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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몰이’ 당한 산이…개인의 목소리 듣지 않는 언론

대다수 언론, 산이에 ‘여혐 프레임’ 씌우기 바빠…논란만 키워

문병곤 기자 l 기사입력 20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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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랩퍼가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랩퍼 ‘산이’(SAN-E)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지난 11월15일 'FEMINIST'라는 제목의 노래를 발표했고, 이 노래에대해 큰 논란이 일었다. 물론 그의 가사에는 오해의 소지가 분명 있었다. 깊은 고민의 결과물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 내기에 치중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기자들이 언론이라는 집단을 등에 업은 채, 집단의 논리로 산이를 비난하는 일은 다소 가혹하다는 인상이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그가 ‘여혐 래퍼’이며 여성 혐오를 남발하고 있다며 그를 비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산이는 많은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바대로 여성혐오자일까. 


 

▲ 최근 '여성혐오 몰이'로 논란이 되고 있는 랩퍼 '산이’(SAN-E)     © 브랜뉴뮤직 홈페이지

 

산이 “노래 'FEMINIST' 속 화자, 나 자신 아니다”

SBS 뉴스, ‘여혐 프레임’ 위해 악의적 편집까지… 

 

산이에게 여성혐오자라는 프레임이 씌워지기 시작한 것은 그가 지난 11월15일 노래 하나를 유튜브에 올린 순간부터였다. 노래 제목은 'FEMINIST'. 그는 이 노래의 설명에 가사와 함께 “저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습니다. 혐오가 불씨가 되어 혐오가 조장되는 상황을 혐오합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노래의 가사는 일견 산이를 여성혐오자로 보이게 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일견’일 뿐 그가 하고자했던 얘기의 의도를 들어보자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번 사태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같은 입장이다. 그는 남성혐오를 조장하는 메갈리아, 워마드와 같은 집단에 대한 비판과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집단. 가령 일베와 같은 집단 모두를 비판한다. 즉 그는 여성혐오 뿐만 아니라 남성혐오 등, 극단적 혐오를 조장하는 집단들에 의해 개인의 목소리가 누락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현재 국내 대다수의 언론이 개인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산이에 대해 집단의 논리로 비판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언론은 그가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고 자기 대변만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렇다면 래퍼 혹은 아티스트가 대중을 대변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은 그렇게 '추한' 일일까.

 

▲ 산이가 특정 집단과 언론의 비판을 받기 시작한 계기, 노래 'FEMINIST'     © 유튜브 캡쳐

 

개인의 목소리

노래 'FEMINIST'에서 남자로 추정되는 화자(話者)는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한다. 화자는 여자와 남자가 동등하며, 자신이 페미니즘과 관련한 책도 한 권 읽어봤으며, 여자는 항상 당했고 남자는 항상 억압해왔다며 ‘남자로서의 잘못’을 시인한다. 

 

하지만 노래에서 ‘But'이 나오는 순간 화자의 태도는 급변한다. 화자는 갑자기 여성 혐오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는 “자기네가 자기 만족위해 성형 다 하더니 유치하게 브라 안차고 겨드랑이 털 안 밀고, 머리 짧게 잘라. 그럼 뭐 깨어있는 듯한 진보적 여성 같아?”라며 ’탈코르셋 운동‘ (보정속옷을 뜻하는 코르셋을 벗어난다는 의미로 남의 시선을 의식해 억지로 꾸미지 않은 것을 주장하는 사회적 운동)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한다. 

 

또한 “합의 아래 관계 갖고 할거 다 하고, 왜 미투해? 꽃뱀? 걔넨 좋겠다. 몸 팔아 돈 챙겨 남잔 범죄자. X 같은 법"이라며 국내외로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미투 운동’까지 힐난한다. 뿐만 아니라 화자는 ”그렇게 권리를 원하면 (여자는) 왜 군대를 안가냐“며 ”유교사상 가부장제 엄연한 피해자야 근데 왜 이걸 내가 만들었어?“라고 되묻는다. 이러한 화자의 발언은 소위 여성 혐오 집단이 내세우는 주장들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화자는 또 다시 태도를 바꾼다. 화자는 자신이 여자편이며 여자를 혐오하지 않고 너무 사랑해서 문제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자신을 믿어달라고 기어코 안심시키려한다. 이렇게 화자는 지속적으로 모순적인 태도를 통해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밝힌다.

 

이 모순된 노래가 발표된 후 꽤나 큰 파장이 일었다. 노래를 사이에 두고 ‘화자를 지지하는 집단’과 ‘산이는 여성혐오자라고 주장하는 집단’ 사이에서 첨예하게 갈등이 일기 시작했다. ‘화자를 지지하는 집단’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화두인 페미니즘에 대한 전반적인 비난을 늘어놓는다. 반면 ‘산이가 여성혐오자라고 주장하는 집단’은 노래 'FEMINIST'의 가사를 두고 산이가 여성혐오자라며 분노를 표했다.

