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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의 길목에서 갈등으로 얼룩진 ‘노량진 수산시장’

필요했던 수산시장 ‘현대화’…오해와 갈등만 남아

문병곤 기자 l 기사입력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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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산시장은 1926년 경성수산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서울역 염천교에서 터를 잡아 영업을 시작했다가 1971년 현재의 자리로 이전해 47년간 시장의 전통을 유지했다. 하지만 47년이 지난 지금은 노후화된 건물에 수산물의 위생문제와도 직결된 영향으로 2002년 노량진수산시장을 인수했던 수협중앙회가 2012년에 현대화시장 계획을 추진하면서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2016년3월16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된 신축건물이 개장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상인들은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라며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상인들 사이에선 내분이 일어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지난 2015년 새롭게 지어진 노량진 수산시장 <사진출처=노량진 수산시장 홈페이지>

 

新노량진 수산시장 두고 수협과 상인 간 갈등 깊어져 

4차례 명도집행 모두 무산…결국 단수·단전 조치까지 

 

1926년부터 이어져 오는 노량진 수산시장이 현대화 건물 입주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인들은 현대화 건물이 천장이 낮아서 수산물 냄새가 심하고, 말하는 소리가 울려서 장사를 제대로 못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상가를 옮기게 되면 가게 면적이 7㎡에서 5㎡으로 줄어들게 되면서 장사에 지장을 주고 중앙통로가 좁아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임대료까지 인상되면서 상인들은 현대화 건물로 입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결국 상인들의 입장은 둘로 나뉘게 됐다. 그리고 지난 11월5일 수협 측에선 구시장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를 단행하면서 노량진 수산시장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현대화는 구 시장건물의 무너져 내릴 위험성과 위생문제에 민감한 수산물을 다루기 때문에서라도 필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난 2002년 노량진수산시장을 인수했던 수협중앙회가 2012년에 현대화시장 계획을 추진하면서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이 시작됐다.

 

1971년부터 수산시장을 맡아왔던 한국냉장을 대신해 2002년 수산시장을 인수한 수협중앙회는 2012년 수산시장의 노후화, 수산물의 위생문제 그리고 수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목적으로 당시 냉동창고 자리가 있는 지금의 자리에 현대화 시설의 터를 잡고 그 해 수산시장 창고를 폭파철거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현대화시장 작업에 착수해 서울시의 인가를 받고 착공을 하게됐다. 주 시공자는 현대건설이 맡았으며 수협중앙회가 설계, 감리를 맡았다. 그리고 2015년 10월 드디어 수산시장의 현대화 건물이 지어지게 되었고 2016년 1월에 완공을 앞둔 때 수협산하 노량진수산시장주식회사는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현대화 시장 추첨을 추진하고 본격적인 이전 사업에 착수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일부 상인들이 현대화시장을 둘러본 결과 지금의 시장에 비해서 너무 좁아 보이고 장사할 자리가 불편해 보인다는 문제를 호소하면서부터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으며 그 이후로 시장 곳곳으로 퍼져서 상인들 사이에서 현대화에 대한 불신이 커지게 된다. 게다가 수협중앙회가 노량진에 카지노를 갖춘 복합 리조트를 짓겠다는 의사도 밝혀서 수협이 이익을 채울 목적으로 전통시장을 없애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한편 현대화 시장의 구조에 관련해서는, 수협중앙회는 여러 차례에 걸쳐 시장 상인들과 협의해 상인들의 투표로 정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시장 상인들은 실물이 아닌 청사진 도면만을 보고 투표한 것으로서 부족한 정보로 현대화 시장 구조가 결정된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상인들은 수협에 대한 불신이 쌓여만 가면서 현대화 건물 이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게 된다. 수협 노량진수산시장주식회사는 당초 2016년 1월 초까지 시장 상인들을 모두 현대화 시장으로 이전시키려고 했으나 상인 대부분이 거부해 뜻을 이루지 못했고 여기에 동작 갑 국회의원 전병헌 등 지역인사들의 중재안에 따라 일단 이들의 중재를 받아들여 3월까지 구 시장의 영업을 보장하기로 했다. 수협은 최후통첩으로 2016년3월15일까지 현대화 시장으로 이전하라는 권고문을 시장에 알렸으며 결국 일부 상인이 현대화 시장으로 이전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마침내 최후통첩일에 수협과 노량진수산주식회사는 구 시장에 대한 모든 지원을 전면중단하고 구 시장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에 대해서는 법적인 제재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를 했다. 그래도 대부분 상인들은 죽어도 나갈 수 없다며 버티고 있으며 수협의 횡포를 비난했다. 그리고 그 동안 구 시장에 공급했던 얼음도 앞으로는 현대화 시장에 입주한 상인에 한해서 공급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구 시장 상인들에 대한 얼음 보급을 중단시켰다. 그 이후로 상인들은 자가로 다른 업체 등에서 생산하는 얼음으로 장사를 지속했다.

