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나경원 ‘강제 퇴장’ 후폭풍···황교안 ‘월권·친황’ 시끌시끌

나경원 사실상 축출…황교안 ‘친황 굳히기’ 무리수

김혜연 기자 l 기사입력 2019-12-06

본문듣기

가 -가 +

자유한국당 안팎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쇄신과 개혁 요구를 ‘단식 카드’로 가라앉혔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무리하게 ‘친황(親黃) 체제’를 구축하려다 다시 파문에 휩싸였다. 총선까지 뛰려던 나경원 원내대표를 밀어내고 ‘강제 퇴장’을 시키면서 당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는 것. 처음에 반발하던 나 원내대표는 결국 한국당 지도부의 ‘임기 연장 불가’ 결정을 받아들이며 물러섰지만 그 후폭풍은 거세다. 황 대표의 ‘나경원 교체’를 사실상 축출로 받아들이고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한국당 안팎에선 연일 ‘황교안 월권’을 둘러싸고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황 대표의 당직인사를 놓고도 곳곳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김용태 한국당 의원은 “황 대표가 단식으로 얻은 것은 당 혁신이 아니라 당 사유화”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총선까지 뛰려던 나경원 밀어낸 건 ‘친황체제 구축’ 정지작업
황교안, ‘단식 카드’로 쇄신 요구 가라앉혔지만 다시 파열음


‘나경원 교체’ 후 한국당에선 연일 ‘황교안 월권’ 둘러싼 난타전
“황 대표가 단식으로 얻은 건 당 혁신 아니라 당 사유화” 비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2월3일 오후 청와대 앞 천막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내에서 나 원내대표 임기 연장론이 제기된 상황에서 ‘황교안 지도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거부하면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황교안은 왜 나경원 밀어냈나?


나 원내대표의 임기는 12월10일까지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는 총선 일정을 고려해 국회의원 임기 종료인 내년 5월29일까지 임기를 연장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투표를 하겠다고 밝히며 내년 4월까지 임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황교안 지도부’가 나 원내대표를 ‘강제 퇴장’시키면서 당이 술렁거렸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는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황 대표가 점심 직후 소집을 결정했다. 회의에는 단식농성을 벌인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을 제외한 조경태·김광림·김순례 최고위원과 박완수 사무총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했다.


박 사무총장은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안건은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한 심의였다”고 전하며 “한국당 당규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 24조에 의해 원내대표 임기는 연장하지 않기로 의결한다”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따라서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의 임기는 연장하지 않기로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덧붙였다.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최고위에서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그 부분은 언급하기 어렵다”며 말을 피했다.


천막회의를 마치고 나오던 황교안 대표는 나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원칙대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칙대로 임기 끝나고 했으니깐 (임기를 연장하지 않은 것)”이라며 “경선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나경원 교체의 결정적 이유를 묻는 거듭된 질문에도 황 대표는 “원칙대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다른 사람(경선 출마자) 나왔잖나. 그런 걸 다 종합하면 원칙대로 하는 걸 생각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나 원내대표와의 불화설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자 황 대표는 “불화설이요?”라고 반문한 뒤 웃기만 했다.

 

▲ 처음에 반발하던 나경원 원내대표는 결국 한국당 지도부의 '임기 연장 불가' 결정을 받아들이며 물러섰지만 그 후폭풍은 거세다.

 

반발하던 나경원 “여기서 멈춘다”


재신임 불가 결정을 접한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초 예정대로 의원총회를 소집하는 대신 안건을 변경했다. 12월4일 오전 10시30분 국회 본청에서 패스트트랙 법안과 주요 현안 등에 관한 국회 협상 경과보고를 안건으로 상정해 의총을 소집한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표 임기 연장의 건’으로 의총을 소집한다고 공지했으나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임기 연장 불허를 의결함에 따라 안건을 변경했다.


