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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텔라데이지호 가족 문승룡씨…“국민들은 잊지만 부모는 못 잊는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예산 관련 변명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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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곤 기자
기사입력 2018-11-09

주식회사 '폴라리스 쉬핑' 소유의 마셜제도 선적 14만 톤급 화물선인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3월26일 한국인 상선사관 8명, 필리핀인 부원 16명, 총 24명의 승무원과 철광석 26만 톤을 싣고 브라질 구아이바를 출발해 중국 칭다오로 항해하고 있었다. 배는 5월 6일에 칭다오에 도착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발한 지 일주일도 안 된  3월31일 23시20분경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해역에서 스텔라데이지호는 침수 사실을 알린 뒤 연락이 두절됐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총 22명 선원(한국인 8명, 필리핀인 14명)의 생사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스텔라데이지호는 당시 정부의 미흡함으로 인해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노후화된 배를 계속 항해에 내보냈다는 점에서 ‘제2의 세월호’라고 불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당시 이 사건에 대해 1호 민원으로 채택해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가질 것을 약속했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정부의 지원은 점점 줄어들고 국민들의 기억에서도 잊혀지고 있다. 


 

▲ 문원준 스텔라데이지호 3등 기관사의 아버지 문승룡씨 <문병곤 기자>   


문원준 3등 기관사 졸업 당시 ‘세월호’ 언급…“잊지말자”

청와대 앞, 매일 오전 11시부터 집회…“심신 고갈됐다”

수색장비 용역 입찰 문제…또 미뤄지면 결과 내후년에

“내 아들 해양플랜트학과 입학 안 시켰으면 지금 살아있을까”

 

“68기 동기 여러분. 저는 이 자리에서 꼭 언급하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졸업식에서 언급하기엔 다소 무겁지만 우리들과 가장 가깝게 관련된 사건입니다. 2014년 4월 16일 다들 기억하시나요? 바로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날입니다. 이날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진도 앞바다에 수장됐습니다. 온 국민이 가슴 아파했던 이 사고를 우리들은 누구보다 오래토록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는 이토록 무책임한 대형사고가 바다 위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실력은 물론 소명감을 크게 갖기를 바랍니다. 설령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무책임하게 회피하거나 봐주기식 대응을 답습하지 않는 용기와 힘을 기르고 늘 약자의 편에 서서 생각하며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따뜻한 68기가 됐으면 합니다.”

 

지난 2016년 1월 한국해양대학교 해사 대학 졸업생 대표로 단상에 오른 문원준씨는 이처럼 ‘세월호를 기억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4월, 그가 탄 스텔라데이지호가 남대서양에서 침몰했고 그리고 그는 현재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를 기억하자고 했던 문원준씨의 바람과 달리 ’제2의 세월호 사건’이라고 불리는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은 수색작업마저 지지부진한 채, 점점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다고 자식을 잃은 부모의 가슴에서 이 사건이 지워지지는 않는다. 스텔라데이지호 승무원들의 가족들은 지금도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매일 오전 11시 반부터 4시까지 집회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1월7일 본지는 직접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을 찾아가 봤다. 마치 스텔라데이지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미비한 것처럼 시위도 열악한 환경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곳에서 문원준 스텔라데이지호 3등기관사의 아버지 문승룡씨를 만날 수 있었다. 

 

▲ 문원준 스텔라데이지호 3등 기관사의 아버지 문승용씨 <문병곤 기자>   


-기자(이하 기): 이곳에서 오랫동안 시위를 하고 계시다.

 

▲문승룡(이하 문): 작년(2017년) 5월10일에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고, 이후 14일쯤부터 시위를 하고 있다. 이걸 해보니 보통 일이 아니다. 좋은 일로 모이는 것도 아니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갈된 느낌이다. 

 

-기: 시위를 유지하는 일이 힘들지는 않으신가? 생업문제도 걸려있지 않은가.

