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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능선 능악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27일로 예정됐던 재판에 나가기 어렵다고 발표

김덕권 시인 l 기사입력 2018-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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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이순자 전 대통령 부부.  ©브레이크뉴스

인간이란 착할 수도 악할 수도 있는 존재일까요? 전두환 전 대통령이 8월 26일 자신의 회고록 관련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측근을 통해 밝혔습니다. 전두환 씨는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 명의의 입장 문을 내고, 2013년부터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27일로 예정됐던 재판에 나가기 어렵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 씨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언급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입니다. 그런 그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람이 회고록을 써서 출판까지 했다니 참으로 납득이 안갑니다.

 

1980년 5월 광주의 참혹했던 양민학살을 생각하다 보면, 도대체 인간의 성품은 착한 것인가 아니면 악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문제는 예로부터 성리학의 심성론에서 크게 논의된 것이지요. 이 성품설(性品說)에는 성선설⦁성악설⦁무선 무악 설⦁혹선 혹악설⦁성삼품설 등이 있습니다. 우선 대표적인 몇 가지만 알아봅니다.


첫째, 맹자(孟子)의 성선설입니다. 인간의 본성은 선한 것이기 때문에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갖추었고, 거기에서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둘째, 순자(荀子)의 성악설입니다. 인간의 성품은 원래 악하며 선하다는 것은 위선이며 거짓이라 합니다. 인간의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부정부패. 위선, 죄악 등은 악하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 이러한 악을 선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예의나 교육이 필요하다는 설입니다.

 

셋째, 고자(告子)의 무선 무악설입니다.  고자는 성품을 천명(天命)으로 본 것이 아니라 식욕 색욕 등 자연적인 욕구로 보았기 때문에 삶의 욕구에는 선도 없고 악도 없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넷째, 양웅(揚雄)의 혹선 혹악설입니다.  사람의 성품은 때로는 선하기도 하고 때로는 악하기도 하다는 주장입니다.

 

넷째, 한유(韓愈) 성삼품설입니다.  인간의 성품은 세 가지 계급이 있다는 것입니다. 상등의 사람은 가르치지 않아도 선하고, 중등의 사람은 가르치기에 따라 선하기도 악하기도 하며, 하등의 사람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악한 것이라고 하는 설입니다.

 

다섯째, 불교의 입장입니다. 인간의 본래 성품은 텅 비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입정처(入定處)라 선악(善惡)⦁미추(美醜)⦁염정(染淨)⦁시비(是非)⦁장단(長短)⦁정사(正邪) 등의 분별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상대적인 일체의 분별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성품의 체(體)를 강조한 것이지요.

 

여섯째, 원불교의 입장입니다.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는 정(靜)과 동(動)의 입장에서 성품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정은 체요 동은 용(用)입니다. 정의 입장, 곧 체의 입장에서는 모든 분별이 끊어졌기 때문에 선도 없고 악도 없는 무선 무악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동의 입장, 곧 용의 입장에서는 사람의 성품은 능선 능 악이 됩니다. 능선 능 악 이라는 것은 선악의 주체가 대상, 곧 경계(境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이지요. 곧 사람의 자기 선택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원불교의 입장입니다.

 

어떻습니까? 어느 설이나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흔히 살인을 하거나 도둑질 등 큰 죄를 지은 사람이 주위의 환경 탓을 잘합니다. 환경만 좋았더라면 결코 나쁜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현실 경계에 책임을 돌리는 것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가난하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도둑질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죄를 짓는 원인은 경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성품은 정하여 제자리에 합하면 텅 비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무선 무악이 됩니다. 그러나 동하여 작용하면 스스로의 결단과 선택에 따라 능선 능 악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할 때에는 무선 무악의 자리, 곧 우주와 하나가 된 경지에 머물러 있고, 동할 때에는 혜복(惠福)을 자유로 하여 선업을 짓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악 죄 복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결코 경계를 원망하지 않고 언제나 스스로 창조적이고 주체적인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인간의 성품을 착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오늘 날에는 오히려 악한 행위를 하고도 부끄럽거나 수치스럽게 여기지를 않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광주의 5월에 그렇게 많은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도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뻔뻔스럽게 잘만 살고 있는 사람들, 국법을 어기고 국정을 농단한 범행으로 국민의 미움을 사면서도 자신은 아무런 죄가 없다고 태연하게 살아가는 이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김덕권 시인     ©브레이크뉴스

전두환의 치매는 아마도 그가 수 없이 저지른 악행의 과보(果報)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치매는 인간으로서는 더할 수 없는 형벌이기 때문입니다.「사람의 성품이 정한 즉 선도 없고 악도 없으며, 동한즉 능히 선하고 능히 악한 것」입니다.

 

우주의 진리는 원래 생멸(生滅)이 없이 길이 돌고 도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는 것이 곧 오는 것이 되고, 오는 것이 곧 가는 것이 되며, 주는 사람이 곧 받는 사람이 되고, 받는 사람이 곧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니, 이것이 만고(萬古)의 변함없는 상도(常道)인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성품이 이와 같이 능선 능 악인데 전두환 전 대통령은 어쩌자고 선을 버리고 극악의 길로 들어서 영생을 통해 그 무서운 과보를 받으려 하는지 연민(憐愍)의 정이 일어나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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