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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정국 후끈~ 달군 정치권 ‘친일 프레임’ 공방

조국發 울분에 국민들도 비분강개…한국당 ‘신 친일’ 말려들었나?

김혜연 기자 l 기사입력 20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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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확전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친일 공방’이 여름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자유한국당은 연일 일본은 놔둔 채 우리 정부 공격에 열을 올렸다. 그러자 여권은 ‘친일 프레임’을 가동시켰다. ‘이적 행위’ ‘신(新) 친일’ 등 표현수위를 높여가며 “자유한국당이 신 친일행위를 계속한다면 국민이 내년 총선에서 퇴출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여권의 경고를 ‘일본팔이’라고 깎아내리면서 “안보 악재가 연일 불거지는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친일 대 반일 몰이를 통해 총선을 치르려 한다”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친일 공방’은 자유한국당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일본 경제보복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오른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친일 공방’ 후유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황교안 대표는 급기야 “이 정권의 친일·반일 편 가르기에 대응할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경제보복 이후 한국당 일본은 놔둔 채 우리 정부 때리기
조국, 11일간 울분 글 44개 쏟아내며 ‘친일’ 논란 중심에 세워


민주당 “한국당 신 친일 계속하면 국민들이 퇴출시킬 것” 경고
한국당, ‘일본팔이’라며 깎아내렸지만 친일 공방 이후 지지율 뚝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친일 문제’를 논란의 중심에 세운 이는 누가 뭐래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조 수석은 징용 판결 관련 일본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등 청와대·여권의 최전방에 섰다. 그는 7월 셋째 주 주말인 20일과 21일, 9개의 글을 쏟아내며 국민들의 ‘비분강개 정서’를 대변했고, ‘대일 항전’을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7월13일 ‘죽창가’를 시작으로 11일간 일본 경제보복과 관련 44건의 글을 쏟아내며 울분을 토했다.

 

▲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친일 문제’를 논란의 중심에 세운 이는 누가 뭐래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친일 논란, 중심에 세운 조국


조 수석은 7월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는 국익수호를 위하여 서희의 역할과 이순신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한국의 ‘재판주권’을 무시하며 일본이 도발한 ‘경제전쟁’의 당부(當否)를 다투는 ‘한일 외교전’이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벌어진다. 정식 제소 이전의 탐색전이다. 전례를 보건대, 몇 년 걸릴 것이다. 어려운 일이 있을 것이다”라며 한일 경제전쟁 장기화를 예고했다.


조 수석은 이어 “일본 국력, 분명 한국 국력보다 위”라면서 “그러나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 외교력 포함 현재 한국의 국력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병탄(倂呑)을 당한 1910년과는 말할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물론 제일 좋은 것은 WTO 판정 나기 전에, 양국이 외교적으로 신속한 타결을 이루는 것이다. 당연히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법적·외교적 쟁투를 피할 수 없는 국면에는 싸워야 하고, 또 이겨야 한다.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들의 응원을 호소했다.


같은 날 올린 또 다른 글에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사법) 주권이 타국, 특히 과거 주권침탈국이었던 일본에 의해 공격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거나 이를 옹호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한국 대법원 판결을 비방·매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일지 몰라도, 무도하다”고 주장했다.


조 수석은 7월18일에는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경제전쟁이 발발했다. 전쟁은 전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이냐’다”라고 썼다.


또 7월20일에는 수위를 더 높여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여당도 ‘신 친일’ 한국당 압박


그러자 여당 원내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인영 원내대표도 ‘신(新) 친일’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조국 수석의 비분강개에 힘을 보탰다.


이 원내대표는 7월21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 “경제 한일전에서 자유한국당이 백태클 행위를 반복하는 데 대해 준엄히 경고한다”며 “우리 선수를 비난하고 심지어 일본 선수를 찬양하면 그것이야말로 신(新) 친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이 일본의 경제보복을 대응하기 위한 추경 처리에 비협조적인 상황을 한일 축구 경기에 비유해 비판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미중 경제냉전이란 대외적인 환경이 자리 잡았고, 당장 일본과 경제전쟁이 시작되는 이때 과연 우리 정치권은 뭘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정쟁으로 추경 발목 잡기를 하는 한국당의 모습이 우리 국민들 눈에 얼마나 곱게 보일지 진심으로 자문해보길 바란다”고 훈계했다. 


