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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의 최후 변론 전문

"특검 공소사실은 증거 없고 일방적 주장 점철...승계 작업이란 프레임 만들었다"

정리/김혜연 기자 l 기사입력 201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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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변호인단은 8월7일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한 결심공판의 최종 변론을 통해 "특검의 공소사실은 증거가 없는 일방적 주장만으로 점철돼 있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사진은 JTBC '뉴스룸' 보도 화면 갈무리.    


삼성 변호인단은 8월7일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한 결심공판의 최종 변론을 통해 "특검의 공소사실은 증거가 없는 일방적 주장만으로 점철돼 있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삼성 변호인단은 "특검은 법적 논란에는 눈을 감으면서 '대중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하며 "마치 국가보안법 사건처럼 (특검의) 추측만으로 공소장이 이뤄졌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특검이 사업구조 개편을 ‘승계 작업’이란 프레임으로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200자 원고지로 30매에 달하는 삼성 변호인의 최후 변론 전문.

 

1. 소회

특검의 구형 의견을 들으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피고인들과 삼성에 대한 특검의 오해와 불신이 너무 깊은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 재판을 통해서 그러한 오해와 불신이 해소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변호인의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부당성

가. 이 사건 각 지원행위에 관하여

우선 특검은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승마, 재단, 영재센터 등 이 사건 각 지원행위를 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다만, 특검은 이 사건 각 지원행위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왜곡하여, 그 성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사건 각 지원행위는, 대통령, 청와대, 김 종 차관 등에 의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에 따라 결정되고, 이행되었다는 공통된 성격이 있습니다. 그 지원 이후, 최서원과 그 측근들에 의해 변질됐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특검은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최서원과 대통령의 관계, 그리고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통해 비로소 밝혀진, 최서원의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 등을 잘 알면서, 오히려 이를 이용하기 위해 지원을 하였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특검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는 점이 이 사건 공판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나. 부정한 청탁의 존부에 관하여

피고인들은 이 사건 각 지원행위와 관련해서 대가를 바란 일이 결코 없습니다. 사실 특검 주장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사건 각 지원행위를, 그 지원에 관계된 사람 중 누구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대가에 연결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존재하지도 않는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입니다.

 

특검은 처음 출범 당시부터, 이미 삼성은 국정농단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국정농단의 기회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였다는 시각을 갖고 수사에 임하였습니다.

 

여기에는 그간 우리 사회의, 삼성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과 편견이 밑바탕에 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피고인 이재용은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려고 할 것이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총수 일가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기 위한 조직이다", "다른 기업이라면 몰라도, 정보력이 막강한 삼성이라면 당연히 최서원의 존재는 물론이고, 그의 대통령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까지 미리 알았을 것이다"라는 등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특검은 그동안 국정농단 특검이 아니라 삼성 특검이라고 불릴 정도로, 삼성그룹 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수사를 하였고, 또 이미 수십여 차례에 걸친 공판이 진행되었음에도, 정작 이들 의혹 중 사실로 확인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확신합니다.

 

다. 법리적 오류와 모순점

마지막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나 특검의 주장에는 심각한 법리적 오류와 모순점에 있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에는 특검이 주장하는 뇌물공여와 양립될 수 없는 여러 사정이 존재하므로, 간접증거들을 통해 이 사건 공소사실이 입증되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전혀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뇌물이라 함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불법한 보수 또는 부당한 이익을 말합니다. 따라서 어떠한 이익이 뇌물로서의 성격 즉, 뇌물성을 가지려면, 이익의 수수가 직무행 위에 관한 대가(반대급부)로서 이루어진 것이어야 합니다. 결국 (뇌물성의 내용을 이루는) "이익과 직무행위 사이의 대가관계" 여부의 판단은, 당해 이익에 관하여 수수 당사자가 과연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였는가라는 의사해석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모든 재판에서 그러하듯이, 당사자들의 행위에 대한 의사해석은 사건의 전후 사정을 치밀하고 모순 없는 논증을 거쳐 도출해야 합니다.

 

특검은,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 지원에 대한 대가로 이 사건 각 지원행위를 요구하고, 피고인 이재용은 이를 수락함으로써 대통령과 피고인 이재용 사이에서 이 사건 각 지원행위라는 뇌물수수에 관한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 각 지원행위가 진행된 과정을 살펴보면, 이사건 각 지원행위가 결코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 지원에 대한 대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사건 각 지원행위가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 작업 지원에 대한 대가라는 점과 양립할 수 없는 수많은 사정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핵심적인 사항들만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특검이 주장하고 있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에 도움을 주는 것을 대가로 승마 등의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서, 전형적인 '요구형 뇌물' 사안에 해당합니다. 특검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은 그 실체도 모호한 '승계작업'이나 개별 현안들을 도와주기 위한 지시를 한 사실이 없고, 특검 또한 이를 입증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못하였습니다. 공무원의 도움을 대가로 한 요구형 뇌물 사건에서, 그것도 그 공무원이 대한민국 대통령인 사건에서, 정작 뇌물을 요구한 대통령이 아무런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은, 대통령이 피고인 이재용을 상대로 사기 범행을 하였다고 인정하지 않는 이상, 뇌물수수의 합의가 성립하였다는 점과 도저히 양립될 수 없는 대표적인 사정입니다.

