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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아 사건, 진실규명 촉구 기획 시리즈-1]
‘자살’로 마무리 된 ‘정경아 사건’을 아시나요

죽음에 얽힌 가려진 진실 …“타살인가, 자살인가”

성혜미 기자 l 기사입력 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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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ㄴ’주공아파트에서 한 여자가 떨어져 죽었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사건발생 24시간 만에 ‘자살’로 규정하고 수사를 종결지었다. 당시 여자와 함께 있었던 일행이 “사고가 있던 날 남자친구와 크게 다퉜다”고 진술한 것을 바탕으로 여자가 ‘충동적’으로 자살했다는 것이다. 경찰의 결론에 유가족은 납득할 수 없다며 재수사를 요청했다. 유가족은 오히려 ‘자살’이 아닌 ‘타살’에 무게를 뒀다. 사망 당시 여자의 왼쪽 눈은 누군가에게 맞은 듯 푸른 멍이 잡혀있었고 목 부근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였다. 또한 다음 날에 면접일정도 있었기에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편집자주>


면접 하루 앞두고 8층서 투신한 25살 젊은 아가씨
경찰, 사건발생 24시간 만에 ‘충동적 자살’로 규정

일반적 자살신호 “안 보여”, 충동적 자살 “가능성 있다”
일행의 엇갈리는 진술, 수상한 행동…의문점 ‘한 바구니’

 

[주간현대=성혜미 기자] 지난 2006년 7월21일 0시30분 한 여자가 아파트 8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사망자는 25살의 정경아양이다. 해당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파주경찰서는 사건 24시간 만에 ‘자살’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하지만 정양의 어머니 김순이씨는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주장했다. 딸의 몸 곳곳에 폭행이 의심되는 상처와 당시 같이 있던 일행들의 진술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명백한 ‘자살’이라며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경찰들은 어떤 이유로 정경아가 자살했다고 보는 것 일까.
 

▲ 아파트 8층에서 추락해 숨진 정경아양의 사체 모습은 누군가에 맞은 듯한 폭행흔적이 발견됐지만 경찰은 수사24시간 만에 ‘충동적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지었다.   <사진=김상문 주간현대 기자>  © 주간현대

 

자살신호

일반적으로 자살을 생각 중이거나 시도했던 사람들에게서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언뜻 봐서는 제 각각 다른 유형, 다른 상황인 것 같지만 이면에 깔린 심리는 대게 유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을 ‘자살신호’라 부른다. 전문가들은 “자살을 했거나 시도한 사람들을 보면 행동으로 옮기기 전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행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살하려는 사람들 10명 중 8명은 자살의도를 가까운 사람에게 표현하고 이 중 50%는 “죽고싶다”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2012년 01월 21일 먼저 세상을 떠난 딸을 그리워하던 50대 여성 A씨는 명절을 며칠 남기고 딸을 따라 목숨을 끊었다. A씨는 6년 전 딸이 아파트에서 스스로 뛰어내린 뒤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아왔고 그 후 지속적으로 “죽고싶다”고 말해 왔다고 유가족들은 진술했다.

 

또 2008년 8월8일 강도행위를 벌인 20대 남성 B씨가 경찰에게 자수의사를 밝힌 뒤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B씨는 우울증을 5년 째 앓아 병원치료를 받아왔고 수시로 ‘죽고싶다’고 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굳이 ‘죽고싶다’고 말하지 않아도 자살을 암시하는 행동종류는 더 있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대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살아왔던 행적을 되짚어보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찾아가 사죄를 하곤 한다.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뜬금없이 사과하는 셈이다.

 

지난 7월14일 경기도 수원에서 길거리에서 노숙하던 여자를 납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C씨가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저수지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C씨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뜬금없이 사죄하는 것 외에 또 자주 보이는 자살신호로 집중력이 평소보다 저하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업무능력이 눈에 틔게 떨어진다던지 평소와 달리 경제관념이 떨어져 무절제하게 소비한다던지 등이다.

