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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 서하준 의욕충만 인터뷰

“‘멋짐’ 포기하고 찌질남 변신…그래도 행복합니다”

최지윤(뉴시스 기자) l 기사입력 20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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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바라지 아내 배반하는 철없는 남편 역…찌질한 변신
“극본 보고 캐릭터 연구하는 시간이 그저 소중할 따름”

 

▲ 드라마 '맛 좀 보실래요?'에서 이진상 역을 맡은 배우 서하준이 4월27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탤런트 서하준(31)은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2016년 영상 유출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3년간 쉬며 스스로 희망고문하고 기대하는 게 가장 힘들었지만, 연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최근 막을 내린 SBS TV 일일극 <맛 좀 보실래요?>로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강해진(심이영 분)의 철없는 연하 남편 이진상으로 변신했다. 애초 이 역할에는 다른 연기자가 캐스팅됐지만, 서하준은 우여곡절 끝에 합류했다.


“첫 촬영 전까지도 불안했다.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촬영 시작 4~5일 전에 출연 결정이 됐다. (대중들의 비난이) 두렵기도 했지만 어쨌든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겁이 나면 아예 이 일을 포기하고, 아니면 용기를 내어 뚫고 나가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촬영장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늦게 작품에 들어갔지만, 이전에 일일극을 몇 번 해봐서 큰 부담감은 없었다. 오히려 새로운 역이라서 도전하는 데 재미를 느꼈다.”


이진상은 고등학생 시절 강해진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까지 했다. 자신이 명문대 법대에 합격할 때까지 뒷바라지를 해줬지만, 대학에 들어간 뒤 그저 밥 해주고 잔소리 해대는 누나 혹은 엄마로만 느껴졌다. 결국 정주리(한가림 분)와 바람을 피워 이혼을 했다.


그동안 서하준은 부잣집 아들, 실장님, 왕 등 멋있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이번에 ‘지질한 불륜남’ 역을 맡아 부담감도 적지 않았을 터다.


서하준은 “결혼, 불륜 등을 실제로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공감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면서도 “최대한 극본에 맞춰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역할의 성격 덕분에 행동에 제한이 없어서 제스처도 자연스럽게 해 연기할 때 편했다. 주위 사람들이 ‘실제 같다’며 어색하지 않다고 하더라. 다행히 연기 관련해서도 시청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맛 좀 보실래요?>는 시청률 8~9%대를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아침 일일극인 만큼 40~60대 여성들의 열띤 반응을 실감했다. 예전에는 식당에 가면 사장님이 반찬 한 가지라도 더 챙겨주고 응원해줬지만, “이제 완전히 반대가 됐다. 다들 ‘해진이 말 좀 잘 들어라’고 훈계하더라. 눈치 보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이 몰입해주는 것 아닌가. 결혼하면 ‘이진상처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서하준은 이번 작품을 통해 주위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특히 윤류해 PD에게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았다. 제작발표회 당시 윤 PD는 “서하준씨는 한 마디로 말하면 좋은 사람이자 좋은 배우”라며 “(몸캠) 피해자니까 좋은 시선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서하준은 “윤 PD님은 항상 묵묵히 응원해줬다. <사랑만 할래>(2014) 때 PD님이 잠깐 도와줘서 알게 됐다. 이후 두 작품을 같이 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언젠가 한 번 같이 하자’고 했는데 세 번 만에 만나게 됐다”면서 “불화도 없었고 함께한 연기자, 스태프들 모두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심이영 누나는 워낙 연기 베테랑이라서 잘 이끌어줬다. 연기하면서 정말 편했다. 서도영 형도 성격이 정말 좋다. 심이영 누나와 서도영 형이 중심 역할을 잘 해줘서 무사히 작품을 마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가족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격려도 많이 받았다. 영화배우 정준호를 비롯해 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 탤런트 임세미 등은 커피차를 보내주며 응원했다. 각각 드라마 <옥중화>(2016), 뮤지컬 <풀 하우스>(2014), 드라마 <사랑만 할래>로 인연을 맺었다.


서하준은 “나는 이 정도까지 베풀지 못했는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니 정말 고맙더라. 항상 자책만 해왔는데, 연기를 하며 보람을 느낀 건 오랜만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도 변함없이 응원해줬다. 얼마 없는 분인데 정말 복”이라며 “가족들에게는 일단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다. 이 작품을 통해 연기적으로 많이 배운 것보다 살면서 잊고 있던 ‘소확행’(작고 소중한 행복)을 느꼈다. 그 전에는 당연시했던 부분들도 ‘이제 쉽게 이룰 수 없구나’라고 생각했고,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서하준은 2008년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로 데뷔했다. 드라마 <오로라 공주>(2013)와 <옥중화>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많이 알렸다. 시련을 겪으며 ‘연기를 포기할까’ 하는 고민도 했지만, 한결같이 지켜준 팬들 덕분에 일어섰다. 5월 초 일본 팬미팅을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잠시 미룬 상태다.


서하준은 “팬들은 가족 다음으로 제일 감사한 분들”이라며 “나와 한 배를 타고 풍파를 같이 겪어서 애틋한 마음이 크다. 사람이라면 마음이 변할 수도 있었는데 묵묵히 응원해주고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했다.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해지면 팬들과 만나 소중한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요즘 서하준은 극본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최근 몇 년간은 작품 출연 제안조차 많이 오지 않았지만, 이제 “극본을 보고 캐릭터를 연구하는 시간이 소중하다”며 행복해했다.


서하준은 “‘내가 이 역을 연기하면 어떨까?’ 상상하는 것 자체만으로 즐겁다”면서 “드라마, 영화, 연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에서 회상신이 유독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소중한 장소 부근에서 촬영을 많이 했다. 과거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더라. 대중들이 ‘진실되게 연기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게 최고의 목표다.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진심이 전해지지 않으면 안 되니까. 지금은 ‘어떤 역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욕심이 아닐까. 그저 올해가 끝나기 전에 작품 하나 더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충분히 오래 쉬었으니까. 또 쉬고 싶지 않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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