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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고 떠나는 비대면 여행지

모닥불·새벽 안개·커피…“그래 이 맛이야!”

정리/김수정 기자 l 기사입력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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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습격 이후 해외여행은 꿈도 꾸기 어려운 세상이 도래했다. 그러다 보니 여행에도 새로운 기준이 생겨났다. 안심하고 떠나는 비대면 여행, 자연과 가까워지는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유명 관광지와 숙박업소를 피하고, 그 대안으로 오토캠핑과 차박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누구의 간섭도, 재촉도 받지 않은 채 청정 자연 속에서 여행의 묘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때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는 ‘10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자연 속에서 느긋하게 쉬었다 오는 캠핑 여행을 권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칼같이 지키면서도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가을 낭만과 멋을 실컷 즐길 수 있는 캠핑·차박 여행지 2곳을 소개한다.

 


 

모닥불 피우고 커피 한잔 마시며 바라보는 홍천강의 새벽 풍경 그윽
강물 흐르는 소리, 새 지저귀는 소리 ‘생생’…캠핑의 묘미는 이런 것!

 

텐트에서 얼굴 빼꼼 내놓고 하늘을 보면, 가을밤 별과 달이 드높고…
아침에 눈 뜨면 텐트 주변으로 스며드는 자욱한 물안개 “한 폭 그림”

 

1. 홍천의 오토캠핑


코로나19가 여행의 방식과 풍경을 많이 바꿔놓았다. 사람들은 유명 관광지 대신 인적이 뜸한 여행지를 찾고, 자전거나 등산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긴다. 3~4년 전 엄청나게 유행했다가 수그러든 오토캠핑 열풍이 다시 불면서 오토캠핑 가이드북과 캠핑 요리책이 잘 팔린다. ‘차박’이 새로운 트렌드가 됨에 따라 SUV 자동차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주말이면 캠핑장마다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 홍천 모곡밤벌유원지에 자리한 밤벌오토캠핑장. 


강원도 홍천 모곡밤벌유원지에 자리한 밤벌오토캠핑장은 캠핑과 함께 물놀이, 낚시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뒤로 팔봉산이 펼쳐지고 앞에는 맑고 투명한 홍천강이 흐른다. 홍천강 중간쯤에 있는 팔봉산은 해발 327미터로 나지막하다. 크고 작은 여덟 봉우리가 형제처럼 솟아서 붙은 이름이다.


수도권에서 강원도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홍천은 1시간이면 닿는다. 홍천은 어느새 가을빛이 완연하다. 밤벌오토캠핑장은 이름처럼 밤나무로 가득한 곳이다. 주변에 수령 50년이 넘는 밤나무 500여 그루가 있다. 밤꽃이 가득 피는 초여름이나 밤이 주렁주렁 열리는 가을에 이곳이 캠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강 따라 들어선 캠핑장은 특별히 사이트를 구분하지 않았다. 강변으로 차를 몰고 가서 마음에 드는 자리에 텐트 치고 장비를 설치하면 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다른 텐트와 간격을 넉넉히 두고 설치하는 것을 잊지 말자.

 

▲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캠퍼. 


평일인데도 차들이 제법 있다. 의자에 앉아 바로 앞에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맥주를 마시는 캠퍼도 있고, 이제 막 텐트를 치느라 굵은 땀을 흘리는 캠퍼도 있다. 아이들은 물수제비를 뜨며 논다. 수심이 얕고 강변 자갈밭이 넓은 캠핑장은 한나절 가족 놀이터로 좋은 환경을 갖췄다. 365일 선착순으로 이용하는 밤벌오토캠핑장은 지면이 모래와 자갈이며, 텐트는 300여 동까지 설치할 수 있다고 한다.

 

▲ 맑은 홍천강에서 물수제비를 뜨는 아이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캠핑장 앞에 흐르는 홍천강이다. 홍천군 서석면 생곡리부터 143km를 달려 청평호로 흘러드는 홍천강은 낚시터로도 최고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강에는 1급수에 산다는 꺽지를 비롯해 피라미, 모래무지, 쏘가리, 누치 등 민물고기가 지천이다.


견지낚시도 해볼 수 있다. 견지낚시는 흐르는 강물에 반쯤 몸을 담그고 낚싯줄을 연줄처럼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 물고기를 낚는 방법이다. 파리채처럼 생긴 견지에 살아 있는 미끼를 끼우고 물의 흐름에 따라 물고기를 유인해 낚는다. 피라미뿐 아니라 제법 큰 어종도 잡을 수 있어 나름 손맛이 좋다. 홍천강은 물살이 잔잔해 견지낚시 초보자에게도 적당하다. 캠핑장 가까운 매점에서 견지낚싯대 세트를 판매하고 카약을 대여하는 곳도 있으니, 견지낚시나 무동력 수상 레포츠를 즐겨보자.


