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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사건의 재구성 ⑱ 신사동 사바이 주점 살인 사건

‘피비린내 진동’ 사바이 주점…‘잔혹 고문살인 미스터리’

조미진 기자 l 기사입력 20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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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프랑스 월드컵 개막 후 일주일 지난 시점, 서울 신사동 모 주점에 손님으로 온 20대 남성들이 주점 주인과 다른 여성, 이후 업소에 들어온 택시기사를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살해된 여주인은 입에서 볼까지 13cm가 흉기로 잘려 있었고, 택시기사는 폐 등 신체 곳곳이 흉기에 깊게 찔려 있었다. 또 다른 여성은 목이 반쯤 베어진 상태에 얼굴을 발로 밟은 자국이 선명했다. 역시 신체 여러 곳을 흉기에 찔린 다른 피해자는 죽은 척하며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사고 직후 생존자와 숨진 여주인 언니에 의해 작성된 범인 몽타주는 방송 등을 통해 공개됐지만 사건은 아직도 미궁 속이다. 이미 3년 전 공식적으론 영구 미제 사건이 돼버린 상태다. 잔인하고 대범한 범죄수법으로 인해 주범은 폭력조직원 전력이 있거나 강력범죄로 징역살이 후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인물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인데 이들이 3년 이상 국외에 도피했을 경우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주점 합석하려다 잘 안 돼…카운터에서 실랑이 벌어지기도

20대 남성들 흥분…1번방에서 “살려 주세요” 소리 들렸다

 

피해자 입에서 13cm 베어내고, 다른 여성 목 반쯤 도려내…

주범 강력범죄 전력 높지만…범인 못 잡고 이미 18년 지나 

 

 

[주간현대=조미진 기자] 1998년 신사동 사바이 단란주점에서 20대 남성 손님들이 강도로 돌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3명이 피살되고 한 명은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강력범죄 전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주범 등에 대해 윤곽도 좁히지 못한 채 공식적으론 영구 미제 사건이 돼버렸다. 그러나 범인들이 해외 도주한 상태라면 공소시효가 연장되며 여전히 많은 전·현직 형사들은 이 사건을 좇고 있다.

 

▲ 살인 사건이 발생한 서울 신사동 사바이 단란주점 당시 모습. <사진=MBC뉴스 보도화면>     © 주간현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에 따르면 1998년 6월14일 새벽 2시 30분 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지하 1층에 위치한 사바이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20대로 보이는 남자 3명이 강도로 돌변, 주점주인 A(41·여)씨와 손님 B(38·택시기사)씨, 손님 C(41·여)씨 등 3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하의가 벗겨진 채 많은 피를 흘리는 여성이 지하에서 손은 흔들며 기어 나오는 것을 목격한 모범 택시 기사가 이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흥분한 범인들의 잔혹한 범행

 

신고를 받고 주점으로 출동한 경찰들은 경악했다. 피비린내가 진동한 지하 주점은 불을 켜자 참혹하고 어지러운 광경이 펼쳐졌던 것이다.

 

화장실 세면대는 배수구를 막은 흔적과 함께 물이 틀어져 있었으며 세면대에서 넘친 물은 바닥으로 흘러내려 다량의 혈흔과 섞여 흥건한 상태였다. 이는 범인들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벌인 행위로 보였다.

 

주점의 방 한곳은 접시와 유리컵 등이 산산조각 나 있었다. 그 옆방에는 30~40대의 남여가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됐는데 바로 이곳 여주인과 각각 온 두 명의 손님이었다.

 

택시기사 B씨의 시신에는 열일곱 군데나 칼에 찔리거나 베인 흔적이 발견됐다. 여주인 A씨는 허벅지와 등이 깊게 찔렸으며 앞서 밝혔듯 입에서 부터 가장자리가 흉기로 찢겨져 13cm나 되는 상처가 있었다.

 

범죄 전문가들은 이를 고의 입안에 칼을 대고 범행 한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또 여자 손님 C씨는 목이 반쯤 잘려서 사망했는데 이마에는 발로 짓밟힌 듯한 신발자국이 선명했다. 당시 희생자들의 모습은 수많은 시신을 봐온 법의학자 눈에도 워낙 잔인하게 훼손 돼 있어 눈앞의 광경을 믿기 힘든 정도였다.

