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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도어락’ … 대한민국 현실 밀착 스릴러

1인 가구 범죄 소재…“내게도 일어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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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곤 기자
기사입력 2018-12-02

지난 3월 발간된 '1인가구 밀집지역의 안전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가구의 증가는 지역 범죄발생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1인가구 여부 자체가 범죄피해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지는 않지만, 1인가구 밀집지역이 비(非)밀집지역보다 범죄발생률이 2~3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도어락>은 이러한 한국의 현실을 파고드는 스릴러 영화다. 1인가구를 노린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현실성 있는 소재를 바탕으로 스릴을 구성한다. <도어락>은 가끔 극단적인 방향으로 스토리를 끌어가며 비현실성을 띌 때도 있지만 영화가 다루고 있는 디테일한 소재들과 사회적 의제들은 영화가 주장하는 ‘현실 밀착’이란 단어가 그리 아깝지 않다. 


 

▲ 영화 도어락’ 포스터.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남성혐오’ 불씨 커질까…한국여성 느끼는 공포 극대화

믿을 수 없는 ‘도어락’…만연한 안전불감증 지적하다

 

퇴근 후 자취방에서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 찾아올 사람 없는 이때,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삐-삐-삐-. 잘못 누르셨습니다.” 몇 번의 시도가 이어지고 문고리가 수차례 덜컹거린다. “취객이 자기 집으로 착각한 거겠지?” 애써 다독이려하지만 놀란 마음은 가라앉지 않는다. “만약 저 사람이 날 헤치려 했다면 어떡하지?” 문득 드는 이런 상상은 우리를 공포에 사로잡는다.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상상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실제로 비슷한 상황을 겪기도 한다. 소위 ‘도시전설’이라 불리는 괴담들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현실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때문에 그럴싸해 보이고 도시인들에게 공포로 다가온다.

 

현실 밀착 스릴러

영화 <도어락>은 이렇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집중한다. 영화는 ‘열려있는 도어락 덮개, 지문으로 뒤덮인 키패드, 현관 앞 담배꽁초, 침입 흔적’ 등의 현실적인 디테일을 통해 이런 이야기들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계속해서 암시한다. 

 

<도어락>은 여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공포를 극대화한다. 가령 여자들이 밤길을 걸을 때 한 남자가 뒤에서 따라오면 느끼는 공포감이나 낯선 남자와 단 둘이서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게 됐을 때 겪는 공포감 등이 그 예다. 

 

다만 이런 점이 최근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남성혐오’·‘여성혐오’에 대해 불씨를 더 키우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된다. 결론적으로 보면 <도어락> 속의 남자들은 영화의 주인공 경민(공효진 분)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거나, 크든 작든 피해만 줄 뿐이다. 심지어는 영화 속에서 여성에 대한 정신적 육체적 폭력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남자는 잠재적 가해자’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도어락>은 영화의 이념을 위해 인위적인 조작을 한 흔적이 보인다. 경민이 유일하게 의지하는 절친 ‘효주’의 존재는 <아가씨>나 <미쓰 백>등의 한국 작품들이 보여준 ‘여성 간의 연대’를 떠올리게 한다. <도어락>은 마치 이런 연대의 상황을 만들기 위함인 듯, 경민이 도움을 청할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주변 남자들을 선택지에서 하나, 둘 지운다. 이렇게 되면 영화는 ‘자연스럽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여성 간의 연대’라는 메시지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이는 옳고 그름을 떠나, 영화가 메시지의 범위를 좁혀놓은 만큼 관객에 따라서는 메시지가 편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감독을 비롯한 영화의 제작진들은 여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혼자’라는 느낌을 주기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이권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혼자’라는 것에 중점을 뒀다”며 “혼밥, 혼술 등의 문화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데 그만큼 소통 또한 단절돼가고 있다. 사람들의 관계가 일방적으로 변한다”고 말한다. 박정훈 촬영감독 또한 “주인공이 ‘혼자’라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주기 위해 영화의 초중반에는 과도한 클로즈업을 배제하고 풀샷(인물의 전신과 배경이 나오는 샷. 인물과 배경 등의 상호관계를 강조할 수 있다.) 위주로 촬영해 그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극적으로 전달했다”고 밝힌다. 

 

내용적인 측면으로 봐도 <도어락>은 단순한 스릴러에 머물지 않고 그 안에 ‘연대를 통한 성장’이라는 요소를 담는다. 항상 누군가에게 의지를 해야 했던 경민은 모든 선택지를 잃어버린 순간, 혼자서 해낸다. 그리고 경민이 혼자일지라도 살아남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 것은 앞서 지워진 선택지들이 생각났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서 경민을 연기한 공효진은 “살기위한 몸부림과 저항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며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공포가 있듯이, 반드시 고립된 인물이 여성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현대인의 고립과 외로움, 소외를 다룬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 영화 ‘도어락’ 스틸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한국의 도어락

‘도어락’은 이 영화의 제목인 동시에 핵심소재다. 무엇보다 한국사회의 현실을 상징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이권 감독은 “우리나라만큼 도어락이 일반화된 나라가 없다”면서 “원작인 스페인의 경우 마스터키를 관리인이 들고 다닌다”고 말한다. 

 

<도어락>의 원작 영화인 <슬립타이트>는 스페인 영화다. ‘푹 자다’는 의미의 <슬립타이트>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원작은 ‘잠’이라는 소재에 집중해 ‘내가 잠든 사이 나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말한다. 반면 <도어락>은 자동으로 문을 잠그는 장치에 주목하면서 ‘나만 있는 공간에 누군가가 침입 한다’는 공포에 대해 말한다. 

 

한국사회는 최근 개인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제 옆집에 누가 살고 위 아래층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우리는 이웃에게 문(door)을 잠그고(lock) 고립되어 살고 있다. ‘도어락’이라는 소재는 우리나라 사회가 타인과의 소통을 포기하고 서로를 가두고 사는지를 보여주는 소재다. 

 

이 가운데 우리는 문을 잠그는 수단인 도어락에 대해 맹신한다. 최근 도어락에는 지문인식과 같은 첨단의 기술이 들어가면서 그 맹신 또한 심해지고 있다. 편한데 보안마저 출중하다는 맹신. 그리고 <도어락>은 이 맹점을 찌른다. 영화에서 경민은 자신의 집에 누군가 침입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취하는 행동은 그저 비밀번호를 바꾸는 일 뿐이다. 효주가 도어락을 바꿔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하지만 이를 듣지 않는다. 

 

경찰 또한 마찬가지다. 미심쩍은 일들이 계속일어나자 경민은 경찰에 이를 신고한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라며 그의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지만 조사가 가능하다는 태도인 것이다. 

 

영화는 이처럼 한국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에 대해 지적한다. 이권 감독은 “혼자 사는 만큼 위기가 닥쳐도 혼자서 해결해야한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관객의 몫으로 돌리고 싶다”고 밝혔다. 공효진 또한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 장소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영화를 보고 이웃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힌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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