으로 들치지 남의 힘으로 올라오는 것을 본 일이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자강(自强)’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힘으로 분단을 이기고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 책임 있는 경제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우리가 일본을 뛰어넘는 길이고, 일본을 동아시아 협력의 질서로 이끄는 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치며 연설을 마쳤다.

 

▲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의 마무리 부분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치며 연설을 마쳤다.    

 

정치권 경축사 평가 극과 극


이날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진정한 광복의 의미를 일깨우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높이 산 반면, 야권에서는 대통령의 상상력이 돋보인 ‘동화’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경축사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일본의 경제보복과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들을 도약의 발판으로 일거에 전환하고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역량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대통령으로서의 비전과 리더십이 돋보이는 경축사”라며 “자력으로 일본을 뛰어넘고 대륙과 해양을 이으며 뻗어가는 대한민국,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과업을 이뤄냄으로써 광복을 완성하며, 동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그려낸 경축사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에 대해서는 “작금의 일본 경제보복을 극복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일본이 동아시아 협력 질서에 기여함으로써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원숙함과 포용력을 과시했다”며 “나아가 열강에 의해 휘둘렸던 과거의 대한민국에서 이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나아가 동아시아와 세계평화를 주도하는 나라로서의 구체적 형상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변인은 북핵 문제에 관한 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진정한 광복은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경제를 바탕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이라고 광복의 의미를 분명히 했다”며 “나아가 북한을 비핵화와 경제번영으로 인도하고,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광복 100주년을 맞는 2045년에 평화와 통일로 하나 된 나라, ‘원 코리아(One Korea)’의 기반을 다지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원칙과 대의로만 여겨졌던 통일의 과업을 통시적인 목표로 뚜렷이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평가는 정반대였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어 “문 대통령의 경축사는 막연하고 대책 없는 낙관, 민망한 자화자찬, 북한을 향한 여전한 짝사랑이었다”고 비판했으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가슴이 뜨거워지는 말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 들어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가 되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대응을 국민들에게 주문했는데, 반일정서 선동에 열일을 다하고 있는 민주당부터 진정시키는 게 대통령이 우선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자강의 길을 모색하면서도 동아시아 연대의 시선을 놓치지 않은 힘 있는 경축사였다”고 높이 평가하면서 “말이 곧바로 현실이 되지는 않는다. 국가적 현실은 여전히 더 치밀하고 구체적인 전략과 계획을 요구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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