 

지난 2003년 5월 부산에서는 20대 3명이 무절제하게 신용카드를 써 빚에 시달리다 결국 강도짓을 하고 이에 대한 죄책감과 빚에 대한 부담감으로 집단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또 자살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게 롤러코스터를 타듯 극단적인 감정변화를 보였다. 장기간 아이처럼 울거나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횟수가 늘어났다. 분노조절 또한 어려워 근거없는 분노를 주변사람들에게 표출하기도 했다.

 

극심한 감정변화만큼 겉으로 드러나는 외부모습도 극단적으로 변했다. 일례로 지난해 6월 중국에서 ‘환환’이라고 하는 타이완 가수가 자살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3년 전 출연했던 방송에서 환환은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또 우울증 때문에 7일간 잠을 못자 몸무게가 37kg까지 빠진 경험을 말한 적 있어 다시금 화재가 됐었다.

 

이외에도 평소 자신이 아꼈던 물건들을 주변 지인에게 나눠주거나 정리했다. 또 자신이 무가치한 존재로 여겨져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거나 쓸 데 없이 위험한 행동을 하고, 술과 약물에 탐닉하며 건강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자살신호 안보여

하지만 정양 사건의 경우 위와 같은 일반적인 자살유형에 해당하는 사례를 찾을 수 없었다.

 

실제로 정양과 또래인 20대 여성들의 경우 SNS를 통해 죽고싶은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정양의 싸이월드 게시판에는 특별히 문제될 만한 것은 없었다. 그저 자신의 혈액형, 별자리에 대한 글이나 사랑·연애·이별에 대한 평범한 글들이 전부였다.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일반적인 패턴과 정양의 패턴의 접점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은 어떤 이유에서 사건발생 24시간 만에 자살이라고 결론내린 것일까.

 

사고당시 정양과 함께 있었던 배모 씨, 국모 씨, 조모 씨 일행이 경찰조사서 했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이들은 사고가 있던 날 “경아가 헤어진 남자친구와 심하게 다퉜다”라고 진술했다. 실제로 사건 현장에는 없었지만 사건 당일 정양과 소개팅으로 만남 김씨도 정양이 노래방에서 누군가와 전화로 다투면서 울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조사한 통화기록에서도 배씨의 아파트로 향할 때와 아파트에 도착했던 시간대에 전 남자친구인 이모 씨와의 통화내역이 확인됐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정양과 이씨는 지난 2005년 5월경부터 약 1년간 동거를 했다. 하지만 정양의 생일날 이씨가 사창가에 간 것을 들춰진 후 관계는 악화됐다. 여기에 직장도 구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지자 사망하기 2~3개월 전에 이씨와 헤어졌다.

 

이러한 정황을 바탕으로 경찰은 정양의 사망원인을 ‘충동적 자살’로 규정했다. 당시 경찰관계자는 “남자친구와 다툰 후 괴로워하다 욱하는 마음에 뛰어내린 것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또 “정양이 뛰어내린 8층 창문 앞에 정양이 신고나갔던 슬리퍼가 발견됐고, 창문에서도 정양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충동적 자살

경찰이 주장하는 ‘충동적 자살’은 일반적인 자살과는 조금 다르다. 자살할 계획을 가지고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는 일반적인 자살과는 반대로 충동적 자살은 한 순간의 솟아오르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중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연인관계에서의 트러블로 자살한 사례는 흔히 접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남자친구에게 이별선고를 받은 한 여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148층에서 투신자살해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준 바 있다.

 

두바이 경찰이 공개한 CCTV에서 해당 여성은 건물 전망대 유리 틈에 머리를 밀어 넣었다가 겁에 질린 듯 다시 머리를 뺀다. 하지만 이내 몸까지 밀어 넣었고 결국 밖으로 떨어져 CCTV에서 사라졌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지난 4월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인근에서 30대 여성이 승용차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조사 결과 승용차 운전석 밑에는 불에 탄 번개탄이 놓여있었다.