새벽녘 강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한 폭의 산수화를 펼쳐 보인다. 캠핑의 묘미는 자연과 함께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것. 그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아무도 깨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이다. 강물 흐르는 소리며 새 지저귀는 소리가 이토록 생생한지 캠핑을 하면 비로소 알 수 있다. 호텔이나 펜션에서 맞는 아침과 확연히 다르다. 텐트에서 나와 모닥불을 피우고 커피 한잔 마시며 바라보는 홍천강의 새벽 풍경이 그윽하다. 밤벌오토캠핑장은 자연 발생한 곳이고 관리 주체가 없어, 이용 시간이나 이용료도 없다.

 

▲ 캠핑의 낭만, 이른 아침 커피 한잔. 


아이들과 떠난 여행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알파카월드다. 화촌면 풍천리에 자리한 36만4000㎡(11만 평) 숲에서 알파카와 사슴, 타조, 토끼, 염소, 양, 말, 앵무새, 독수리, 올빼미 등 온갖 동물이 뛰어논다.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에 사는 알파카는 선한 눈망울과 동글동글한 얼굴로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알파카월드에 가면 들판에서 뛰노는 알파카를 만져보고 먹이도 주며 동물과 교감하는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뿐 아니라 연인에게도 더없이 로맨틱한 장소다.


가을을 만끽하고 싶다면 자연휴양림으로 가자. 가리산 동쪽 자락에 있는 가리산자연휴양림은 아름드리 노송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곳. 싱그러운 삼림욕으로 몸과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 삼봉자연휴양림은 전나무와 주목 등 침엽수, 거제수나무와 박달나무 같은 활엽수가 울창하다. 몇 년 전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 등장하기도 했으며, 산장과 등산로, 삼림욕장, 오토캠핑장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췄다.


삼봉자연휴양림에 홍천 광원리 삼봉약수(천연기념물 530호)가 있다. 물맛이 좋아 일찍이 ‘한국의 명수 100선’에 들었다. 양양 오색약수, 인제 개인약수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약수로 꼽힌다. 철분을 다량 함유해 쇠 맛이 은은하게 나며, 위장병과 빈혈에 특히 효과가 있다. 불소와 탄산이 들어 톡 쏘고, 신경쇠약과 피부병, 신장병, 신경통 등에도 좋다. 인근 식당들은 이 약수로 닭백숙을 만드는데, 보통 물을 사용한 백숙보다 훨씬 고소하고 담백하다. 약수로 지은 밥은 푸르스름하다.

 

<글·사진/최갑수(여행작가)>

 

2. 울주의 오토캠핑


가을 캠핑은 나지막한 풀벌레 소리, 새벽이슬 머금은 숲 향기가 함께한다. 얼굴 빼꼼 내놓고 하늘을 보면, 가을밤 별과 달이 높다. 영남알프스에 속한 경남 울주 신불산군립공원은 작괘천계곡 따라 작천정달빛야영장과 오붓한 오토캠핑장들이 주목받는다.

 

▲ 신불산군립공원 작천정달빛야영장. 오토캠핑 덱을 갖춘 달빛존 하부. 


작천정달빛야영장은 올 2월에 문을 열었다. 야영장 옆으로 작괘천이 흐르고 47개 캠핑 덱이 조성됐다. 야영장은 달빛존과 왁자지껄존으로 나뉜다. 달빛존은 35개 오토캠핑 덱을 갖췄으며, 캠핑 사이트 둘레에 심은 광나무가 소박한 울타리 역할을 한다. 달빛존 하부 덱은 지대가 낮아 계곡과 가깝게 연결되는 구조다. 가족끼리 물놀이를 즐기기 편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텐트 주변으로 스며드는 자욱한 물안개도 경험할 수 있다. 작괘천에는 간월산에서 맑은 물이 흘러든다.

 

▲ 야영장 옆으로 작괘천이 흐른다. 


왁자지껄존은 솔숲 아래 대형 나무 덱 12면이 마련됐다. 캠핑장 건립 당시 글램핑장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이후 캠핑 덱으로 전환해 넓은 공간이 확보됐다. 달빛존과 달리 자동차는 왁자지껄존 초입에 두고 이동해야 한다. 자유롭게 떠들 수 있도록 ‘왁자지껄’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이용객 대부분 야간에 정숙한 분위기다. 나무 덱은 높낮이가 각각 다르며, 간이 펜스를 설치해 오붓함을 더했다. 대형 덱이 입소문 나면서 최근에는 왁자지껄존이 인기다.


