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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뒤흔든 ‘한맥사태’ 2년이 흐른 지금

단 한 번의 직원실수로 ‘파산’… 법적공방·법제정 까지

임수진 기자 l 기사입력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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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거래를 하면서 직원의 실수로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매물을 내놓아 순식간에 3만7000건의 거래가 체결되고 46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한맥사태’. 이 사고로 한맥투자증권은 결국 파산에 이르렀고 현재까지 한국거래소와 ‘책임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재판부는 한맥 측에 중대과실이 있으며 이에 따라 책임도 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맥투자증권 입장에선 이 같은 판결이 야속하기만 한 상황.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흘렀고 금융당국은 ‘한맥사태 방지법’ 제정으로 착오거래 구제 방안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옵션거래 실수로 거대손실 이익금 반환 못 받아… 

거래소 “법대로 했을 뿐” 내년부턴 착오거래 구제

 

[주간현대=임수진 기자] 착오거래로 수백억대 손실을 입고 증권사가 파산한 ‘한맥사태’가 발생한 지 2년이 흘렀다. 이 사태로 금융당국은 이른바 ‘한맥사태 방지법’을 제정하고 착오거래 구제방안을 마련했다.

    

한 순간에 망했다

    

지난 10월30일 서울남부지법 제11민사부(염기창 부장판사)는 한국거래소가 한맥투자증권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400억원대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한맥투자증권은 지난 2013년 말 직원이 주문을 실수해 시장가격보다 현저히 낮거나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아 462억원의 손실을 냈다.

 

한맥은 거래소에 금액 결제를 보류해달라고 했지만 거래소는 다음 날 곧바로 착오거래에서 이익을 취한 외국계 헤지펀드 등에 대금을 결제했다. 거래소는 증권·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2000억원 수준으로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다. 한맥은 이익을 본 증권사와 헤지펀드를 상대로 환수에 나섰고 국내 증권사 대부분은 착오거래 이익을 전액 반환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수백억대 이익을 본 헤지펀드와는 이익금 반환 협상이 결렬되고 결국 거래소는 한맥투자증권에대해 매매거래 정지 및 채무인수 중단 조치를 취했다.

 

이 사고로 한맥투자증권은 전체 직원의 75%인 120여 명을 권고사직 처리하고 나머지 임직원도 사직서를 내야 했다. 한맥은 직원들에게 급여조차 지급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불가피한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이다.

 

문제는 착오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곧바로 결제대금을 지급했던 거래소. 당시 한국거래소 측은 “사고 당시 착오거래인지 거래 조작인지 명백하게 밝힐 수 없었고 결제금 지급은 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해당 증권사의 실수로 사고가 났기 때문에 증권사에 책임이 있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금융감독원장이었던 최수현 전 금감원장은 한맥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주문처리의 신속성과 편리성만 강조하고 거래의 안정성과 보안 등 위험관리는 경시돼 왔다”며 “이 두 가치는 수레바퀴의 양축과 같이 상호 조화돼야 할 가치로서,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균형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는 금융회사가 내부통제, 위험관리나 소보자보호와 같은 기본에 충실해야만 안정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증권가에선 한맥사태의 원인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파생상품 투자기법에 당국이 제대로 김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착오가 발생한 알고리즘 매매(파생상품 자동매매 프로그램)나 함정 주문 등에 대한 감독 체계가 미흡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지적에도 결제대금 570억원을 대납한 거래소는 구상권을 청구했고 한맥은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다. 한맥투자증권은 “이번 사고가 법률적 해결보다 신뢰에 기반해 시장의 자율적 협력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며 “(거래소의) 구상권 조기행사는 착오거래에 따른 손실금액을 회수하는 자사 활동의 발을 묶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사태수습은 녹록치 않았다. 350억원가량의 이익금을 취한 미국계 헤지펀드 캐시아캐피탈과 43억원가량을 취한 홍콩 소재 증권사 IND-X 등이 한맥의 이익금 반환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맥투자증권은 ‘한맥사태’가 발생한 지 약 1년 뒤인 지난해 11월, 캐시아캐피탈이 불법거래로 354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을 담은 고소장을 서울남부지검에 냈다. 거래소에 대해서는 400억원 규모의 구상권에 대한 채무부존재,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으로 맞서고 있다. 한맥투자증권은 거래소에 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맥 비대위는 “착오거래에 대한 명확한 책임이 거래소에 있다”며 “비정상적인 거래를 막을 제도가 없었고 거래소가 감시·감리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거래소는 규정대로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한맥투자증권이 구제신청 마감 시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현행법상 합의가 이루어진 신청에 대해서만 가능하며, 대금을 손해배상공동기금으로 결제한 것도 관련법에 따라 처리했다는 것.

 

결국 한맥투자증권은 2번의 영업정지 기간을 거치면서도 사태를 복구하지 못했으며 파산에 이르고 말았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파산12부(이재권 부장판사)는 한맥투자증권에 파산을 선고하고 채무자 희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예금보험공사를 파산관재인으로 선임했다.

    

거래소 책임 없어

    

한맥사태 이전에도 미래에셋증권이나 KTB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에서 유사한 파생상품 거래 사고가 있었지만 증권사들이 손실을 그대로 떠안다. 한맥투자증권도 예외는 아니었고 법원은 거래소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남부지법 제11민사부(염기창 부장판사)는 지난 10월30일 한국거래소가 한맥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거래소는 당시 대신 지급한 금액에서 한맥이 거래소에 예치한 공동기금을 공제한 411억원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 금액 전부를 파산재단이 거래소에 갚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맥이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금융투자업자로서 주문을 착오로 제출한 것은 중대한 과실을 저지른 것으로 봐야 하고, 주문 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원고의 지적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거래소가 모든 상황을 감시, 통제하는 데는 제한이 있고 거래가 체결된 이상 거래에 법적 효력이 있는지는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거래소가 이 사항을 보고받았음에도 전산 취소하거나 매매 정지하지 않은 것을 두고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의 이 판결이 확정되면 파산재단은 남은 재산을 배당금 형태로 거래소에 갚아야 한다. 파산재단 측은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증권가를 뒤흔든 한맥사태가 발생한 지 2년지 흘렀고 금융당국은 이른바 ‘한맥사태 방지법’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11월 초 주식시장에서 투자자의 대량 착오거래에 대한 구제 방안을 담은 업무규정 개정안이 지난달 말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금융위와 거래소가 구제 제도의 세부 요건 정비 작업을 마무리하면 내년 상반기 중 새 규정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한맥사태와 같은 착오거래 거액손실에 대한 구제가 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jjin23@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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