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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저널리스트 니나 타이숄스의 ‘당뇨 코드’와 제이슨 펑 건강학 리뷰

당뇨 고치려면 ‘약물이나 장치 써선 안 된다!

김혜연 기자 l 기사입력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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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펑’ 지적처럼 당뇨병 되돌리는 지름길은 탄수화물 줄이기
저지방·고탄수화물 식단이 되레 비만과 당뇨병 유행에 불 지핀 꼴

 

희소병이었던 당뇨병은 겨우 한 세대 만에, 다음과 같은 시급한 질문을 던지는 치명적인 질환이 되었다. 어째서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당뇨로 고통을 겪는 걸까? 수십억 달러를 소비하고도 보건당국이 여전히 이 엄청난 재앙을 설명하거나 치료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탐사보도 저널리스트이며 우리가 지방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책 <지방의 역설>을 펴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니나 타이숄스는 “결국 보건당국은 제2형 당뇨병이 느리고 고통스러운 신체의 쇠퇴를 겪으며 조기 사망하게 되는 진행성 질병임을 선언하며 사실상 치료법 찾기를 포기했다. 안타깝게도, 전 세계의 당뇨병 단체들은 의료 기기와 수술, 약물에 의존해 평생 병을 관리하거나 지연시키는 것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데 합의했다”면서 “그들은 식단 개선을 강조하지 않았다. 그 대신 2016년, 전 세계 45개 국제 의학·과학 단체와 협회는 비싸고 위험한 비만대사 수술이 당뇨병 치료의 첫 번째 선택안이 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각종 매체에 음식과 영양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고 있으며,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NPR)에서 리포터로 활약하기도 한 니나 타이숄스는 제이슨 펑의 신작 <당뇨 코드>에 대한 리뷰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최근에는 몸이 모든 열량을 흡수하기 전에 위장에 심어놓은 가는 튜브가 음식을 배출하는 새로운 체중 감량 방식(‘Stomach Pump AspireAssist’라는 이름의 다소 엽기적인 시술법)이 승인을 받았다. 이를 ‘의학이 허용한 폭식증’이라고 이름 붙인 사람들도 있다.

 

기본적인 당뇨병 치료법, 즉 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인슐린을 포함해서 한 달에 수백 달러가 드는 여러 약물을 처방하는 것도 모자라 이러한 방법들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당뇨병 관리 방식은 기본적으로 비싸고 환자의 몸에 칼을 대야 하지만 당뇨병을 고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이슨 펑이 지적하듯이 ‘식이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약물이나 장치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 탐사보도 저널리스트 니나 타이숄스는 “실제로 질병을 고쳐 약물의 필요성을 없애는 영양 요법을 사용하면 기존의 당뇨병 관련 사업은 완전히 중단된다”고 일갈했다.   


제이슨 펑은 당뇨병은 ‘계속된 탄수화물 과다 섭취에 인슐린이 반응한 결과’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따라서 이 질병을 되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비만 치료를 위한 저탄수화물 식단은 현재 전 세계 수백 명의 의사가 처방하고 있다. 또한, 2년 단위 몇몇 실험들을 포함해 수천 명에게 한꺼번에 실시하는 70여 개의 임상시험에서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식단으로 확인되었다.


놀랍게도, 탄수화물을 줄여 당뇨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식이요법을 표준 치료로 여겼던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 의학의 아버지’ 윌리엄 오슬러 경(Sir William Osler)이 쓴 1923년의 의학 교재에는 당뇨병이 ‘탄수화물을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질병’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인슐린이 약품으로 나오자 조언이 바뀌어 고탄수화물 섭취가 표준이 되었다.


2007년이 되어서야 과학 저널리스트 게리 토브스가 오슬러의 생각을 부활시켰다. 그는 <굿 칼로리, 배드 칼로리>라는 중요한 책에서 이를 종합적인 이론으로 발전시킴으로써 ‘탄수화물-인슐린’ 가설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현대의 당뇨병 환자 임상 모델은 의사 리처드 번스타인(Richard Bernstein)과 과학자 스티븐 핀니(Stephen Phinney)와 제프 볼렉(Jeff Volek)이 제시했다.


