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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는 불법복제’ 벼랑 끝에 몰린 웹툰 시장

저작권법은 아직도 국회 계류 중…‘우울증’ 시달리는 작가들

문혜현 기자 l 기사입력 201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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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콘텐츠 불법복제는 마치 창과 방패의 관계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제2의 밤토끼’ 사이트가 등장한 현 상황에서 연제원 한국웹툰작가협회 회장이 한 말이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웹툰 시장에서 불법복제·공유는 치명적이다. 유료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아 작품을 생산하고 보급하는 작가와 플랫폼 모두의 성장과 발전 자체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 불법 공유 사이트 ‘밤토끼’는 지난 5월 검거됐지만 제2의 밤토끼를 비롯해 다수의 불법 공유 사이트가 횡행하고 있다. 저작권법 강화가 절실한 상태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작가들은 늘어가고 있다.    


 

 

▲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가 양산됨에 따라 피해가 늘고 있다. 웹툰 플랫폼과 작가들은 저작권법 강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이견을 보이고 있다.     © 문혜현 기자

 

웹툰 복제 피해액만 최대 2400억 원…창작자는 ‘빈손’

작가 윤태호 “저작권법 강화는 표현의 자유 침해 아냐”

 

‘마블’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탠리의 만화가 불법으로 유통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스탠리의 콘텐츠가 불법으로 유통돼 전혀 수익을 낼 수 없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마블 코믹스 영화를 비롯한 마블 시리즈의 모든 히어로들이 탄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창작물이 무더기로, 그것도 무료로 배포되는 것을 보고 좌절한 스탠리가 창작을 중단하거나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만 현재 한국에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바로 지금, 대부분의 웹툰 콘텐츠가 불법 공유 사이트에서 버젓이 무료로 업로드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발간한 저작권보호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만 13~69세 인구의 40.4%인 1658만 명이 불법복제물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9.2%인 1610만 명이 ‘온라인에서’ 불법복제물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웹툰 플랫폼을 비롯한 웹툰 작가들은 유료 콘텐츠를 통한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의 작품이 불법 공유된 사실을 접한 작가들은 극심한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한 편의 웹툰을 위해 작업하는 시간은 통상 12~13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한국웹툰작가협회는 강도 높은 노동 후에도 제대로 된 성과를 얻을 수 없다면 작가는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웹툰 업계는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액을 1900~2400억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5월 경찰에 적발된 불법 웹사이트 밤토끼의 트래픽량은 8억을 넘겼다. 밤토끼와 같은 불법 공유 사이트는 웹툰을 무단으로 유포하면서 배너광고 수익으로 배를 불린다. 밤토끼는 배너 하나당 200만 원을 받으며 30개의 배너광고를 사이트 전체에 깔았다. 이후 트래픽량이 늘자 배너 광고료를 1000만 원으로 올렸다. 광고 중엔 불법 도박이나 음란물 사이트 등 유해 사이트를 홍보하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웹툰 업계는 모든 플랫폼의 웹툰을 한 곳에서, 그것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불법 공유 사이트가 우위를 점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작가와 플랫폼의 권리를 보호하려면 ‘저작권법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윤태호 “불법공유, 웹툰 시장 유린”

11월13일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웹툰 도둑 잡아라 : 웹툰 불법 공유 사이트 근절을 위한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는 웹툰 플랫폼 사업자와 작가협회, 문화체육부 관계자들과 담당 수사기관이 모여 저작권 보호 및 불법 공유 사이트 차단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웹툰 <미생>을 탄생시킨 윤태호 작가는 이날 한국만화협회 회장으로 나서 “웹툰의 빛나는 성취와 시장에서의 미래가치는 1조 원을 넘어섰다. 또 영상화에 성공한 몇몇 작품 덕에 가능성이 더욱 열리고 있다”면서 “이런 가운데 불법공유가 시장을 유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90년대 후반 불법 스캔 만화 때문에 출판 만화 시장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윤 회장은 “왜 그때 우리는 힘을 다하지 못했을까. 왜 우리는 불법과의 싸움에서 졌을까. 우리는 그렇게 출판 만화 시장에서 처참하게 사라져갔다”며 “우리는 그런 아픈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밝혔다. 

 

또 불법 공유 사이트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저작권법 개정에 대해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윤 회장은 “저작권법(개정) 요구가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불법이 만연한 현 시장을 위해 저작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복제, ‘쫓고 쫓기는 창과 방패’

연제원 웹툰작가협회 회장은 실제로 피해사례를 소개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는 “웹툰 불법복제 때문에 플랫폼 수익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작품에 대한 투자도 감소하게 됐다”면서 밤토끼가 국내 웹사이트 방문자 순위 ‘1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재 밤토끼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 20억의 손해배상 조치가 나온 상태다. 하지만 이를 부족하다고 생각한 52명의 작가들은 규모 20억의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연 회장은 “밤토끼 운영자에게 책임을 끝까지 추궁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만화계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불법복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심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세 명의 피해자 사례를 공개했다. 

 

피해자 A는 밤토끼 성장 이전과 이후의 매출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A작가의 수익은 연재 시작 1년 만에 6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줄었다. 최근 연재한 신작도 도용당하고 있었다. 같은 연재처에서 기존 작품과 신작의 순위가 비슷했지만 총 매출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다. 즉 신작 연재가 밤토끼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작가는 우울증에 시달렸다. A작가와 한국웹툰작가협회가 나눈 메신저에선 “삶을 지속하는 이유가 대체 뭐지. 일을 해도 대가가 제대로 돌아오질 않으니 의욕 문제가 아니고, 그냥 세상이고 나발이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싫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B작가는 밤토끼가 성행하기 시작한 뒤로 작품을 연재해 수익이 없는 상태였다. 놀라운 건 구글 검색창에 작가의 작품을 검색하면 총 5개의 불법 공유 사이트가 나오고 정식 연재 플랫폼은 6순위에 소개된다는 거였다. B작가가 친구들을 동원해 조사한 결과 2017년 8월 5개 미만이었던 불법복제 사이트는 2018년 2월 20개까지 늘어났다. 충격을 받은 B작가는 조사를 중단했다. 밤토끼 검거 이후 플랫폼 내 순위는 상승했지만 현재는 10위 권 내로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연 회장은 “본래의 매체에서 순위를 완전히 복구하지 못한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C작가는 밤토끼 전후 매출 비율이 평균 10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웹툰 작가들은 콘텐츠의 흥행 여부를 예측해 MG(Minimum Guarantee)를 보장하는데, 이는 작품의 유료 이용료를 제외한 고정적인 수입이다. 플랫폼은 이를 정해두고 유료 콘텐츠 수익을 작가에게 넘겨 더 많은 수익을 얻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밤토끼 등장 이후 유료 수익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낮은 MG 이외에 수익을 낼 수 없게 됐다. 한 가정의 가장인 피해자는 스트레스가 심해서 우울증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작업에 방해가 돼 곧 약을 끊었고, 작품 연재 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연 회장은 이들의 상황을 전하며 “이번 불법 웹툰을 두고 작가들이 한결같이 ‘막지 못하면 3년 안에 웹툰판 망한다’고 입을 모은다. 만화 경력 25년 만에 이런 모습은 처음 봤다. 경험상 역대급 재앙이다”라며 “불법사이트를 잡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빨리’ 잡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강화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서 이견이 있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문영호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장은 “검토 의견에 방심위는 불법정보의 경우에도 표현행위의 억제와 금지는 안 된다고 말했다”면서 하루빨리 법을 개정해 저작권 침해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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