 

“단순 강도 같지 않았다”

 

경찰은 수사결과 피해자들의 금목걸이와 금팔찌, 신용카드, 체크카드, 현금까지 없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살해된 여자 손님의 일행이었던 생존자 D씨(41·여)씨는 흉기에 목을 찔리는 중상을 입었지만 기적적으로 급소 등을 피했고, 택시기사에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 생존자는 이후 남자 중 1명이 C씨의 목걸이를 빼앗으려다 C씨가 반항하자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사건 초기 경찰은 금품을 노린 인근 불량배들의 소행으로 보기도 했다.

 

당시 언론 기사에 따르면 C씨와 함께 있던 D씨는 갑자기 옆방에서 싸우는 소리가 나더니 남자들이 여주인을 끌고 들어와 모두 엎드리게 한 뒤 칼을 휘둘렀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범인들을 이날 밤 해당 주점에서 양주 3병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잔인하고 대담한 살해 방법과 마치 고문을 한 듯한 범행 양상으로 미뤄 원한에 의한 사건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최근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일한 생존자 D씨는 “범인들 중 한 명이 직장에서 잘렸는지, 잘려서 스트레스 받아 술을 먹었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회상했다.

 

당시 단서에서도 피해자 중 한 사람이 자기 혼자 식구를 부양한다며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우리도 퇴직당해 같은 처지다’란 말을 했다는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범인들은 주점에서 노래방 기계로 ‘흔적’, ‘장난감 병정’, ‘문밖에 있는 그대’, ‘준비 없는 이별’, ‘하나의 사랑’을 부르기도 했다.

 

당시 사건 현장을 목격한 한 경찰 관계자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살인 사건이지만 그 이상으로 잔인한 고문의 현장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가장 의아한 부분은 바닥에 떨어져있는 피해자들의 머리카락 뭉치였다. 금품을 훔쳐 빨리 달아나기 바빠야 할 범인들이 왜 시간을 들여가며 다량의 머리카락을 자른 것일까. 흉기(칼)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이를 감정적 범행의 흔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머리카락까지 잘라내…

 

한편 사건 전날 주점에 있었다가 3명의 범인을 목격한 주점 여주인의 언니가 있었다. 동생과 함께 이 주점을 운영하던 언니는 사고 당시에는 현장에 없었다.

 

언니 등의 증언에 의하면 멕시코와의 축구경기를 2시간여 앞둔 1998년 6월13일 밤 10시경 3명의 20대 남성이 그곳을 찾았다.

 

 

▲ 사건 당시 현장의 모습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캡처>     © 주간현대

 

 

월드컵 경기로 인해 손님이 없던 차에 이들은 정말 반가운 손님이었다는 것이 언니의 말이다.

잠시 후 밤 10시 20분 경에는 인근 음식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C씨가 지인인 D씨와 함께 두 번째 손님으로 주점에 들어왔다.

 

밤 11시 50분경에는 동생인 여주인 A씨가 언니와 교대하기 위해 가게로 왔고 언니는 남편이 가게로 데리러 오자 집에 갈 채비를 했다.

 

6월14일 자정(0시)이 되자 동생 여주인의 지인이자 택시기사인 B씨가 월드컵 축구중계를 보기 위해 잠시 주점에 왔다.

 

월드컵 경기 전반전이 끝난 6월14일 새벽 1시 30분 경, 먼저 집에 간 언니는 가게로 전화를 걸었으며 이때만 해도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즉 범행은 1998년 6월14일 새벽 1시30분에서 경찰이 사건 신고를 받은 2시30분 사이에 일어난 것이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당시 탐문수사를 통해 도주로를 파악하고, 또 다른 목격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때문에 형사들은 범행 장소인 주점에서 범인들의 흔적을 찾는 것에 중점을 뒀다.

 

주점이 많은 손님들이 드나드는 장소인 만큼 39개나 되는 지문이 발견됐지만 지금처럼 과학수사가 발달되지 않았던 때라 감정이 불가능한 지문이 많았다.

 

증거 인멸 시도, 성공?

