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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문득 떠나고픈 섬 여행 (2)

명사십리에서 바라본 ‘선유낙조’ 美치는도다!

정리/김수정 기자 l 기사입력 20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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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와 피로로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지고 우울함으로 매사에 의욕이 없을 때, 번잡한 생각과 고민으로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때는 쉼과 여유, 위로와 재충전과 힐링이 필요하다. 위로와 힐링에는 여행만한 게 없다. 그래서 여행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들 한다. 쪽빛 바다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은 최고의 치유 여행지라고 할 만하다. 비록 가는 길이 녹록지 않지만 때 묻지 않은 천혜의 풍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섬으로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최적의 ‘힐링 플레이스’가 아닐까. 때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도 ‘6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새로운 경치와 음식, 풍물을 접할 수 있는 섬 여행을 꼽고 있다. 

 


 

신선 노닐던 그 섬에 가면 수려한 해변, 어촌 풍경 ‘장관’
새만금방조제 잇는 도로 따라 바다와 크고 작은 섬 자맥질

 

‘거대한 금맥 있는 섬’에 금광은 없지만 아름다운 풍광 숨어 있어
독특한 풍광 자랑하는 오천몽돌해변, 크고 작은 자갈이 융단처럼

 

1. 고군산군도 섬 여행


전북 군산 고군산군도 가는 풍속도가 백팔십도 바뀌었다.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배 타고 유람하는 일은 이제 추억이 됐다. 최근에는 자동차로 섬 깊숙이 들어선다. 선유도와 장자도 등 주요 섬은 시내버스도 오간다. 고군산대교가 연결되고 도로가 새로 뚫리면서 생겨난 진풍경이다.


고군산군도는 10개 유인도와 47개 무인도로 이뤄진 섬의 군락이다. ‘신선이 노닐던 섬’인 선유도를 대표로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 등 수려한 해변과 어촌 풍경을 간직한 섬이 이어진다.


전에는 고군산군도에 배 타고 들어가 즐기려면 넉넉히 1박 2일은 잡아야 했다. 요즘은 반나절이면 섬을 구경하고 나온다. 군산 시간여행마을의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전하는 여행 팁은 명료하다, “요즘은 군산 여행 오면 대부분 선유도(고군산군도)에 들릅니다. 오전 일찍 출발해야 길이 안 막혀요.” 육지와 섬이 연결되면서 고군산군도 나들이가 군산 여행의 필수 코스로 슬며시 정착했다.


고군산군도로 향하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손색이 없다. 새만금방조제를 잇는 도로 양쪽에 바다와 간척지가 펼쳐지고, 크고 작은 섬이 자맥질하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고군산대교 완공으로 신시도와 무녀도가 연결되면서 고군산군도는 비로소 뭍과 한 몸이 됐다. 예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선유도와 장자도, 무녀도를 연결하는 소박한 다리를 오가는 운치가 있었다. 요즘은 자동차 도로로 이어져, 새만금방조제와 맞닿은 신시도에서 끝자락 장자도까지 내달리는 데 10여 분이면 족하다.


군산 섬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꾼 고군산대교는 현수교다. 주탑이 한 개인 현수교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공법이다. 길이 400미터 고군산대교를 건너면 본격적인 고군산군도 여행이 시작된다. 주말이나 성수기에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주차 문제가 해결돼 편리하다. 버스나 승용차로 비응항까지 이동한 뒤 99번 버스로 갈아타면, 시야가 확 트인 2층 버스가 무녀도와 선유도를 경유해 장자도까지 내달린다.


지나온 길과 다리, 섬의 윤곽이 궁금하면 차량의 서쪽 종착지인 장자도에서 여행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장자도와 이어진 대장도 대장봉(142미터)에 올라야 고군산군도의 참 멋이 느껴진다. 큰길, 작은 다리, 지도에서 보던 섬과 해변, 고기잡이 나서는 배, 유람선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 대장도 대장봉에서 바라본 고군산군도와 다리들 전경.    

