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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면 진정한 봄·봄...궁극의 4월 여행지 2곳

봄바람 살랑이는 춘천 호반…언제 가도 낭만의 고장

정리/김수정 기자 l 기사입력 201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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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물결 넘실대는 4월이다. 완연한 이 봄날, 흐드러지게 피는 꽃이 다 지기 전에 화창한 계절을 즐기러 여행을 떠나자.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를 찾아 꽃향기 잔잔한 길을 걸으며 봄을 만끽해 보자. 때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는 2019년 4월 가볼 만한 곳으로 강원도 춘천과 서울 이태원을 꼽았다. 황홀한 우리네 풍광과 이국적인 분위기를 뒤섞인 두 지역은 색다른 4월의 봄나들이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자, 청춘이던 부모가 아이와 함께 찾는 가족 여행지인 춘천은 언제 가도 가슴 설레고, 서울 속에 작은 테마 동네를 일군 우사단길 골목을 찾아 느릿느릿 걷노라면 메마른 당신의 삶도 촉촉이 젖어들 것이다.

 


 

공지천유원지 가는 길엔 이름부터 재미난 이디오피아길 ‘떡’
이디오피아집 1층 들어가니, 공지천 방면 창에서 말간 봄햇살

 

우사단길 초입부터 터키·이집트·인도 음식점과 히잡 쓴 이방인

오래된 집과 골목 오밀조밀 이어지고…아직 옛 동네 느낌 물씬

 

1. 춘천으로 가는 봄여행


봄바람이 간섭하는 춘천 호반은 언제나 가슴 설렌다. 춘천 가는 기차가 ITX청춘으로 바뀌었어도 변함없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자, 청춘이던 부모가 아이와 함께 찾는 가족 여행지다. 공지천유원지가 대표적인 장소다. 유원지 가는 길은 이름부터 재미난 이디오피아길이다. 춘천 여행에 색다른 테마 하나를 추가하고 싶다면, 그 이름에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

 

▲ 에티오피아 전통 가옥을 형상화한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외관.    

 

이디오피아길 초입에 2007년 문을 연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이 있다. 에티오피아 전통 가옥을 형상화한 건물로, 돔 형태 지붕이 3개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에 유엔군을 파병한 16개국 가운데 하나다. 에티오피아의 한국전 참전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1935년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략했다. 에티오피아는 세계 각국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외면당했다. 이런 아픔을 겪은 하일레 셀라시에 1세 에티오피아 황제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파병을 결정했다.


참전기념전시실과 다목적실로 구성된 1층은 에티오피아 군의 한국전 파병 과정과 전공(戰功)을 기록한다. 다목적실에서 10분 남짓 관련 영상을 보고 관람을 시작한다. 참전기념전시실은 에티오피아 군의 군복과 소총, 훈장 등이 눈길을 끈다. 벽면에는 1951년 5월부터 1965년 3월 철수할 때까지 에티오피아 군 6037명이 치른 253회 전투 기록이 적혔다. 황제가 지은 부대 이름 ‘강뉴(Kagnew)’에 대한 설명도 있다. ‘상대에게 결정적 타격을 주거나 궤멸한다’는 뜻이 있는 에티오피아 말이다. 병역 수첩에 붙은 에티오피아 군인의 사진과 동판에 새긴 전사자의 이름 앞에서 절로 숙연해진다.


풍물전시실과 교류전시실로 나뉜 2층은 에티오피아의 문화를 이야기한다. 풍물전시실은 커피의 발상지 에티오피아의 커피 문화를 중심으로 꾸몄다. 테이블과 잔, 저울 등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 도구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교류전시실에는 컵, 토기 등 에티오피아 전통과 문화가 드러나는 전시물이 있다. 아프리카 특유의 토속적인 문양과 에티오피아의 기독교 문화가 엿보인다.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은 tvN 예능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소개되며 방문객이 늘었다. 하지만 남다른 가치에 비해 소박한 기념관이다. 이디오피아길 건너편 ‘이디오피아집’과 연계하면 여행이 한층 풍성해진다.