 

특히 2014년 9월 15일 1차 단독 면담 직후에는, 공소장에 승계작업을 위한 현안으로 적시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국민연금공단의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2015년 7월 25일 2차 단독 면담 후인 2015년 10월 14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결재까지 받아 삼성물산 주식 1천만주 처분 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2016년 2월 15일 3차 단독 면담 직후에는 안종범 수첩에 '금융지주회사'라는 기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는 종전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여 바로 다음 날 삼성에 불가통지를 하였고, 결국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은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금융지주회사 건에 관해서는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이 이 법정에서 "안종범 수석이 너무 관심이 없어 서운했다"라고 증언하였을 정도로, 청와대는 전혀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처럼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대통령이 도움을 주는 대가로 이 사건 각 지원행위를 하기로 합의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대통령이 도움을 준 사실이 전혀 없고, 오히려 단독면담 직후 개별 현안들이 삼성의 의사와는 달리 무산된 사례들까지 있다는 점 역시 뇌물수수의 합의가 성립되었다는 점과 절대 양립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이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정이 있습니다. 공판과정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이 사건 승마지원의 경우, 삼성은 박원오와 구체적인 지원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용역사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선수단 규모 및 1인당 마필 지원 수량을 축소시키며, 훈련 기간 축소, 용역대금 감액 등 지원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였습니다. 특검은 요구형 뇌물의 경우 공여자가 어쩔 수 없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공여액을 축소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사건에서만큼은 특검의 그와 같은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특검 주장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뇌물의 대가는 다름 아닌 바로 특검 스스로 20년 전부터 추진되어 왔다고 하는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에 대한 대통령의 도움입니다. 그토록 중요한 승계작업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가인데, 만나자마자 그 대가인 지원의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전혀 뇌물수수 합의 사실과 양립될 수 없는 사정입니다. 특검 스스로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있는 피고인 최지성, 장충기, 박상진, 황성수가,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작업에 대한 도움을 주는 대가로 대통령에게 제공하는 승마지원 비용을 깎으려 했다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지요? 한 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3. 마치며

변호인 주장의 결론입니다.

우선 피고인들은 대통령에게 어떠한 이익도 제공한 적이 없고, 그럴 의사도 없었습니다. 또한 이 사건 각 지원행위는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나아가 특검의 주장은 이 사건 각 지원행위의 경위를 비롯한 사실관계나 법리 적용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참으로 불행한 사건이었습니다. 마땅히 진상이 규명되어야 하고 그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들은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법과 원칙을 벗어나면서까지 책임을 묻는 것이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명분 하에, 또 하나의 큰 잘못을 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기업들은 피해자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대통령의 요구를 받은 기업은 현실적으로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사실상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하여 기업의 사적 자치 영역에 간섭한 대통령의 행위는 헌법상 법률유보 원칙을 위반하여 해당 기업의 재산권 및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기업들이 국정농단 사건의 피해자임을 인정했습니다.

 

특검은, 삼성은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국정농단 사태에 적극 편승하여 승계작업에 대한 이득을 얻었으므로, 그 경영자인 피고인들을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삼성과 피고인들은 대통령이나 최서원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은 적이 없고, 받으려고 생각해 본 일도 없습니다. 피고인 박상진은 부탁할 일 없느냐는 최서원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였습니다. 삼성 역시 다른 기업들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특검의 주장은 근거 없는 편견일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본 변호인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 하고 싶습니다.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이 담고 있는 의미가 그리 단순하지는 않지만, 본 변호인의 짧은 소견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켰느냐 그렇지 않았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단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피고인의 주장이 진정 진실이라고 전제한 다음 증거를 보았는지, 아니면 검사의 주장이 진실일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증거를 보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본 변호인의 이런 투박하고 거친 생각을, 정제된 언어로 완성 시켜 준 대법원 판결이 떠오릅니다. 너무나 많이 회자되어 이 자리에 계시는 모든 분이 잘 알고 있는 판결입니다. 이 판결을 인용하는 것으로 변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법원은 공평하고 공정해야 한다. 검사의 공소사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에서 보이는 여러 불일치, 모순, 의문에는 애써 눈감으면서,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과 증거에는 불신의 전제에서 현미경의 잣대를 들이대며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형사 법원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은 심리 과정에서 선입견 없는 태도로 검사와 피고인 양편의 주장을 경청하고 증거를 조사하여야 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헌법상 요구되는 형사재판의 원리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하여야 한다.'

 

본 변호인은 피고인들을 사실상 유죄로 추단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피고인들이 무죄임을 밝혀 나가는 과정이 참으로 힘들었지만, 한순간도 피고인들이 무죄임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부디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랜 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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