 

장자도 앞바다는 예전에 조기잡이 배들이 밝힌 불빛이 장관을 이룬 ‘장자어화’의 명소다. 대장봉에 오르는 길은 나무 데크가 조성됐다. 예전 구불길은 풀숲을 헤치고 바위도 올라서야 했는데, 나무 데크 길이 가족 단위 여행객을 어렵지 않게 정상으로 안내한다. 오르는 길 초입에 장자할매바위가 외롭게 서 있다.

 

▲ 장자도 앞바다 풍경.    


대장봉 아래 펜션과 카페도 제법 늘었다. 대장도, 장자도에서 선유도까지 보행교를 건너 느린 템포로 이동한다. 교통이 편리해졌지만 고군산군도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둘러봐야 진면목이 드러난다.

 

선유도에 접어들면 명사십리해변에 새로 솟은 전망대와 선유스카이SUN라인이 시선을 끈다. 짚라인을 타면 명사십리해변을 가로질러 솔섬까지 700m를 새처럼 날 수 있다. 해변 위에 한 줄 선이 그어졌지만,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선유낙조’는 고군산군도의 으뜸 풍경으로 꼽힌다. 예전에는 이 일몰에 취하기 위해 해변에서 하룻밤 머물다 가곤 했다.

 

▲ 선유도 명사십리해변.    


명사십리해변 입구에 군산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대여소가 있다. 자전거를 타고 선유3구 골목을 누비며 기도등대, 남악리 몽돌해변에 들른다. 사람이 많은 명사십리해변과 다른 섬마을 정취가 구석구석에 깃들었다. 남악리 대봉전망대에서 보는 고군산군도의 윤곽은 또 다르다.


선유1구 옥돌해변의 해변데크산책로는 추천 명소가 됐다. 길이 뚫리면서 한적한 맛은 사라졌지만, 새로 조성된 해변데크산책로가 호젓함을 더한다. 이곳에서 건너편 무녀도 앞 무인도가 손에 닿을 듯하다. 장구도, 주삼섬, 앞삼섬과 고깃배가 오가는 풍취는 선유8경 중 ‘삼도귀범’에 속한다.

 

▲ 간조 때 길이 열리며 갯벌이 드러나는 무녀도 쥐똥섬.    


고군산군도는 예부터 사연 가득한 섬이다. <택리지>에는 “고기잡이 철이면 장삿배들이 섬 앞바다에 구름처럼 몰려들었으며, 섬 주민의 씀씀이가 육지 백성보다 더했다”고 나온다. 어청도와 인근에서는 고래도 잡혔다. 섬 안에 처마가 빼곡히 이어져 비를 맞지 않고 마을을 오갔다는 추억담도 있다. 군사적 요충지인 섬은 고려 때 수군 진영이 들어섰으며, 조선 시대에 군산진이 수군 진영과 함께 지금의 군산으로 옮겨 가면서 옛 군산이라는 뜻에서 고군산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고군산군도에서 나가는 길에 들러볼 만한 곳이 쥐똥섬이다. 무녀도 끝자락에 있는 쥐똥섬은 간조 때 길이 열리며 갯벌이 드러난다. 고군산대교 옆에 자리 잡아 다리 개통과 함께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섬 앞에는 섬 주민이 스쿨버스를 개조한 노란색 버스 카페가 운치를 더한다.


군산 시내에 들어서면 시간 여행을 부추기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등록문화재 183호)은 일제강점기 군산에 살던 일본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영화 〈장군의 아들〉 〈타짜〉 등을 여기서 촬영했다.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촬영한 초원사진관도 걸어서 둘러볼 만하다. 최근 이 일대에 일본풍 가옥을 새롭게 짓는 붐이 일었다. 100년 세월을 넘어선 근대 건축물인 호남관세박물관 뒤쪽에는 옛 창고를 리모델링한 인문학 카페가 문을 열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야간 입장이 무료다.