‘황교안 지도부’에서 원내대표 경선을 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상황에서, 나 원내대표가 의총을 별도로 소집해 거듭 재신임을 묻는 것은 자칫 항명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이를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한국당 당헌·당규에서는 국회의원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내인 경우 의원총회 결정에 따라 의원 임기만료 시까지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의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12월4일 오전 황 대표가 주재하는 아침 지도부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나타나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며 “오늘 의원총회에서는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고 밝히는 것으로 지도부의 ‘임기 연장 불가’ 결정을 받아들이며 물러섰다.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임기 연장은 최고위원회의 결정사항이 아니다”라고 반발했지만, 결국 황 대표와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 쪽을 택했다.


나 원내대표는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있지만 오직 국민의 행복과 대한민국의 발전 그리고 당의 승리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면서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그 자리에 있다.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 자유한국당은 흔들리거나 멈춰서는 안 된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구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쇄신과 개혁  요구를 '단식 카드'로 가라앉혔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무리하게 '친황 체제'를 구축하려다 다시 파문에 휩싸였다.   <뉴시스>    

 

‘황교안 월권’ 둘러싸고 난타전


그러나 이후 ‘황교안 월권’ 논란이 불거지는 등 한국당 안팎에서는 하루 종일 공개 비판이 쏟아지며 내홍을 겪었다. “명백한 월권”이라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온 것이다. 나 원내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열린 청와대 앞 최고위원회의·중진회의에서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충청권 중진인 정진석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당 대표, 원내대표가 화합을 못 하고, 이게 무슨 꼴이냐”며 “정치 20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천막 안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황교안 사람’으로 알려진 박완수 사무총장이 “왜 소리를 지르느냐”고 항의하자 정 의원은 “박 총장, 어디다 대고 정말…정신 차려라”라고 되받아쳤다.


정 의원이 “왜 당 대표하고 원내대표는 비판받으면 안 되는가”라며 고함을 치자 주변 의원들이 나서서 만류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고함 칠 만하니까 치는 것이다. 너무한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실제로 한국당 내부에서는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가 지난 10개월간 엇박자를 내며 사이가 틀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도 황 대표를 향한 비판이 쇄도했다. 친박계인 김태흠 의원은 공개 발언을 통해 “저도 나 원내대표를 안 좋아하지만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당헌·당규를 읽어보면 의총에서 원내대표를 뽑는 것이 맞다”며 “이래서야 국회의장이 함부로 국회법을 해석해서 국회를 이끌어가는 것을 비판할 수 있느냐”고 했다.


김 의원은 “참으로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 “이게 살아 있는 정당인가” 등 강한 어조로 비판을 이어가며 “최고위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연장할지 새로 선임할지 결정하는 권한을) 원점으로 의총에 되돌려 달라. 어쨌든 절차를 밟아야 한다. (황 대표는) 자기 권한 밖의 일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흠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일부 의원은 “맞는 말”이라며 박수로 지지의 뜻을 표시했다.


이어 진행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장제원 의원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장 의원은 “정당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최고위 의결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당 총재 혹은 당 대표가 임명하던 원내총무직을 원내대표로 격상하고 의원총회를 통해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은 원내 정당화라는 정당 개혁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의원총회의 고유 권한을 최고위원회가 행사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며 항의했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의총 직후 나 원내대표의 집무실로 몰려갔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황교안 대표와 박완수 사무총장 등 지도부는 청와대 앞 천막회의를 마친 후 국회로 돌아와 나 원내대표의 집무실을 먼저 찾았다.


황 대표는 나 원내대표와 7~8분가량 비공개로 면담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나 원내대표에게) 고생 많았다. 앞으로도 당 살리는 일에 힘을 합하자고 했다”고 전했고, 나 원내대표는 “나머지 현안들의 마무리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비박계, 친황 굳히기 맹비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비박계의 반발도 줄을 잇고 있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의원은 “당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황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12월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를 갖고 “원내대표 재신임 여부는 오늘 의원총회에서 부쳐질 것으로 예고가 돼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최고위가 원내대표 임기 연장 해석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당 지배구조 근간을 허무는 일”이라며 “지금까지 이런 전례가 없었다.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나서 사실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황 대표를 성토했다.