니나 타이숄스는 “최근 들어 흥미진진한 발전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당뇨병 임상시험 증거가 속속 밝혀지는 중”이라면서 “이 리뷰를 쓰는 시점에도 330명이 참여하는, 초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을 이용한 당뇨병 치료 시험이 최소 1개 이상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연구 1년 만에 연구자들은 환자의 97%가 인슐린 사용을 줄이거나 중단했으며, 58%는 공식적으로 당뇨병 진단을 받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달리 말해, 환자들은 탄수화물을 제한해서 당뇨병을 성공적으로 치료했다. 우리는 이 결과를 당뇨병이 100% 불치병이라고 단언한 공식적인 당뇨병 관리 기준과 비교해야 한다.

 

비만 관리에 간헐적 단식을 도입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신장내과 전문의 제이슨 펑은 저탄수화물 접근법을 열렬하고도 분명하게 지지한다. 그는 복잡한 과학을 특유의 매혹적인 통찰력으로 명확하게 설명하고 효과적인 예시로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재능을 지녔다.


예를 들어, 인체 세포에 꽉 들어찬 포도당을 일본의 통근자들이 러시아워에 만원 지하철에 떠밀려 들어가는 모습으로 비유한 부분을 잊을 독자가 있을까. 우리는 그의 책을 통해 ‘몸은 그렇게 많은 포도당을 감당할 수 없다’는 핵심을 단번에 이해했다. 제이슨 펑은 포도당과 인슐린의 관계, 그리고 이것들이 비만과 당뇨병뿐만 아니라 수많은 만성질환을 어떻게 유발하는지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제 명백한 질문은, 이 좋은 저탄수화물 접근법이 왜 더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가다.


니나 타이숄스는 사실 “이 리뷰를 쓰기 6개월 전, 비만에 관한 주요 논평 기사가 <뉴욕타임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타임>과 같은 훌륭한 출판물에 실렸다”면서도 “하지만 기사를 채운 수천 개의 단어 가운데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단어를 찾기는 매우 힘들었다. 바로 ‘인슐린’이다. 당혹스럽기까지 한 이 의도적 외면을 보면 불행히도 반세기 동안 전혀 다른 접근법을 지지했던 전문가 집단 속에 진정 편견이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그들의 접근법은 칼로리를 계산하고 지방을 피하는 것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심장학회뿐만 아니라 ‘미국 식단 권장안’을 공동 발표하는 미 농무부와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당국은 ‘저지방’ 식단을 철회했지만, 체중 조절은 칼로리 인, 칼로리 아웃(Caloriel-in, Calorie-Out, CICO)의 모델로만 설명될 수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

 

여러 엄격한 과학 연구로 이 개념의 가면이 벗겨지고, 지금까지 이 방식으로는 만성질환이라는 전염병이 줄지 않았음에도 단순함이라는 매력과 전문가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이 개념을 지탱하고 있다.”


니나 타이숄스는 “이 현실의 이면에는 오늘날 의료협회들 대부분이 식이요법에 전혀 관심 없는 제약회사와 의료기구 제조사로부터 거대한 자금을 지원받는다는 명백한 사실이 존재한다”면서 “실제로 질병을 고쳐 약물의 필요성을 없애는 영양 요법을 사용하면 그들의 사업은 완전히 중단된다”고 일갈했다.


“이 사실은 미국당뇨병협회(ADA)의 최근 연례 회의에서 의료 기기와 수술에 대한 발표는 쏟아졌지만, 저탄수화물 식단에 대한 정보는 거의 들을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하버드대학교를 포함한 두 비만 클리닉의 의료 책임자들이 <뉴욕타임스>에 2016 미국당뇨병협회 학회에서 식단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칼럼을 쓰자, 협회가 이를 맹비난한 이유를 설명한다.


추측하건대, 금전적인 이해 충돌 이외에도, 자신의 지식과 지난 50년간의 조언이 틀렸음을 암시하는 정보를 접한 전문가들은 인지 부조화에서 헤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 그들의 조언은 틀린 것 이상이다. 해롭다.”


니나 타이숄스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가릴 수 없는 진실 때문”이라면서 “즉,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당뇨병을 성공적으로 치료했다는 사실은 곧 지난 수십 년간 권장했던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이 도리어 비만과 당뇨병의 유행에 거의 틀림없이 불을 지펴 왔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세기 동안 공중보건에 쏟은 노력 끝에 우리는 이러한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이 전염병을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으려면 치료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제이슨 펑의 건강학에 담긴 대안적 과학을 탐구해야 한다. 진실은 가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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