경암동철길마을은 세대를 뛰어넘는 추억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일제강점기에 신문 용지 재료를 나르기 위해 철도가 개설됐고, 그 주변에 1970년대 본격적으로 마을이 형성됐다. 폐철도 주변 빈집에 상가가 들어서며 다시 온기가 돌았고, 최근에는 주말이면 북적거리는 명소가 됐다. 중년의 방문객은 친구들과 옛 교복을 빌려 입고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고, 아이들은 옛 군것질거리인 뽑기 등을 직접 만들어보며 신나는 체험을 즐긴다.

 

<글·사진/서영진(여행작가)>

 

2. 거금도 섬 여행


전남 고흥반도에서 남서쪽으로 2km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거금도는 우리나라에서 열 번째로 큰 섬이다. 지난 2011년 총 길이 2028미터 거금대교가 들어서며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섬이 됐다. ‘거대한 금맥이 있는 섬’이라는 이름과 달리 금광은 찾아볼 수 없지만, 낙타 모양 섬 구석구석에 아름다운 풍광이 숨어 있다.

 

▲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거금대교.    


차를 타고 거금도에 닿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작지만 유명한 섬, 소록도를 거쳐야 한다. 거금대교는 육지와 섬을 잇는 연륙교가 아니라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연도교이기 때문이다. 소록도와 고흥을 잇는 소록대교는 2009년에 개통했다.

 

전북에서 전남으로 이어지는 국도 27호선을 타고 군산과 순천을 거쳐 고흥으로, 다시 소록대교와 거금대교를 지나면 가장 먼저 거금휴게소에 닿는다. 휴게소 앞마당에는 하늘로 손을 뻗은 은빛 거인 조형물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고흥 8품’ 안내판은 유자와 석류, 쌀, 마늘, 참다래, 꼬막, 미역, 한우 등 자연이 선물한 고흥의 특산물을 소개한다. 거금휴게소는 섬을 휘감아 도는 자동차 일주도로와 거금도둘레길(7개 코스, 42.2km)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휴게소 뒷마당에는 거금도둘레길 표지판이 있고, 옥상 전망대에선 거금대교 너머 소록도가 한눈에 보인다.

 

▲ 거금도 초입 거금휴게소 옥상 전망대에서 본 풍경.    


일주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면 10분도 되지 않아 김일기념체육관이 나온다. 거금대교와 같은 해 완공한 이곳은 이름 그대로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박치기 왕’ 김일을 기념하는 체육관이다.

 

1929년 거금도에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김일은 고향 사랑이 각별했다. 프로레슬러가 되기 전에 전국 씨름판을 휩쓸면서 부상으로 받은 쌀을 고향 사람들에게 나눠줄 정도였다고 한다. 1960년대 말 ‘국민 영웅’으로 떠올라 청와대 초청을 받은 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임자, 소원이 뭔가?”하고 묻자, “고향 마을에 전기가 들어와 고향 사람들이 제 경기를 TV로 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덕분에 거금도는 전국의 어느 섬보다 먼저 전기가 들어왔다.


김일기념체육관에서 출발해 10분쯤 달리면 익금해수욕장이다. 더할 익(益)에 쇠 금(金)을 쓰는 특이한 이름은 부자 마을이 되라는 희망을 담았다고 한다. 태양 아래 황금처럼 빛나는 모래밭 덕분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거의 1km에 이르는 백사장 앞바다는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해 물놀이에 안성맞춤이다. 울창한 곰솔 숲이 바닷바람을 막아줘 한가롭게 쉬었다 가기 좋고, 모래밭이 끝나는 곳부터 이어지는 갯바위에서 바다낚시도 즐길 수 있다.

 

▲ 한가롭게 쉬기 좋은 익금해수욕장 곰솔 숲.    


