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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0년 포스코 위한 아버지, 사망 원인 알고싶다"

성혜미 기자 l 기사입력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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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 등이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진 노동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마련한 시민분향소     © 금속노조 포항지부

 

[주간현대=포항 성혜미 기자] 한파가 왔지만 평범한 날이었다. 이상정(60)씨 역시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다.

 

전문 기계정비회사 ‘TCC 한진소속으로 30여 년간 일한 그는 며칠 전부터 원청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산소공장 14플랜트의 냉각기 부품 교체 작업을 해왔다. 당시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정기 대수리 기간으로 TCC 한진 소속 노동자 290여명이 일하고 있었다.

 

6명의 동료가 이 교체 작업에 참여했다. 4명은 냉각기 안에서 관련 교체 일을 했고, 나머지 2명은 외부 업무를 담당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일은 3시간이 지난 12시까지 진행됐다. 이씨는 이후 동료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고, 1시부터 3시까지 두 시간 가량 일을 이어갔다. 힘든 작업이어서 동료들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따뜻한 커피도 한잔 마셨다. 330분 이씨는 다시한번 냉각탑 안으로 동료 3명과 함께 향했다.

 

외부 업무를 담당했던 이씨의 동료 A씨는 또 다른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크레인 작업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이씨가 냉각탑 안으로 들어간지 8분이 지난 뒤였다. A씨는 크레인 작업을 알리기 위해 냉각탑 안의 동료들에게 무선 연락을 보냈지만, 응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응답이 없자 A씨는 10분이 지난 오후 347분경 맨홀을 통해 냉각탑을 살폈다. 그곳에는 동료가 쓰러져 있었다. 놀란 A씨는 곧장 포스코 포항제철소 방재 상황실에 신고했고, 이후 소방대 응급차와 119구조대가 도착했다. 응급처치를 했지만 이씨를 비롯한 이들은 모두 깨어나지 못했다

 

평범해서 피해받는 유족들

이씨의 딸 서연씨는 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버지를 만난 그는 눈물을 터뜨렸다. 이씨의 얼굴에는 질식사고 당시의 고통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서연씨는 아버지를 봤다. 사고 당시 얼마나 숨을 못쉬어 괴로웠던지 손톱으로 얼굴을 할퀸 자국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등지고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서연씨의 마음에는 절망뿐 아니라 분노도 커져갔다.

 

원청인 포스코에서는 사과문을 발표했고, 유족들을 만나기 위해 포항시장부터 중앙정부 관계자까지 빈소를 찾았다. 하지만 서연씨가 알고 있는 내용은 단 하나 아버지의 사망원인은 질식사라는 것뿐이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 들렸고, 원청인 포스코는 사과문과 다르게 유족에게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고현장을 방문 했을 때는 경찰이 포스코로 부터 입수한 A4 2페이지로 된 문서 두장만 전달했다.

 

점차 언론은 이 사고에 대해 포스코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안전관리상의 문제보다 설비사고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나왔다.

 

그러던 중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했었던 B씨가 연락을 해왔다. “이번 사고의 책임이 포스코에 있다고 말한 B씨는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관련 기사 “질소가스 막는 맹판, 현장엔 없었다”>

 

산소공장은 수동, 자동 밸브로 차단하는데 작업을 하게 되면 밸브와 상관없이 작업개소로 가는 라인을 맹판을 설치하여 차단하는 것이 작업표준이다. 또한 산소공장은 휴지 후 가동하면 약 72시간 후에 산소가 정상 발생됨으로 파이넥스 가동시간에 맞추기 위해 미리 가동했을 수 있다. 이것은 파이넥스 가동 예정시간과 산소공장 가동일지 등을 비교해 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맹판은 전문가가 아니었던 서연씨와 다른 유족에게는 낯선 단어였다. 맹판은 전자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가스 밸브 작동 여부와 관계없이 배관 사이에 설치해 물리적으로 가스를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즉 표준작업서에 따라 맹판이 설치되었더라면 배관과 밸브를 통해 가스가 유입되지 않아 현장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리고 맹판 설치는 책임은 원청인 포스코에 있다.

 

29일 서연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포스코 회장 및 소장의 조문, 사과문 발표, 사고대책반 구성, 유가족과 언론을 대상으로 한 사고현장 공개 등 발빠른 대처를 환영했다면서 하지만 사고현장을 방문한 포스코 측은 유가족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연씨 역시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5일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면서 장례식장에 찾아온 고위급 사람들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사치레였을 뿐,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이른바 FM으로 살아온 분이다. 회사와 집 밖에 몰랐다. 옷 한 벌 사는 것도 사치라고 생각하면서 어머니와 자식들을 생각하신 분이다라면서 우리가족 힘들게 안하시려고 회사에서 일이 있다고 하면 밤이든 낮이든 주말이든 가리지 않고 작업에 나가셨다고 밝혔다.

 

이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먼저라면서 이번 사고는 맹판를 설치하지 않아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철저히 조사해 책임이 있는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hna10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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