 

▲ 산이는 노래를 내놓고 4일 후, 자신의 해명을 담은 SNS 글을 올린다.     © 산이 인스타그램


그렇다면 과연 이 노래의 화자는 산이 자신인 것일까? 최근 산이에게 씌워진 ‘여성혐오’라는 프레임은 이 화자가 얼마나 산이 자신과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진다. 만약 노래의 화자와 산이의 공통분모가 많으면 많을수록 산이는 여성혐오자에 가까워지는 것이고, 적으면 적을수록 산이에게 씌워진 프레임은 누명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산이는 노래를 내놓고 4일 후, 자신의 해명을 담은 SNS 글을 올린다. 이 해명 글에 따르면 화자와 산이는 분리돼있다. 산이는 해당 노래의 가사에서 화자가 여성들에게 주장하는 군복무의 권리는 미국시민권자인 자신이 말할 수 없는 권리라고 선을 긋는다. 또한 가사에 나왔던 ‘내 누나, 내 여동생’을 언급하며, 자신에게는 누나나 여동생이 없다며 자신과 화자를 구분한다. 이후 산이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저 탈코르셋 지지합니다”과 같은 동영상을 올리며 지속적으로 'FEMINIST'의 화자가 했던 주장과 다른 뜻을 내놓기 시작한다.

 

노래 'FEMINIST'는 결국 산이가 심은 하나의 메타포(은유)였다. 그는 이 메타포를 통해서 산이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칭하며 여자를 노리는 남자들’(이로 인해 래퍼 제리케이와 디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과 ‘여성혐오를 일삼는 집단’ 모두를 비판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은유가 대중들 입장에서는 애매했다는 것이다. 산이도 이에 대해 인정한다. 그는 자신의 SNS에 “나름 곡에 이해를 위한 장치를 심어놨다고 생각했는데 설정이 미약했나보다”며 “이성적인 남녀는 서로 존중하고 사랑한다. 메갈·워마드의 존재를 부정하진 않지만 이들은 성평등이 아닌 일베와 같은 성혐오 집단”이라고 밝힌다. 다만 그는 자신의 곡이 완성도 측면에서 낮았다는 것에 대한 인정할 뿐 자신이 비판하고자하는 이들에 대한 입장을 여전히 똑같다는 것을 대중에게 확인시킨다.

 

▲ 지난 2일 당시 산이의 소속사였던 브랜뉴뮤직 주관으로 열린‘브랜뉴이어 2018 콘서트’에 참가한 산이의 무대 중간에 몇몇의 관객들은 무대를 향해 물건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는 등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다.     © 산이 유튜브 캡쳐

 

이런 그에 대해 메갈리아와 워마드로 대표되는 집단은 분노를 표했다. 이들은 그가 올린 유튜브 동영상의 댓글에 남성혐오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 2일 당시 산이의 소속사였던 브랜뉴뮤직 주관으로 열린‘브랜뉴이어 2018 콘서트’에 참가한 산이의 무대 중간에 ‘추이야 산하다. (추하다 산이야)’, ‘SanE the 6.9cm boy (한국남성의 성기 크기를 두고 하는 왜곡·비하발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거나, 무대를 향해 물건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는 등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산이는 이날 무대에서 “여러분이 혐오보다는 우리가 사랑으로 즐겁게 노는 그런 무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몇 관객들의 공격적인 행동이 계속되자 그는 “오늘 워마드, 메갈 너희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은 건. I don't give a fxxk. 워마드는 독. feminist no. 너넨 정신병”이라며 페미니스트가 아닌 워마드·메갈에대한 다소 격앙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 공중파 언론인 ‘SBS 8 뉴스’는 왜곡보도는 물론이고 명백한 범주의 오류까지 범했다.     © SBS 유튜브 캡쳐

 

언론의 목소리

산이는 민감한 사회이슈들에 대해서 절충점을 찾기 위해 토론을 하고 싶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일베·메갈·워마드와 같은 극단적 혐오 단체들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을 뿐이다. 그는 “모든 페미니즘이 암(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페미니즘을 자칭하며 그 가면 뒤에서 혐오 조장을 하는 사람들이 암이다”라고 밝히며, 페미니즘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이를 존중하고 있다고 계속해서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그저 논란 만들기에만 집중했다. 많은 언론은 ‘여혐 래퍼’, ‘막말’과 같은 단어들로 그에게 프레임 씌우기에만 급급했다. 다수의 언론은 산이가 했던 발언들과 의도는 듣지 않은 채 그가 여성주의에 과격행보를 하고있다는 비판만 내놓았다. 이들은 산이의 목소리는 듣지않은 채, 노래 'FEMINIST'의 가사를 두고 산이가 여성혐오자라며 분노하는 집단의 목소리만 들었다.

 

심지어 공중파 언론인 ‘SBS 8 뉴스’는 산이가 말한 “워마드는 독. feminist no. 너넨 정신병” 발언을 편집해 ‘feminist. 너넨 정신병’이라는 악의적 편집도 일삼았다. 이는 왜곡보도는 물론이고 명백한 범주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윤리강령의 9항을 통해 ‘갈등·차별 조장 금지’를 내세우고 있다. 기자는 취재의 과정 및 보도의 내용에서 지역·계층·종교·성·집단 간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차별을 조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실천요강에는 다음과 같은 항들이 있다. ▲기자는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간에 개인의 명예를 손상하지 않도록 주의를 다한다. ▲ 기자는 기록과 자료를 사용함에 있어서 이를 임의로 조작하여 사용하지 않는다. 

 

과연 최근 산이에 대한 언론들의 태도는 이런 사항들에 해당하고 있을까. 산이에게 과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혐오가 만연한 최근 한국사회에서 분명 의미있는 주장이다.사람과 사람 간에도 다툼이 있을 경우 '한쪽 말만 들어선 안된다'고 모두가 말한다. 헌데, 한 개인과 집단의 다툼에서 현재 대다수 언론들은 집단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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