 

▲문: 원래 화장품, 식품관련해서 외국과 무역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시위 때문에 외국바이어들을 만나는 일이 모두 중단된 상태다. 침몰사건에 대한 어떤 결과가 나와야지 그때서야 마음을 추스리고 생업에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 

 

-기: 최근 스텔라데이지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문: 지금 스텔라데이지호는 언론이나 관계자들에게만 기억되고 있지 사실은 국민들 전체적으로 관심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건은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도 아닌 남대서양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국민들 입장에선 세월호의 아픔이 더 컸던 것 같다. 또한 이 사건이 촛불정국과 맞물려서 정치적인 혼란기에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큰 정치적 이슈들에 묻힌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실종자가족들에게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가슴 아픈 사건이다. 심지어 주변에서는 이제 포기하고 놓아주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렇게 집회를 하는 일이 자기위안을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승무원들에 대한 유류품이 발견된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이다. 가족들 입장에선 침몰사건에 대한 법적판결이 선사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이 걱정이 되는데, 유류품들이 발견되고 증거품으로 쓰이고 해야지 사건이 종결되지 않을까 싶다. 심해수역장비들을 통해서 어떤 장비가 나오고 침몰경위가 밝혀져야지 법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정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 열악한 상황인 듯한데, 정부나 단체에서의 지원은 전혀 없는 상황인가.

 

▲문: 전혀 없다. 세월호의 경우 서울시 등에서 지원을 조금 받은 걸로 알고 있지만, 어느 단체에서 지원을 권한 적도 없다. 그저 자식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는 생각이다. 

 

▲ 스텔라데이지호 진상규명에 대한 집회는 어떠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열악한 상황 속에서 국민들에게 잊혀지고 있다. <문병곤 기자>


입찰 문제

지난 10월2일부터 22일까지 정부는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을 위한 용역 공개입찰을 했지만 한 업체도 응찰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졌다. 그리고 정부가 23일부터 11월 5일까지 추가입찰을 진행했고 다행히도 한 업체가 입찰에 응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 업체에 대해 어떤 정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이번에도 예산문제로 입찰이 미뤄진다면 최악의 경우 내년 10월에나 수색이 진행될 수 있다. 

 

-기: 최근 입찰관련 논의들이 계속 진행됐다. 이에 대한 심정은 어떠하신가.

 

▲문: 처음에 입찰에 한 업체도 응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의아했다. 심해수역장비를 연구하는 업체들이 왜 이런 침몰사건관련 입찰에 응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번 국정감사에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금액이 예상보다 적고 실종자 가족들은 경험이 적은 국내 업체보다 외국 업체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는 변명이다. 우리 탓을 한 것이다. 이어서 한 국회의원이 이번에도 입찰이 안 들어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보통은 보름을 주는 입찰기간을 조금 더 늘리겠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다행히 한 업체가 입찰에 응했는데, 해양수산부 직원들은 이 업체에 대해 정보를 공개할 상황이 아니라며 공개는 안 하고 있다. 

 

-기: 업체에 대한 정보는 왜 공개 안하는 것인가

 

▲문: 기술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인데, 기술제안위원회가 검토 이후 해당 업체의 점수가 85점 이상이 되면 그때 공개하겠다고 한다. 외국 업체니까. 아직 나도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은 입찰이 됐지만 해당 업체의 커리어가 어떤 지도 잘 모른다. 단순히 금액에 맞춰 돈을 목적으로 입찰한 업체일까 걱정이 된다. 실제로 예비비용이 53억이 배정이 됐는데, 이 과정에서 조달청이 수수료인 8~10%를 빼면 사실상 48억 4천4백만원 정도가 입찰 가격이 된다. 과연 이 돈으로 심해수역장비를 사용하고 블랙박스를 수거하고 조사를 철저하게 할 수 있는지 우려스럽다. 그래도 일단은 지켜봐야할 상황인 것 같다. 

