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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문건 수사, 오리무중 빠져버린 이유

도망친 핵심인물 조현천…‘용두사미’ 수사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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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기자
기사입력 2018-11-10

우리나라는 수십년간 군부세력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장기 집권한 아픈 역사가 존재한다. 총을 들고 국민들 강압적으로 통치해온 그들로 인해 수많은 민주투사들이 피를 흘렸으며, 결국 시민들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하지만 최근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촛불시위를 무력으로 제압하려고 군 내부에서 모의를 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이를 주도적으로 모의한 국군기무사령부를 합수단이 집중수사 했지만, 결국 사건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사령관이 해외로 도주하면서서 최종 진상규명에 이르지 못한 채 사실상 공전하게 됐다. 끔찍한 ‘계엄령’에 대한 진실은 밝혀질 수 있을까?


합수단, 기무사 간부 기소…문건 숨길 ‘위장 TF’ 적발해
핵심 조현천 신병확보 실패…관련자들 일제히 혐의 부인
동선 매우 수상하지만…문서 작성 목적 규명되는 게 핵심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계엄문건’ 청문회 열기로 합의

 

▲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는 ‘계엄 검토’가 문제라는 것을 당시 스스로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위장 TF’를 계엄 문건이 만들어진 시기에 맞춰 출범했으며, 여러 방법으로 자신들의 행적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계엄 행위 은폐


군·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은 지난 11월7일 기무사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계엄령 검토 은폐’ 의혹을 받는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육군 소장)과 기우진 전 5처장(육군 준장), 전 기무사 중령 등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계엄 문건 위장 TF를 주도한 소 전 참모장은 허위공문서작성죄 위반, 기 전 5처장과 전 기무사 중령은 허위공문서작성죄와 공전자기록 등 위작 혐의를 받는다.


합수단에 따르면 위장 TF는 계엄 문건이 만들어진 시기에 함께 만들어졌다. 이들은 지난해 2월17일부터 3월3일까지 약 2주간 기무사 내 별도 수사단 건물 사무실에서 활동했다. 수사단 건물은 기무사 안에서도 사람 왕래가 적어 한적한 공간이라고 한다.


소 전 참모장과 기 전 5처장은 올해 7월 치러진 첫 합수단 조사에서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으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으나 이는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윗선으로부터 적법한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했으며 불법성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진술한 바 있다.


위장 TF는 자신들의 행적을 들키지 않기 위해 문서 작업 시 군 인트라망이 설치된 PC 대신 망이 따로 분리된 노트북을 사용했다. 작성된 문서들은 소속 부대에서 인가받지 않은 USB 등에 저장했다.


이들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지시로 지난해 2월 ‘미래 방첩수사업무체계 발전방안 TF' 허위공문서를 작성했고, 이렇게 타낸 예산으로 2주간 야근과 특근까지 해가며 계엄령 검토 작업을 수행했다는 게 합수단 설명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이런 상황들을 보면 굉장히 조심스럽게 작업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혹시 모를 오해의 소지를 제거하기 위해 망이 연결되지 않은 노트북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 전 사령관은 이 같은 이유로 신뢰가 두터운 소 전 참모장을 위장 TF 지휘자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소 전 참모장은 조 전 사령관의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다.


이들이 계엄 문건 작성을 위한 TF를 운영하면서 이를 은폐하기 위해 꾸민 허위 연구계획서의 외관은 1~2장 분량의 ‘미래방첩수사 연구’였다.


기무사가 군 보안·방첩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기존 연구들을 참고해 작성한 것이다.


연구계획서의 주된 목적은 TF 운영에 필요한 식비 등을 위한 예산 수령, 계엄문건 검토 위장이었다.


전 단장은 “이들이 사용한 예산은 2주간 11~14명의 팀원들이 식비와 수당을 위한 정도로 200~300만원 정도의 소액이었다”며 “소 전 참모장이 지시한 건이기 때문에 그의 결재를 거쳤고 예산부서 또한 금액이 크지 않아 결재를 해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사용한 노트북과 USB에 저장된 내용을 모두 삭제했지만 합수단이 저장된 내용들을 복구하면서 일부 문서들이 증거로 제출됐다.


3명 가운데 기 전 5처장과 전 기무사 중령은 허위공문서 제작뿐 아니라 지난해 5월 계엄령 문건이 마치 키리졸브(KR) 연습기간에 훈련용으로 생산된 것처럼 ‘훈련비밀 등재’ 공문을 허위로 기안하기도 했다.


해당 문서는 전자 시스템에서 기안·결재돼 공전자기록 등 위작 혐의도 적용됐다.

 

도주한 조현천


하지만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작성 의혹 수사가 사건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사령관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최종 진상규명에 이르지 못한 채 사실상 중단됐다.


