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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리’ 저지른 게 아니다? 황당한 한유총의 변명

한유총, 국감장서도 “사립유치원 위한 ‘제도’ 만들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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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현 기자
기사입력 2018-11-04

“비리라고 말하지 말아 달라.”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에 대한 증인으로 나온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사립유치원을 위한 법과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에, 지원금과 교비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교비로 자녀의 대출금과 보유세를 지불했다고 밝힌 그는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장에서도 당당한 태도로 일관해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왼쪽)과 김용임 한유총 전북지회장. 이들은 끝까지 ‘규칙’과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 사진 출처=연합뉴스 뉴스 화면 갈무리

 

“지원금 제대로 쓰고, 학부모 돈은 맘대로 써도 되나?”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 공동대표 “통일된 감사 매뉴얼 필요”

 

“증인! 그런 말은 지금 여기서 할 게 아닙니다. (사립유치원 비리는) 제도적인 문제라기보다 도덕성의 문제입니다. 지금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비로) 노래방 가고, 명품백 사고. 다는 아니겠지만 그런 몇 분들 때문에 국민들에게 지탄받는 것 아닙니까.”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비상대책위원장이 국정감사장에서까지 “제도적 문제”를 운운하며 사립유치원이 ‘개인 생업’이라 하자 이철희 교육위원장이 던진 말이다. 10월29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선 한유총 관계자들이 나와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먼저 사태를 처음 고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덕선 비대위원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박 의원은 이 비대위원장이 설립한 리더스 유치원에 대한 8가지 비리 사실(증여세 탈루, 과도한 업체 계약 등)을 짚으면서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유치원은 사립학교법상 학교다. 우리 아이들이 처음 경험하는 학교고 첫 사회다. 이런 식으로 교비를 마음대로 썼다는 것은 문제”라고 꾸짖었다. 

 

이에 이 대표는 “대답하기 어렵다”로 일관하면서도 사립유치원의 개인 간 매매에 대해 유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났으며 누리과정 지원금을 받고 있으나 유치원 설립 시에는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았다고 맞섰다. 

 

여야가 모두 규탄한 회계비리문제에 관해서도 “교비에는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이 (한 계좌에) 혼재돼 문제가 생겼다”면서 총액 기준으로 정부 지원금은 교사 인건비와 조세공과금이라는 목적에 맞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누리과정 29만 원은 교비로 쓰인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20만 원은 맘대로 써도 된다는 이야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 의원은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거다. 학부모 부담금도 맘대로 쓰라고 드리는 돈이 아니다. 49만원으로 아이들 가르치라고 주는 돈이다”라고 지적했다. 

 

헤드랜턴 쓴 한유총 지회장, 왜?

또 다른 한유총 증인으로 나선 김용임 한유총 전북지회장 겸 대외협력부장은 눈물을 보이며 감정에 호소해 질의하는 의원들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김 지회장은 “(사립유치원 사태로) 사립학교법보다 재무회계법보다 국민정서법이 이렇게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장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교육하고 있는 교사들과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라며 울먹였다. 이어 그는 ‘사립유치원 지원금이 공적자금인 것을 몰랐냐’는 질문에 “국민 세금이 정말 따지면 사립유치원보다 국공립에 간 게 더 많다. 같은 선상에서 지도해 달라”는 논리를 들어 억울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지회장은 “아이들이랑 놀 때도 놀이 규칙이 있다. 규칙부터 정해달라”고 주장하며 헤드 랜턴을 꺼내 머리에 썼다. 그는 “아침마다 눈을 뜨면 머리에 플래시를 켜고 일한다”고 눈물로 호소하며 “아이들 30명 데리고 인건비를 못 받는 원장도 있다. 또 교사 봉급 지급을 위해 아파트와 자동차도 팔았다”며 지방에 아이들이 줄고 있는 현실과 경영난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국감장은 아무런 소득 없이 ‘규칙’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만 넘쳐났다. 특히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은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아무리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에 관해 말씀해보라”고 말해도 “법상 사립유치원은 개인 소유다. 법원이 나서도 무혐의 판결이 된다”고 동문서답을 했다. 홍 의원이 재차 “지금 그러면 사립 유치원을 누가 보내겠느냐.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묻자 “여러 정치인들과 학부모들과 열린 토론회를 하고 싶다. 지금 이대로 하면 사립유치원 운용도 안 되고 퇴출도 어렵고 아무것도 안 된다”고 답했다. 

 

이러한 가운데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사립유치원 비리와 관련된 자료를 추가로 공개했다. 박용진 의원이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추가로 제출받은 자료를 취합한 결과 약 5년 9개월 동안 감사는 2325개 유치원에서 6908건, 316억618만 원이 적발됐고 지도점검은 5351개 유치원에서 9214건, 65억8037만 원이 적발됐다. 

 

박용진 의원은 “이번 자료는 지난 11일, 국정감사에 이어 추가로 유치원 감사결과 내역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또한 지도점검결과 내역도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유치원이 그간 지원금·보조금을 수급하며 정부를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서 어떤 면에선 감사결과보다 더 죄질이 안 좋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지도점검들로 유치원의 운영정지·폐쇄·고발까지 조치할 수 있지만 1천만원 이상 고액이거나 상습적으로 부정수급을 저지른 경우에도 대부분이 보전조치로 끝났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감사결과 자료는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 감사결과를 구분했다는 점 ▲기존 공개 자료에서 각 시도교육청의 착오 등으로 누락됐던 부분을 완벽하게 보완했다는 점 ▲현재 각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유치원 주소와 전화번호가 공개되지 않아 동일한 이름의 유치원이 있을 경우 이를 구분하는 데 혼란이 있어 이를 공개해서 보완했다는 점이 추가사항이다.

 

비리유치원 처벌 ‘솜방망이’로 끝나 

지도점검결과 자료는 유치원의 지원금·보조금을 부정수급, 원비인상률 상한준수 여부 등을 포함하고 있어 기존의 감사 자료와는 다르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서울 소재 A유치원은 약 1년간 원아 수 69명을 부풀려서 유아학비 1712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가 적발됐다. 하지만 조치는 기관 경고와 원장에 대한 경고 및 해당 금액 환수조치로 끝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해 “자료를 공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상당히 고민을 했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한유총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보다는 반발하고 집단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공익적 측면에서 일부 유치원의 비리와 도덕적 해이를 일깨우기 위해 공개했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비리 실태를 처음으로 고발한 ‘정치하는엄마들’은 한유총의 국감장에서의 발언과 관련해 ‘와 닿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용임 지회장의 발언과 관련해 “그분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체 사립유치원이 그럴 거라고는 보지 않는다. 많은 유치원의 감사 결과가 실제와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 공동대표는 그간 있어왔던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한 정부 조치에 관해 “우리가 모니터링을 해 오면서 시도교육청의 조치들을 보면 원칙적으로 기준이 모호하고 처벌 수위가 약하다. 시도별 감사기준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사립유치원 대책 마련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고, 통일된 감사 매뉴얼을 마련해 전수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사립유치원 인사 문제의 투명성 확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장 공동대표는 “현 제도는 원장과 그의 친인척이 고액급여를 받는 경우를 제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정부여당이 비리를 막는 3법을 제시했지만 이 부분이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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