 

그러나 지문이 묻었을 만한 컵과 접시들은 범인들이 도주 전 이미 산산조각을 내버려 더 이상 범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생존자에 의하면 여주인 A씨가 옆방과 합석을 제안해 호기심에 따라가긴 했지만 용의자들과 함께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여인은 다시 1번방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나누다 집에 가기 위해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카운터에서 작은 실랑이가 있었던 거 같았다.

 

그 후 흥분한 20대 남성들은 폭력을 행사하며 금품을 뺏으려 했다. 혼자 힘으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처지라며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자신들도 퇴직을 당해 같은 처지다, 우리도 이러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폭력과 함께 금품을 요구했고 실제로 현금일부와 귀금속, 카드 등을 훔쳐 달아났다.

 

그러나 생존자인 D씨는 범인들이 금품을 노린 단순강도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 했다. 유독 용의자 ‘갑’에게서 조직폭력배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 대대적으로 구속수감 됐던 조직폭력배들이 출소하면서 1990년대 중 후반엔 신흥 폭력조직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때문에 크고 작은 폭력사건들이 뉴스를 통해 자주 오르내리고 있었다.

 

생존자 D씨가 목격한 범인이 소지하고 있던 칼도 예사롭지 않았다. 또 범인들이 미처 챙기지 못했던 칼집 한 개 일반 칼집이 아니라 스쿠버들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가지고 다니는 구조용 칼의 집으로 밝혀졌다.

 

조직 폭력배가 이권과 관련해 범죄를 저지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고 당시 사건 현장 지역에서 조직 폭력배가 연루된 범죄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해당 주점에 그런 큰 이권이 걸린 것은 없었다.

 

한편 범인을 목격했던 여주인의 언니와 생존자 C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경찰은 몽타주를 만들어 전국에 10만여 매를 배포하고 방송에까지 공개수배를 하게 된다. 이후 수사본부로 제보가 쏟아졌으며 그중엔 놀랄 만한 제보가 있었다. 용의자로 잡힌 한 남성은 자백진술까지 하기도 했다.

 

자백한 용의자가 있다?

 

경위는 이러하다. 공개수배 방송을 본 한 제보자가 범인이 맞는 것 같다며 신고를 했고 몽타주 속 범인과 너무나 닮아 목격자가 용의자 을과 닮은 남자를 범인이라고 확신했던 것. 이 때문에 경찰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이 남성은 결국 알리바이가 증명되며 풀려나오게 된다.

 

한편 사건 초기 경찰의 판단과 달리 전문가들은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이 범행은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먼저 가게를 빠져나간 목격자가 있는 상황에서 계획적이었다면 범행을 미루거나 장소를 변경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범행 주점에서 약 4시간을 머물렀다.

 

양주 3병을 마신 범인들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기에 일각에선 성범죄가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이 아니냐고 추정하기도 한다. 여성 피해자들의 경우 옷의 일부가 찢겨져 신체 일부가 드러난 상태로 발견됐다. 앞서 밝혔듯 생존자도 하의가 벗겨진 상태로 바깥으로 나왔었다.

 

이 같은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범인들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지만 이미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 경험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당시 시대상에 비춰 볼 때 ‘묻지마 범죄’의 형태일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때는 1997년 발생한 IMF 경제위기 직후여서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며 자살하는 이들도 급증 하던 시기였다. 이 무렵 ‘지존파 사건’처럼 그룹을 이뤄 부유층을 공격하거나 불특정다수를 납치,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존파 사건의 범인 6명은 혼자 길을 가던 20대 여성 등 5명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이들 중 일부는 담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피해자들의 인육을 먹기도 했다. 또 증거를 없애기 위해 자신들이 만든 소각시설에서 시신을 불태우기도 했던 사건이다.

 

공소시효 남았을 수 있다

 

사실 ‘사바이 주점 살인 사건’은 이미 3년 전 공식적으로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영구미제사건이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은 공소시효를 정지한다는 규정이 있다. 때문에 만약 범인이 누구인지가 밝혀지고, 또 범인들이 3년 이상 국외에 있었다면 아직 공소시효는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진에게 한 현직 경찰이 연락을 취해왔다. 현재 자신이 수사 중인 사건과 범행수법이 비슷하고 공통점이 많아 연락을 하게 됐다며, 수사의 진척이 있을 경우 취재진에게 알려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이 형사가 수사 중인 사건의 범인들은 사바이 주점 살인범들일까?

 

happiness@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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