시간은 196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5월 에티오피아 군의 참전과 희생을 기려 공지천에 에티오피아참전기념비를 세웠다. 제막식에는 파병을 결정한 하일레 셀라시에 1세 에티오피아 황제가 참석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 에티오피아 기념공관 건립을 건의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조용이·김옥희 부부가 그해 말 사재를 털어 이디오피아집을 지었다.


하일레 셀라시에 1세는 ‘이디오피아벳’이라는 이름과 황실 상징인 황금 사자 문양을 내렸다. 에티오피아가 공산화되기 전인 1974년까지 황실 생두도 보내왔다. 그 인연이 바탕이 돼 이디오피아집은 에티오피아 원두커피를 내는 카페로 자리 잡았다.


1970~1980년대는 다방이 커피를 대표하던 시절이다. 그러니 이디오피아집은 춘천을 찾는 이들에게 이색 여행지였다. 테이블이 꽉 차자 카페 안에 신문지를 깔고 커피를 주문하는 이도 있었다. 이곳에서 맞선을 보고 결혼한 커플도 많았다.

 

이디오피아집 1층에 들어가니, 공지천 방면 창에서 말간 봄 햇살이 스민다. 해질녘에는 길게 그림자를 드리워 한층 그윽하다. 에티오피아라는 주제는 여전하다. 하일레 셀라시에 1세 사진부터 전통 북, 커피 용품까지 에티오피아와 인연을 보여주는 물건이 많다. 오래된 공간 특유의 클래식 감성도 자랑이다. 공지천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마시면, 에티오피아까지는 아니어도 이국의 오래된 카페에 들어온 듯하다.

 

▲ 이디오피아집에서 공지천이 내다보인다.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에서 물레길이 멀지 않다. 춘천 하면 오리배가 떠오른다는 건 옛말이다. 물레길은 나무로 만든 카누를 타고 물길을 여행하는 코스다. 카누는 송암스포츠타운을 출발해 의암호 일대를 누빈다. 배우기도 쉽다. 현장에서 패들을 잡고 노 젓는 법을 익힌 뒤 곧장 카누에 오른다. 근래에는 2인승 카누 못지않게 킹카누가 주목 받는다. 12인승 킹카누는 킹스맨이 동승해 방향을 잡는다.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좀 더 끈끈한 유대감과 협동심을 길러볼 수 있다. 4인 이상이면 이용 가능하다.

 

▲ 물레길에서 킹카누를 타는 사람들.    


물길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옛 김유정역으로 향한다. 최근 SNS에서 입소문 난 이곳은 역 건물의 감각적인 벽화나 프레임 포토존 등이 로맨틱하다. 특히 플랫폼 정지 표지판에 재미난 문구가 더해져 눈길을 끈다. 연인들이 설정 사진을 찍는 필수 코스다. 철도 위 옛 경춘선 무궁화호 열차는 북카페로 개조해, 책장을 넘기거나 창밖 풍경을 보며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김유정문학촌기념관, 낭만누리, 책과인쇄박물관 등으로 이어지는 실레이야기길도 걸어보자. 〈동백꽃〉 〈봄·봄〉 등 김유정의 단편소설을 풍경으로 읽어가듯 돌아볼 수 있다.

 

▲ 옛 김유정역 플랫폼 정지 표지판에 재미난 문구가 더해져 눈길을 끈다.    


젊은 연인들은 구봉산전망대카페거리를 즐겨 찾는다. 산토리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포토 존, 구봉산스카이워크 등을 갖춘 흥미로운 카페가 여럿이다. 해거름에는 춘천 시내로 지는 노을이 아름답다. 최근 ‘뜨는 거리’는 춘천 시내 육림고개다. 쇠락한 거리가 3년 전부터 청년 상인들이 입주하면서 변모했다. 지역 터줏대감 가게와 뉴트로풍 카페, 레스토랑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거리에 전구가 불을 밝히면 이국의 야시장처럼 생기롭다.