 

-기: 만약 해당 업체가 기준에 못 미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문: 만약 이 업체가 검토에서 탈락이 되면 원래는 11월 말이었던 수색시작이 더욱 늦어질 것이다. 3차 입찰까지 가면 또 보름이 걸릴 것이고 여기서 또 안 되서 금액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추경예산을 배정받아야 하는데, 이건 내년 4월까지 될 것이고, 그러면 수색은 내년 10월까지 미뤄지게 되는 것이다. 

 

 

-기: 왜 내년 10월까지 미뤄지게 되는가? 

 

▲문: 왜냐하면 2월하고 10월이 남대서양 침몰지점에서 수색하기 적당한 기온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또 수색결과는 내후년까지 미뤄질 것이고, 세월호와 비슷한 상황이 돼버리는 것이다. 세월호도 지금 막상 건져는 올렸지만 밝혀지는 것들이 거의 없지 않은가. 기무사 관련해서 관련자들이 법적으로 처벌은 받고 있지만 이는 법적인 문제일 뿐 가족들에게는 법적인 처벌도 처벌이지만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와야한다. 블랙박스 수거도 선원들의 행적이 담겨있는 것이고 원인규명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구명벌(무동력 구조보트)을 찾아야 할 것 아닌가. 그곳에 흔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시간이 많이 지나서 지치고 힘든 상황인데, 이렇게 금액적인 문제가 생기면 답답한 상황이다. 53억이라는 예비비도 가족들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 해수부와 외교부가 외국업체 3,4 곳에 견적을 1년 전에 받고 정해진 것이다. 떄문에 금액적인 문제가 생겨버리면 이것은 가족들이 과하게 요구한 것이 아니라 해수부나 외교부의 잘못이라고 봐야한다.  

 

-기: 업체 정보 공개는 해양수산부에서 하는 것인가?

 

▲문: 아니다. 외교부에서 주관으로 하고 있다. 그냥 생각하면 해수부에서 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외국에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외교부가 주관이 되고 있다. 

 

-기: 결과는 언제 나오나.

 

▲문: 일주일 내지 10일 정도면 나오기 때문에 11월 중순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11월 말에 수색을 시작해야하기 때문이다. 

 

-기: 선사의 입장은 어떠한가.

 

▲문: 선사 측도 가족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점점 잊고 있는 듯해서 한편으로는 분노가 일어나기도 한다. 만약 자신의 가족이 비슷한 사고를 당했다면 그랬을지 의문이 든다. 심지어 회사대표는 집회장소에 있는 실종자가족을 만나러 한 번도 나타나지 않고 임직원들도 집회장소에 오지도 않는 상황이다. 직원들만 오고가며 그저 우리들에 대한 동태 파악만 하고 돌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위로를 받기 위해 집회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기사에서 노후화된 대형 배들을 ‘바다 위에 떠다니는 관’이라고 설명하는데, 이는 수리도 안 되고 보수도 안 되는 것이다. 선사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비용을 문제로 전혀 수리를 하고 있지 않다. 스텔라데이지호도 싣고 있었던 철광석의 값이 수백억에 달한다. 수리 때문에 몇 일간 항해를 하지 않으면 손해가 난다는 이유를 들며 그저 사고가 안 나기를 운에 맡긴 채 바다로 내보내는 것이다. 선사들은 젊은 선원들을 생명으로 걸고 무모한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인정도 안하고 있다. 

 

-기: 마음이 착잡하시겠다.

 

▲문: 원준이가 해양대학교 해양플랜트 학과의 제 2기 졸업생이다. 입학 당시 원준이는 이 분야의 개척과 자신의 꿈을 위해서 도전했던 것이다. 그래서 만약 원준이가 해양플랜트 학과를 선택했을 때 내가 위험하다고 반대했다면 원준이는 지금은 살아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다. 부디 인재(人災)로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마음을 알고 빠르고 철저한 조사가 진행되길 바란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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