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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리뷰] 영화 ‘하나식당’

영화비로 고민 없이 떠나는 오키나와 패키지여행

문병곤 기자 l 기사입력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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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하나식당>의 포스터 <사진제공=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소위 ‘일본식 힐링 영화’라고 불리는 영화들이 있다. 이를테면, <카모메 식당>으로 유명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들이나 조금 그 범위를 넓혀보자면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와 같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이 해당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영화들의 인기를 반영하듯 비슷한 느낌의 영화들이 개봉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에 개봉한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도 마찬가지다.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도 사실은 일본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이 만화를 원작으로 삼아 두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임순례 감독의 영화는 이들과 다소 차이가 느껴진다.

 

임순례 감독은 <리틀 포레스트>를 한국으로 가져오는데 있어서 꽤나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인다. 1년의 촬영기간 동안 4번의 크랭크인과 크랭크업을 하면서 한국의 4계절을 담았다.

 

이 과정을 보면 마치 일본의 식물을 정성스레 한국의 토지에 이식하는 느낌마저 준다. 그리고 이식의 과정에서 ‘이 식물이 이 땅에서 잘 자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감독이 끊임없이 했다는 흔적이 보인다.

 

▲ 영화 <하나식당>의 스틸 <사진제공=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왜 <하나식당>의 리뷰에 자꾸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를 언급하는 지 의아할 수도 있을테다. 하고싶은 말은 <하나식당>은 이러한 고민의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는다. 그저 힐링의 장소를 일본의 오키나와로 잡는다. 영화는 관객의 ‘왜 오키나와인데?’라는 질문에 대해 ‘고민하지마, 그냥 네가 좋으면 된 거야’라는 식으로 답할 뿐이다. 이 밖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들에 대해서도 “네가 좋으면 되는거야” 라며 듣기 좋은 말만 반복한다.

 

영화는 오키나와에 당도한 ‘세희’가 얼떨결에 도착한 ‘하나식당’에서 ‘하나’를 만나고 오키나와의 여유롭고 아름다운 풍광을 느끼면서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깨닫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위 말하는 '힐링영화'를 지향하고 있다.

 

▲ 영화 <하나식당>의 스틸 <사진제공=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실제로 영화가 보여주는 오키나와의 풍경은 아름답다. 광고로 이력을 쌓아온 감독답게 장면 하나하나들은 마치 ‘오키나와 직항로 개설’이란 단어가 떠오를 만큼 항공사 광고나 여행사 광고 같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을 보고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은 노골적인 PPL(간접광고)를 보는 순간부터다.

 

영화의 PPL 자체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TV드라마에서도 쓰지 않은 얄팍한 PPL은 보는 이를 당황시킨다. 게다가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도시의 인간관계에 지쳐 떠난 사람이 오키나와에서 힐링한다는 내용의 영화에서 이렇게 노골적인 상표 노출은 영화의 제작과정에서 어떤 고민도 없었다는 생각만 들게 한다. 

 

▲ 영화 <하나식당>의 스틸 <사진제공=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영화적으로 봐도 영화의 완성도 또한 아쉽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플롯’이란 것이 있다. 영화를 채우고 있는 작은 이야기들의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비슷한 소재도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곤한다. 하지만 <하나식당>은 플롯의 구성에도 고민이 없다. 가령, “심심한데 밥이나 먹을까”같은 식의 진행이 반복된다. 영화의 인물이나 이야기들은 그저 스쳐지나갈 뿐, 어떤 의미를 갖지 않는다.

 

밥을 먹기 위해 삶을 살아가고 예쁜 것을 보기위해 살아간다는 말은 감성적이고 낭만적이지만 삶에 대한 어떠한 철학은 없어 보인다. 때문에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건내는 위로는 턱없이 가볍고 '힐링'되지 않는다. 영화의 초반, 세희는 하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나 언니는 멋져요. 뭔가 있어 보여요.” 하지만 정작 영화 <하나식당>은 있어 보이기만 할 뿐, 아무 것도 없다. 삶에 대한 고민도, 이유도 없다.

 

▲ 영화 <하나식당>의 스틸 <사진제공=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그나마 영화의 후반부, 인물들이 가지고 있던 속마음들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다. 눈길이 가는 에피소드도 가끔 있다. 때문에 영화는 역설적으로 지끈거리고 머리 아픈 삶의 고민들 때문에 아무생각 없이 ‘그냥 떠나고 싶다'면, 이 영화는 영화 관람비로 떠나는 오키나와 패키지여행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오는 11월 22일 개봉한다.

 

한줄평 : 있어 보이지만 실은 아무 것도 없는 허무한 일본 힐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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