김 의원은 “이런 식으로 당 운영이 되면 정말 곤란하다, 이건 당이 정말 말기 증세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라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탄식했고, 여의도연구원장직을 박탈당한 데 대해선 “모두가 사퇴하는 것 같으면 저도 그렇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뭐 세상 살면서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고 하는 거지만”이라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친위세력을 구축하기 위해 당을 사당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황 대표는 12월2일 총선 공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신임 사무총장에 초선인 박완수 의원을 임명, 향후 공천 때 대대적 중진 물갈이를 예고했다.


앞서 당직자 35명의 일괄사표를 받은 황 대표는 4시간 만에 전략기획부총장에 초선인 송언석 의원을 임명했고, 재선 의원들도 전진 배치시키며 거듭 세대교체 의지를 드러냈다.

 

대표 비서실장에는 수석 대변인을 지낸 김명연 의원, 인재영입위원장에는 염동열 의원, 전략기획본부장에는 주광덕 의원이 임명됐다.

 

아울러 대변인에는 MBC 기자 출신인 박용찬 영등포을 당협위원회 조직위원장을 임명했고, 불출마 선언을 한 김세연 의원이 당 지도부에 퇴진을 요구하면서도 총선 때까지 맡기를 희망했던 여의도연구원장 후임에는 성동규 중앙대 교수를 임명했다.


비박계 3선인 김용태 의원은 12월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황교안 대표가 단식으로 얻은 것은 당 혁신이 아니라 당 사유화”라며 “당헌·당규가 지엄함에도 불구하고 원내대표 선출 관련 의원총회 권한을 최고위원회가 행사한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고 성토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는 한국당이 당 대표의 사당임을 만천하에 보여준 것”이라며 “최소한의 정치적 도리를 망각하고 1년여간 동고동락 해온 원내대표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내쳤다. 읍참마속이라고 하더니 ‘마속’이 황 대표 측근이 아니라 나경원 원내대표였던 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끝으로 “황 대표가 단식하는 동안 무슨 구상을 했는지 분명해졌다. 국민의 기대를 저버려도 유분수지, 이건 국민과 당에 대한 배신 행위”라며 “김영우 의원이 살신성인 불출마 선언을 하는 날 한국당은 사당화의 길로 들어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영우 의원도 “한국당 현역 절반 이상이 황교안 체제에 부글부글한다”면서 “도로 TK 정당이 될까 봐, 황교안 체제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12월5일 오전 <김현정의 뉴스쇼>와 가진 인터뷰에서 황 대표의 당직 전원 물갈이 인사에 대해 “자칫 쇼로 비쳐지기 쉽다”면서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은 물러나게 됐고 결과적으로 보면 황교안 대표가 제왕적 당 대표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 아닌가라는 강한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황교안 지도부의 나경원 연임 불가 결정에 대해서는 “최근 여러 가지 자리 싸움, 자리 다툼이 있었다. 서울시당 위원장 문제도 그렇고, 이런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도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갈등설이 있었다”고 전하면서 “이런 것들이 계속 쌓이는 가운데  황교안 대표 입장에서는 열심히 대여투쟁을 하는데 한국당 지지율이 정체를 보이자 ‘원내 전략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 부글부글한 민심도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자칫 잘못하면 선거 이후 TK 정당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전하면서 그 숫자에 대해서는 “정치 계파와 관계없이 최소한 반 이상은 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런가 하면 정치분석에 밝은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황 대표의 ‘나경원 원내대표 연임 저지’와 관련, “친황 자체가 친박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라며 “황교안 대표는 이 시대 정신과 역사의식을 버리고 다시 박근혜당으로 돌아가는 데 매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12월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보수 통합에 대해서 처음부터 어둡게 봤다”며 “지금 저를 만나는 비박의 황교안 대표와 통합을 추진하는 박형준 교수 같은 분들은 반드시 된다, 이렇게 하는데 저는 안 될 것 같다”고 단언했다.

 

 

김혜연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주)펜 그리고 자유.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