조 전 사령관의 소재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당시 군 지휘라인의 ‘윗선’인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계엄문건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사건의 실체 파악이 장기간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 합수단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조 전 사령관이 작년 12월 13일 미국으로 출국한 후 현재까지 소재가 불명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수사 착수 이후 조 전 사령관의 소환을 위해 줄곧 노력했지만, 4개월이 가깝도록 소재 파악마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합수단은 수사 초기 주변인을 통해 조 전 사령관의 자진 귀국을 유도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강제귀국 절차를 밟더라도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절차 때문에 수사 기간이 한정된 합수단으로선 강제 신병 확보 방안에 최대한 신중을 기했다.
합수단이 출범한 지 두 달이나 지난 9월 20일에야 조 전 사령관의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여권무효화,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 등 강제귀국 절차에 착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동안 합수단은 문건 작성에 직접 관여한 기무사 관계자들과 문건에 명시된 15개 계엄임무수행군 지휘관들에 대한 조사에 주력해왔다. 조 전 사령관의 소환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만큼 다른 사건 관련자들을 불러 윗선 개입 여부를 밝힐 단서를 찾겠다는 의도였다.


노만석 공동합수단장은 “체포영장에 담을 범죄혐의 소명 작업과 자진 귀국 설득 작업을 병행했다”고 말했다.


조 전 사령관의 자진 귀국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 합수단은 수사 중반에 접어들면서 한 전 국방장관과 김 전 국가안보실장 등 윗선 수사로 직행했다. 조 전 사령관이 국방부 및 청와대와 어떤 논의를 주고받았는지 밝혀내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었다.


조 전 사령관이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말부터 작년 5월 대선 때까지 주요 시점마다 청와대를 찾은 행적 기록은 찾았지만, 결국 계엄문건과 관련해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밝혀내는 데는 실패했다.


한 전 장관과 김 전 실장도 소환 조사에서 문건 작성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바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 관계자는 “한 전 장관과 김 전 실장으로부터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합수단이 이날 한 전 장관과 김 전 장관을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등 피고발인 8명 모두에 참고인중지 처분을 내린 것은 결국 조 전 사령관의 진술 없이는 내란음모 혐의를 밝혀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조 전 사령관의 소재가 파악되더라도 자진 귀국을 거부할 경우 수사와 진상규명은 장기간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40억원대 배임 혐의를 받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장녀 유섬나(52)씨의 경우 적색수배 상태에서 2014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체포된 뒤에도 현지에서 송환 불복 소송을 제기하면서 작년 6월 강제귀국하기까지 3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 공개됐던 계엄문건.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수사실패 합수단


결국 합수단이 핵심 관계자를 한 명도 처벌하지 못한 채 활동을 잠정 중단하자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인 계엄령 문건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수사는 기무사가 작성한 A4용지 8장 분량의 계엄문건과 67장의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어떻게 볼 것이냐가 핵심이다. ‘참고인 중지’조치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계엄 실행 의지를 갖고 문건을 지시·작성한 것인지, 아니면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단순한 위기 대비용인지를 규명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실무 책임자격인 조현천 전 사령관 신병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계엄 실행 의지여부와 관련한 실체적 진실은 미궁에 빠지게 됐다.


더욱이 처음부터 입증이 쉽지 않은 ‘내란예비·음모’ 혐의를 염두에 두면서 수사의 난항은 예상되어 왔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내란음모가 드러나려면 대통령이 직접 재가를 하거나 국무회의에서 논의를 한 구체적인 모의 정황이 드러나야 하는데 광범위하고 대대적인 수사에도 문서의 성격 규명과 조 전 사령관 윗선의 개입을 포착하지 못했다면 혐의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수사 중지 상태에서 결론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이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과 당시 동선에 수상한 점이 있었다는 사실을 들며 여지를 남겼다. 합수단 관계자는 “조 전 사령관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 중이던 시점에 네 차례 청와대를 방문했으며 2016년 12월5일 방문 때는 국가안보실 방문 후 부관에게 ‘잠깐 대기하라’고 지시한 후 사라졌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 탄핵 소추 투표 나흘 전으로 조 전 사령관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나 계엄문건 작성에 관한 구체적 논의를 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뉘앙스다. 한 법조인은 “내란음모는 목적범이기 때문에 문서 작성 목적이 규명되는 게 핵심”이라며 “검찰이 다른 증거를 찾았더라도 문서 작성을 주도한 핵심인물의 진술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혐의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떠들썩한 출발이 초라한 결과로 나타나자 수사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군 내부에서 먼저 감찰을 통해 경위가 밝혀지고 문제가 있다면 고발을 통해 검찰 수사가 들어갔어야 했다”며 “(군대 조직을 수사한) 군 검찰을 제대로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국회 청문회 열리나


이같은 ‘용두사미’ 수사로 인해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실시하기로 조금 전 뜻을 모았다”고 했다.


발표된 합수단의 중간수사 결과가 ‘용두사미’란 평가를 받으면서 국회 차원에서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 된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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