달빛존 옆에는 작은 연못과 모래놀이터,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있다. 달빛존은 숯 이용이 가능하나 장작은 사용할 수 없으며, 숲속 왁자지껄존에서는 숯과 장작 모두 사용이 금지된다.

 

▲ 작천정달빛야영장 내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작천정달빛야영장에서 계곡 옆 숲길을 따라 오르면 야영장 이름의 유래가 된 작천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작천정은 고려 말 포은 정몽주가 글을 읽었다는 사연이 전해지는 곳으로, 누각과 흰 너럭바위, 맑은 작괘천계곡이 어우러진다. 예부터 시객들이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긴 곳으로, 바위에 다양한 글귀가 새겨졌다. 작괘는 바위가 물에 깎여 움푹 파인 모습이 ‘술잔을 걸어둔 것 같다’는 뜻이다.


작천정달빛야영장 외에 작천정별빛야영장, 등억알프스야영장이 신불산군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오토캠핑장이다. 캠핑 마니아들에게 인기 높은 작천정별빛야영장은 차량이 오가는 도로에서 떨어져 숲속에 고즈넉하게 들어섰다. 오토캠핑 덱 20면 외에 대·중·소형 일반 야영 덱 58면을 갖췄다. 솔숲 그늘 아래 캠핑을 즐길 수 있으며, 외관이 독특한 캐빈하우스도 자리했다.


작천정별빛야영장 주변 작괘천계곡은 한결 오붓하고 수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야영장은 캠핑족 외에 일반 입장객이 즐기도록 피크닉존을 별도로 조성했다. 야영장 내에 산책로와 벤치, 목공 체험이 가능한 숲공작소도 있다. 작천정달빛야영장과 작천정별빛야영장은 계곡 옆 숲길을 따라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 일반 입장객을 위한 작천정별빛야영장 내 피크닉존. 


등억온천단지 초입에 자리한 등억알프스야영장은 곤충 모양 캐러밴이 명물이다. 야영장 내 상상놀이터가 있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캠핑족이 선호한다. 오토캠핑 덱 48면과 캐러밴 사이트 20면을 갖췄으며, 야영장에서 영남알프스의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


신불산군립공원야영장은 온라인으로 예약한다. 이용료는 오토캠핑장 평일 1만7000원, 주말·공휴일 2만5000원, 성수기 3만 원이고, 일반 야영 덱은 평일 1만5000원, 주말·공휴일 2만2000원, 성수기 2만5000원이다. 체크인은 오후 2시, 체크아웃은 다음 날 오후 1시이며, 체크인할 때 본인 확인용 신분증이 필요하다. 계곡은 야간 입장이 제한된다.


신불산군립공원 일대는 가을에 억새 산행으로 인기다. 신불산, 간월재, 간월산, 영축산을 잇는 등산 코스가 수려하다. 등산로 입구의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는 국제 규격 실내·외 암벽등반 코스를 갖춘 국제클라이밍장이 눈길을 끈다. 초보자도 1일 암벽등반 체험에 도전할 수 있으며, 전문가의 등정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스릴이 넘친다.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주 무대인 산속 영화관(알프스시네마)도 있다.


언양 방향으로 이동하면 울주의 대표 유적인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를 만난다. 대곡천 변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 사냥 모습이 담겼다. 암각화는 신석기 후기부터 청동기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고래 외에 호랑이, 사슴 등 300여 점이 새겨졌다. 반구대 암각화는 대곡천 수위와 햇살에 따라 감상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데, 반구대에 햇살이 비치는 오후 3시 이후 방문하는 게 좋다. 반구대 암각화까지 습지대 옆으로 산책로가 이어지며, 초입에 울산암각화박물관이 있다.


작천정달빛야영장 주변 작괘천과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대곡천은 태화강으로 흘러든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순천만국가정원에 이어 지난해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대나무생태원, 작가정원, 나비생태원 등 자연과 쉼을 모토로 테마 공간 20여 곳을 갖췄다. 갈대숲길과 코스모스길, 국화정원이 가을 분위기를 돋우며, 수백 미터 이어지는 덩굴터널도 볼거리다.

 

대나무정원 내 십리대숲에는 야간 산책로 은하수길이 조성됐으며, 9월 태풍으로 훼손된 구간은 정비 후 다시 문을 열었다. 태화강국가정원 입장은 무료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야영장이나 관광지 방문 전, 시설 이용과 관람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글·사진/서영진(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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