다시 일주도로를 따라 10분쯤 가면, 구석구석 아름다운 해안으로 유명한 거금도에서도 독특한 풍광을 자랑하는 오천몽돌해변에 이른다. 이곳에는 금빛 모래밭 대신 크고 작은 자갈이 융단처럼 깔렸다. 바닷가의 둥근 갯돌을 흔히 몽돌이라고 부르는데, 거금도 사람들은 이 돌을 ‘공룡 알’이라고 한다.

 

해변을 가득 채운 몽돌 중간중간에 누군가의 소원을 담은 돌탑이 삐죽 솟았다. 몽돌해변 바로 옆 오천항에서 출발한 국도27호선은 소록도를 거쳐 고흥으로, 다시 순천과 군산으로 이어진다. 지나가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자그마한 항구에는 조업을 기다리는 고깃배가 옹기종기 모였다. 오천항 방파제 너머로 항구만큼이나 아담한 등대가 홀로 바다를 지킨다.


오천항에서 5분쯤 차를 달리면 전망이 시원한 언덕 위 팔각정이 나온다. 정자 입구에 ‘소원동산’이라는 푯돌이 보이고, 주변에 그림 같은 풍광을 즐기며 산책하기 좋은 나무 데크도 있다. 이곳은 멀리 섬과 섬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맞는 일출 명소다.

 

한낮에는 붉은 태양 대신 푸른 바다와 하늘, 아름다운 포구가 보인다. 주위에 푸른 돌이 많다는 청석포구 앞에는 바다 쪽으로 길쭉하게 튀어나온 방파제 끝에 하얀 등대가 자리 잡았다. 바다와 하늘 사이에 자그마한 섬들이 경계를 이룬다. 이곳 해변에도 모래 대신 몽돌이 깔렸다. 청석몽돌해변 뒤로는 구실잣밤나무와 팽나무, 후박나무가 섞인 방풍림이 있다.


거금도에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소록도는 일제강점기부터 나병 환자 집단 거주지가 됐다. 1916년 식민지 조선에서 유일한 나병 전문 의원인 자혜의원이 들어선 뒤, 일제는 나병 환자를 이곳에 수용했다. 1930년대 후반 연인원 6만 명이 넘는 나병 환자가 동원돼 조성한 소록도 중앙공원 곳곳에 그 시절 아픔을 간직한 역사 기념물이 있다. 검시실에서는 망자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시체를 해부했고, 감금실에선 불법감금과 강제 정관수술을 자행했다.

 

나병 환자였던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 시비, 수십 년 동안 이역만리에서 헌신적으로 봉사 활동을 한 ‘소록도의 천사’ 마가렛과 마리안느 수녀 공덕비도 보인다. 지금은 소록도의 아픈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 소록도와 거금도로 향하는 배가 출발하던 녹동항은 소록도가 한눈에 보이는 인공 섬 ‘녹동 바다정원’이 들어서며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무지개 모양 다리로 연결된 녹동 바다정원의 거대한 물고기 모양 전망대에 오르면 작은 사슴을 닮은 소록도가 손을 잡힐 듯하다. 녹동항은 주변 섬에서 잡은 각종 해산물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녹동항에서 가까운 고흥우주천문과학관은 우주왕복선을 닮은 외관이 눈길을 끈다. 800mm 주 망원경과 보조 망원경 6개로 낮에는 태양흑점을, 밤에는 달과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다. 바닷가 언덕 꼭대기에 자리 잡아 야외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도 훌륭하다. 주야간 관측을 위해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한다.


고흥우주천문과학관에서 차로 30분쯤 걸리는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국내 최대 분청사기 가마터인 고흥 운대리 분청사기 요지(사적 519호)에 들어섰다. 이곳에 가면 조선 초기의 대표 도자기인 분청사기는 물론, 고흥의 역사와 다양한 설화도 살펴볼 수 있다.

 

<글·사진/구완회(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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