 

그리고 수산시장의 한 상인이 횟감용 칼로 수협 직원을 공격해 살인미수의 칼부림을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수협은 그 이전에도 수협 회장을 비롯해 일부 직원들은 물론 현대화시장으로 이전한 상인들도 위협을 받아왔다고 했으며 업무방해, 영업방해, 지적재산권 권리방해 등을 적용해 구 시장 상인들에 대한 제재를 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후 법원은 지난해 4월과 지난 7월, 9월에도 명도집행을 시도했지만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 무산됐다. 그리고 지난 10월23일 오전7시부터 상인들이 점유한 전체 판매자리와 부대·편의시설 287개소에 대한 4번째 명도 강제집행을 시작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는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온 법원집행관과 법원 노무인력 300여명이 모였다. 또 집행 최초로 전문경비업체 인원 100명을 투입시키기도 했다. 이날 법원 인력은 인원을 나눠 시장 정문과 주차타워쪽 입구로 진입을 시도했다. 수차례 대치가 이어지면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지만, 결국 상인들에게 진입을 제지당한 집행관들은 오전 10시5분께 수산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리고 지난 11월5일 수협은 구 노량진시장전역에 단전·단수 조치를 취했다. 앞서 수협은 지난달 30일 공고문과 내용증명을 통해 해당 지역 상인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사전 고지했으며, 고객과 상인 영업피해 최소화를 위해 오전에 이번 조치를 실시했다.

 

수협 관계자는 "대법원 최종승소 판결에 따라 지난달 23일까지 4차례 명도집행을 시도했으나 상인과 노점상연합회 등의 집단 폭력행위로 무산됐다"며 "더 이상 명도집행으로는 시장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단전·단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수협은 또 구 노량진시장이 48년 된 노후건물로서 낙석과 추락사고, 주차장 붕괴위험, 정전사고 등 시설물 안전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불법 영업으로 인한 미검증 수산물 유통, 식품위생 관리 사각지대 발생 등으로 인해 시민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협 관계자는 "수협은 지난 3년간 불법시장 상인들을 위해 신시장 자리를 비워둠으로써 연간 100억 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성실히 협상에 임하고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며 "이달 9일까지 입주 기회를 주는 만큼 불법 영업을 중단하고 신시장으로 입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상인들은 "일방적인 단전·단수는 불법행위"라고 반발하며 신시장 주차장 입구 앞에 모여 농성을 시작했다. 일부 상인들은 촛불을 켜놓고 장사를 하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상인들이 산소통을 이용해 수조에 산소를 공급하고 있다.

 

이어 수협 측은 구시장 상인들에 대해 신시장 점포 입주 신청을 2018년 11월 9일까지 하지 않을 경우 남은 빈 점포를 일반분양으로 넘기겠다고 엄포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결국 구시장 상인들 절반가량이 신시장 점포 입주 신청을 했다.

 

그리고 지난 11월14일 구시장 상인들과 토지개발 난민연대 토란은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량진 수산시장의 법적 시장개설자인 서울시가 수협의 불법적인 단전·단수 조치를 풀어야 한다”며 “단전·단수는 일반적인 강제집행에서도 쉽게 할 수 없고 법적으로도 엄격히 정당성이 제한돼있다”고 주장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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