 

CCTV확인결과 화재가 일어나기 40분 전 문제의 여성이 검은 비닐봉투 들고 차량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 여성은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힘들어하다 자살하기 전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자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2009년 9월경 제주도에서 김모 씨가 회사전화를 이용해 친구에게 “남자친구와 헤어져 힘들다. 자살하겠다”고 말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친구의 신고로 경찰은 제주도내 CCTV에 김씨의 차량이 발견되면 연락을 주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던 중 김씨가 서귀포시 안덕면 주차장 부근에서 공중전화로 전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한 사실을 확인해 주변을 수색하다 서부관광도로 도로입구에서 김씨를 발견해 구조했다.

 

위의 사례들처럼 이별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 경우도 있지만 연인에 대한 복수심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 2010년 12월 태국에서는 24살의 한 여성이 웹카메라를 설치한 후 천장 선풍기에 침대 시트로 목을 메 자살했다. 웹카메라 찍힌 자살영상은 태국 내 인기비디오 채팅 네트워크를 통해 중계됐다.

 

여성의 남자친구는 헤어진 후에도 여성은 힘든 심정을 적은 문자메시지를 몇 차례 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인과의 트러블을 포함한 대인관계문제 다음으로 많은 것은 극심한 환경변화로 인한 스트레스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배우 故 최진실의 친동생 故 최진영씨를 들 수 있다.

 

지난 2010년 3월 29일 최 씨는 침실에서 목을 메고 자살했다. 최씨는 1년 전 누나의 기일에서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자살시도를 한 바 있다.

 

유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평소 누나 최진실을 엄마처럼 따랐던 터라 누나의 자살 이후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하지만 남은 가족들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새로운 삶을 계획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끝내 유서 한 장 남길 겨를 없이 충동적으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충동적 자살과 관련한 한 연구결과에서 한국인이 외국인에 비해 충동적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를 내지 않는 것이 미덕인 한국사회에서 쌓아뒀던 분노가 한 순간에 폭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유가족 김순이씨는 정양이 추락한 시간 대에 찍힌 CCTV에서 조씨, 국씨가 어딘가 불안해 하는 모습이 수상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김상문 주간현대 기자>  © 주간현대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

이처럼 충동적 자살 유형 중 연인과의 문제로 자살하는 사례가 있는 것을 보아 경찰이 정양의 죽음을 ‘자살’로 규정한 것은 어느 정도 일리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가족들은 절대로 남자문제로 자살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어머니 김씨는 먼저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이미 정리된 상태였음을 꼽았다.

 

김씨는 <주간현대>와의 통화에서 “경아는 나와 올케에게 남자친구 흉을 보기도 했고 소개팅도 여러번 가졌다”며 “사건당일 통화한 내용도 이씨 어머니가 경아 앞으로 보험을 든 것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 설명했다.

 

두 번째로 당시 정양은 취업준비생으로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집에 들어온 후 일자리를 찾기 위해 면접을 보러 다녔고 사건이 있던 다음 날도 면접 일정이 잡혀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유가족들은 만약 경찰주장처럼 남자친구문제로 자살을 했다 하더라도 아직 ‘폭행흔적’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되지 않았으니 명확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사건 당시 정양의 모습은 누군가에게 맞은 듯이 보였다. 우선 왼쪽 눈 부분에 뚜렷한 푸른  멍자국이 있었다. 또 목 부근에도 선명한 손자국이 발견됐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타살’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번째로 정양 사망추정시간 아파트 CCTV에 잡힌 국씨와 조씨의 수상한 행동, 일행들의 엇갈리는 진술을 꼽았다. 

 

한편, 해당 사건은 사망원인에 대한 경찰과 유가족의 진실공방 외에 한 가지 문제점이 더 존재한다. 수사를 맡은 파주경찰서의 초동수사에서 미흡한 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주 발간되는 <주간현대>929호에 소개하려고 한다.

 

ahna10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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