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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건조기 ‘자동세척 기능’ 논란

“콘덴서 믿었는데 먼지범벅에서 옷 말렸다니…”

김혜연 기자 l 기사입력 2019-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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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불량 제품과 저질 서비스의 실태를 고발하는 ‘똑부러진’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들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이제 소비자 문제는 정부나 소비자 보호기관의 노력으로 그치던 단계를 넘어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소비자 정보제공 창구인  <컨슈머 리포트>까지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정보로 무장하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본지에서도 독자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실용적인 소비자 정보와 자료를 전달하는 생활환경 감시 페이지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자동세척 콘덴서’ 기능 미흡으로 먼지·물때 끼고 악취 유발
LG전자 ‘10년 무상보증’ 대책 내놓으면서 “성능엔 문제 없다”

 

▲ LG전자 건조기 논란의 핵심은 ‘자동세척 콘덴서’에 먼지와 물때가 끼어 건조 성능 저하와 악취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백색가전 명가 LG전자가 자존심을 구겼다. 요즘 잘나가는 의류건조기 제품의 콘덴서(응축기) 자동세척 기능 미흡으로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LG전자는 ‘트롬 건조기’를 판매하면서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을 자랑거리로 내세웠다. 하지만 문제의 ‘자동세척’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소비자의 불만이 줄을 이으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SNS를 중심으로 LG전자 ‘트롬 듀얼 인버터 히트 펌프 건조기’에 탑재된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먼지를 제대로 씻어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콘덴서가 먼지범벅이 되고 악취를 유발한다는 소비자의 불만이 쏟아진 것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LG전자 건조기 관련 소비자 피해는 530건에 이르렀다고 한다. 특히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 관련 피해는 2018년 2건에 불과했지만, 2019년 6월까지 29건으로 늘었고 7월1일부터 8일까지 147건이나 추가로 접수됐다고 한다.


LG전자 건조기 논란의 핵심은 ‘자동세척 콘덴서’에 먼지와 물때가 끼어 건조 성능 저하와 악취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LG전자의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의류건조기를 구입한 40대 후반 주부 는 “160만 원가량을 주고 건조기를 구입했는데, 면소재의 빨래에서 썩는 냄새가 났다”면서 “확인해 보니 LG전자에서 ‘자동세척을 해준다’고 광고했던 콘덴서 부분에 먼지가 잔뜩 눌어붙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주부는 지난 6월29일 ‘LG 건조기 자동 콘덴서 문제점’이라는 네이버 밴드를 개설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스스로를 “생후 7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고 밝히면서 “미세먼지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콘덴서마저 깨끗하게 유지해준다는 광고를 보고 LG전자 건조기를 샀지만 인터넷에서 먼지와 이물질로 가득한 건조기 내부 사진들을 본 이후, 건조기 사용을 중단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기 옷 때문에 털기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건조기를 구입한 건데 결국 먼지 구덩이 속에서 옷을 건조하고 있었던 셈”이라며 허탈해했다. 

 


콘덴서는 증기를 냉각해 열을 뺏고 수분을 배출해 일명 ‘열교환기’라고도 불린다. LG전자 건조기는 뜨거운 바람이 2개의 먼지 필터를 거쳐서 콘덴서를 지나는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이때 충분히 걸러지지 않은 먼지들이 콘덴서에 들러붙게 된다. 이것을 세척하기 위해 해당 제품은 ‘응축수’를 분사하는데 이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악취 문제가 제기되는 등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수리를 요청해도 몇 만원의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했고, LG전자 측이 관련 부품을 촬영하지 못하게 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을 자극해 논란을 키웠다.


파문이 커져가자 LG전자 측은 7월9일 LG 의류건조기 이슈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고객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LG전자 측은 일부 의류 건조기 제품의 콘덴서(응축기)에 먼지가 끼는 현상과 관련해 ‘10년 무상보증 서비스’ 등의 대책도 내놨다. 그러면서도 건조기의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고수했다.


LG전자는 입장문에서 “LG 의류건조기는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옷감을 건조하므로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면서 “하지만 일부 우려에 대해 고객 입장에서 고민한 결과 자동세척 콘덴서에 대해 10년 무상보증 서비스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LG전자 측은 “콘덴서에 일정 수준의 먼지가 있더라도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따라서 보증기간 동안 LG전자 서비스센터에 연락하면 엔지니어가 방문해 적정한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LG전자는 그간 건조기의 핵심부품인 ‘인버터 컴프레서’에 한해 10년의 무상 보증기간을 운영했다. 자동세척 콘덴서 등 다른 기능에 대해서는 무상 보증기간이 1년에 그쳤다.


LG전자 측은 “콘덴서에 대해 10년간 무상 보증을 하는 것은 업계 최초”라며 “건조기 콘덴서 기능에 불만을 가진 고객이 많아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의 환불 요구에 대해서는 “리콜은 제품의 치명적 결함이 전제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LG전자는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에 대한 홍보물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LG전자 공식 홈페이지에 등록된 의류건조기 안내 페이지의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 홍보이미지(문구)를 삭제한 것.


이를 두고 건조기 구매자들은 “LG전자 측도 콘덴서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 한다는  것을 인정한 게 아니겠냐”며 흔적 지우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LG전자 측은 “입장문에 맞춰 검토할 부분이 있는지 살피기 위한 임시조치”라고 해명했다.


어쨌거나 10년 무상보증 약속에도 불구하고 건조기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콘덴서에 먼지가 끼지 않게 하는 근본 조치가 필요하다”며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매번 수리 기사를 불러 콘덴서를 세척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조기는 주로 세탁기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기 때문에 수리를 위해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콘덴서를 뜯어내고 씻은 후 다시 설치하는 데는 2시간이나 걸린다.


그래서인지 10년 무상보증 발표에도 불구하고 트롬 건조기 구매자들이 모인 네이버 밴드는 7월10일 현재 가입자가 2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이들은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으라”며 반발하면서 “콘덴서에 먼지가 끼지 않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엘지 건조기 자동 콘덴서 문제점’ 밴드에서는 일단 한국소비자원에 개별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 그 결과를 받아본 뒤에야 집단행동 등에 대해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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