가족 여행에는 애니메이션박물관이 제격이다. 지난해 가을 새롭게 단장해 다시 문을 열었다. 뽀로로, 둘리, 하니 등의 저작권을 확보해 영상 콘텐츠를 대폭 강화해서 보는 즐거움이 늘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 더빙 체험 프로그램을 보강하고, 더빙 룸 2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높이 6미터 대형 태권V도 새 식구다. 애니메이션박물관 옆 건물은 체험 중심으로 운영하는 토이로봇관이다. 통합입장권을 구매하면 더 저렴하게 돌아볼 수 있다.

 

<글·사진/박상준(여행작가)>

 

2. 우사단길 봄여행


번화한 이태원 거리에서 이태원119안전센터를 끼고 살짝 들어서면 이태원 속 숨은 명소, 우사단길로 향하는 길이다. 보광초등학교 앞에서 길이 나뉘는데, 왼쪽 우사단로10길을 따라 올라가면 본격적인 우사단길 여행이 시작된다.

 

우사단길 초입은 파키스탄, 터키, 이집트, 레바논, 인도 등지의 음식점과 아랍어로 적힌 간판, 히잡과 터번을 쓴 이방인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가 짙다. 1976년 국내 최초로 개원한 이슬람 성원인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이 이국적인 정취에 정점을 찍는다.


이슬람 성원이 있다 보니 주변에 할랄 푸드 전문점이 많다. 할랄 푸드란 이슬람 교도에게 허용된 음식을 일컫는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엄격한 기준을 거치기 때문에, 최근에는 종교적인 색채를 떠나 건강식품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할랄 푸드라고 낯설게 여길 필요는 없다.

 

우사단길에는 할랄 인증 한식 전문점도 있다. ‘이드’와 ‘마칸’이 대표적이다. 생선구이, 불고기, 비빔밥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을 낸다. 일반 한식과 똑같지만, 할랄 인증을 받은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나라 여행 중에 한식을 맛보고 싶은 이슬람 교도들도 많이 찾는다.


이국적인 할랄 푸드를 맛보고 싶다면 선택의 폭은 다양하다. 국내에서 꽤 대중화된 케밥이나 인도 음식, 아직 조금은 낯선 파키스탄이나 이집트, 터키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팍인디아레스토랑’은 파키스탄 음식 전문점이다. 파키스탄 음식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만, 주메뉴가 탄두리치킨과 커리, 난 등 인도 음식과 유사해 의외로 익숙한 맛이다.

 

▲ 생소하지만 낯설지 않은 파키스탄 음식.    

 

‘케르반카페’도 추천할 만하다. 가게에 들어서면 우선 터키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터키에서 가져온 장식품과 타일로 내부를 꾸몄다. 이곳에서는 달콤한 터키 디저트와 차, 파니니 케밥 등을 맛볼 수 있다.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바클라바부터 주문하자. 바클라바는 견과류를 넣은 달짝지근한 페이스트리로, 터키의 대표적인 디저트다. 오리지널, 피스타치오, 초콜릿 등 종류가 다양하며, 터키 커피나 차와 잘 어울린다. 이외에 각종 터키 디저트와 빵, 쿠키, 아이스크림이 있다.


우사단길의 또 다른 매력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한국적 정서와 분위기를 간직한 점이다. 이 일대는 오래된 집과 골목이 오밀조밀 이어지는 주택가로, 2003년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됐으나 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아직 옛 동네 느낌이 난다. 주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하다 보니, 2010년대 초반부터 젊은 예술가나 청년 창업자들이 우사단길로 들어와 개성 넘치는 공간을 하나둘 만들어갔다. 그렇게 지금의 우사단길이 자리 잡았다.

 

▲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진 우사단길.    

 

많은 가게와 공방이 들어섰다 사라지기를 거듭하며 부침도 겪었다. 그래도 꾸준히 이곳을 지키는 가게가 있다. 챔프커피와 오토가 대표적이다. 우사단길 초창기 멤버인 ‘챔프커피’는 외관이 정겹다. 옛날 쌀집이나 구멍가게 같다. 동네 사람들이 지나다가 들러 삼삼오오 담소했을 듯한 공간. 챔프커피는 실제로 우사단길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제일 큰 테이블은 주인장이 작업하는 공간이자,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자리다. 이곳에 앉으면 단골이든 뜨내기손님이든 말을 섞는다.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다양한 얘기가 오간다. 길을 잘못 들어 후진하다가 이 동네를 발견하고 눌러앉았다는 챔프커피 탄생 배경, 챔프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 등 입담 좋은 주인장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챔프커피 근방의 ‘오토(OTTO)’는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 등에 소개된 김밥집이다. 로메인과 고추냉이소스가 들어가는 고추냉이김밥이 유명한데, 모양도 맛도 신선하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두루 좋아할 맛이라 다양한 나라 손님이 찾는다. 이곳은 김밥만큼 야외 테라스도 매력적이다. 볕 좋은 날, 우사단길이 내다보이는 자그마한 테라스에 앉아 김밥을 먹어보자. 인생 김밥으로 남을 운치와 맛을 선사한다.


우사단길의 하이라이트는 도깨비시장 쪽 ‘음레코드’에 숨어 있다. 바이닐(LP) 문화를 쉽고 편하게 접하는 음레코드는 음료나 맥주를 마시며 LP와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구입도 가능하다. 빈티지하면서 아날로그적인 분위기가 돋보여 유명 가수들이 화보를 촬영하러 오기도 한다. 특히 옥상이 압권이다. 멀리 남산서울타워부터 가까이 우사단길 도깨비시장 비닐 천막까지 한눈에 보인다. 그 사이를 오래된 주택과 골목이 겹겹이 채운다. 우사단길을 품은 서울이 아득하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높은 곳에 올라앉은 우사단길의 진수를 제대로 맛보는 순간이다.

 

▲ 우사단길 ‘음레코드’ 옥상에서 본 서울 풍경.    


이태원의 특색 있는 길을 더 둘러보고 싶다면 이태원 앤틱가구거리로 가자. 미군이 자국으로 돌아가면서 내놓은 가구를 사고팔던 데서 유래해, 지금은 국내 대표 앤티크 가구 매매 거리로 자리 잡았다. 클래식하고 고풍스러운 가구와 소품을 구경하노라면 유럽의 어느 거리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태원의 빈티지한 매력은 ‘바이닐앤플라스틱(VINYL&PLASTIC)’에서도 이어진다.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이곳은 LP와 CD, 카세트테이프 같은 아날로그 사운드로 가득한 공간이다. 1층은 주로 LP, 2층은 CD를 전시·판매하며, 곳곳에 턴테이블과 카세트플레이어, CD플레이어가 비치돼 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아날로그 음악이 친숙한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디지털 음원에 익숙한 신세대에게는 신선한 자극을 주는 곳이다.


바이닐앤플라스틱 맞은편 골목에 보물 같은 예술공간이 숨어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이다. 이곳에 도착하면 각기 다른 세 건축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건축계의 거장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콜하스가 설계한 건물이 한 곳에 들어섰다는 사실이 대단하다. 소장품 역시 어마어마하다. 국보와 보물,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 등 고미술품과 현대미술품을 두루 전시한다.


예술적 욕구를 더 채우고 싶다면 독서당로가 제격이다. 독서당로는 다양한 예술 콘텐츠를 선보이는 디뮤지엄을 비롯해 개성 넘치는 갤러리, 복합 문화공간, 카페, 맛집이 많아 최근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한남동에서 옥수동으로 이어지는 언덕길, 독서당로를 따라 걸으며 예술·문화 투어를 즐겨도 좋다.

 

<글·사진/김수진(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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