여당 지도부도 앞다투어 자유한국당을 향해 친일 공세를 펴는 등 ‘친일 프레임’ 확산에 힘을 실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월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비상시국에 한국당은 추경처리는 물론이고 일본에 대해서도 친일적 행각을 계속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행위를 하는데도 일본 정부를 견제할 생각은 아니하고 친일적 언동을 하고 있는 건 참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추경안이 제출된 지 91일째”라면서 “일본의 비정상적 행위를 결의안으로 규탄하고 추경안으로 대응하는 여야의 일치된 단결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한국당은) 지금 반문연대를 외칠 게 아니라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힘을 실어줄 때”라며 “기업 총수도 지금 대통령을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고 말하는 마당에 제1 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 자기 이익만 취하려 한다면 ‘토착왜구’ ‘매국’이란 비판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지금 많은 학자들이 최근 경제전쟁이 한국의 민주정권을 붕괴시키고 친일정권을 세우려는 아베 정권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하고 있고 이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분석”이라면서 “하지만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한국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 민주정권을 수립했다.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한국당 ‘일본팔이’ 맞불 놨지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여당 지도부가 잇따라 자유한국당을 ‘신(新) 친일’이라고 비판하자 강력히 반발하며 연일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선 이인영 원내대표 기자간담회 발언이 알려진 7월21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결국 또 들고 나온 것이 ‘추경 탓’ ‘야당 탓’입니까?”라면서 “일본 통상보복 조치라는 국가위기마저도 추경 압박을 위해 활용합니다. 깜깜이, 생색용 1200억, 3000억으로 일본 통상보복 위기가 극복됩니까? 기업들 입장에서는 허망한 이야기”라고 깎아내렸다.


나 원내대표는 특히 “신 친일, 국가적 위기 앞에서도 야당 탓을 하기 위해 친일 프레임을 가져가는 한심한 청와대·여당”이라고 날을 세우면서 “제발 국익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주십시오”라고 질타했다.


나 원내대표는 7월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조국 민정수석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종합하면 이 정부는 국난극복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 2년 내내 북한팔이하던 정권이 이제 일본팔이로 무능과 무책임을 덮으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7월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철없는 친일 프레임에만 집착하는 ‘어린애’ 같은 정치는 이제 그만 멈추고, 제발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극일해야 한다”며 “이미 나온 해법도 모른 척하는 문재인 정권은 극일은 커녕 영원히 대한민국을 일본에 뒤처지게만 만들고 말 것”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아울러 그는 7월25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는 ‘친일파’ ‘토착왜구’ ‘일본을 위한 X맨’이라는 자신과 자유한국당 인사들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모욕적인 말”이라고 강하게 반발해 눈길을 끌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러한 인식의 출발점이 된 2004년 자위대 행사 참석에 대해 “제가 초선 의원 돼서 한 이십 며칠 후에 발생한 일 갖고 그것도 그 앞에 갔다가, 제가 실수로 갔다 왔는데 더 이상 말씀드리고 싶지 않다”고 거부감을 보이면서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정치인으로서 잘못했다고 유감을 표시하겠지만 그걸 가지고 무슨 친일파니 하는 건 정말 너무 어이가 없다”고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결국은 ‘우파 정당은 친일파의 후손이다’ 이걸 계속 씌우는 것”이라며 “결국 이번에 이렇게 하는 것도 기승전총선. ‘총선까지 이거 가자’ 하는 건데 저희가 묻고 싶다. 친일파 후손들은 민주당에 더 많더라. 한 번 쭉 불러볼까요? 제가 이름을 다 불러드리고 싶지만 한번 찾아보라”고도 했다.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을 걸고 넘어지며 “그렇게 따지면 문재인 대통령은 친일파 후손의 재산환수 소송, 국가를 상대로 한 재산환수 소송 변호사도 하셨더라”며 “아마 우리 쪽의 어느 의원이 그랬으면 지금 그분은 친일파로 매장돼서 국회의원 출마도 못 하실 것”이라고 우겼다.


나 원내대표의 맹비난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과연 나경원 대표는 어느 나라 국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7월24일 브리핑을 통해 “나 원내대표는 ‘전통적 우방국인 일본에 대해서는 위험할 정도의 강경발언까지 쏟는다’며 친일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꼬집으며 “더욱 황당한 것은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 나경원 대표의 맹목적 안보 공격이다. 그는 ‘국제호구, 대한민국 사방이 뚫렸다’ ‘얼빠진 안보의식’이라며 국가안보 문제를 정쟁화시켜 안보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정 대변인은 또한 “온 국민이 한뜻으로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을 이겨내고 있다. 그런데 나경원 대표는 국가안보를 정쟁으로 삼아 무분별하고 맹목적으로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국민 뜻을 받들어 나 대표의 맹성을 촉구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친일 프레임과 지지율


이렇듯 ‘친일’이라는 부끄러운 낙인이 정치 쟁점으로 떠오른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상승한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필두로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친일 프레임’을 피하려고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생각보다 지지율에는 보탬이 되지 않고 있다.


7월25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50%대 중반으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방송 의뢰로 7월22~24일 전국 성인 1508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전주보다 2.2%포인트 오른 54.0%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0.7%포인트 내린 42.4%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43.3%로 2주째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2주차(44.8%) 이후 9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그 반면 자유한국당은 26.8%로 2주째 하락했다.


리얼미터는 “이 같은 상승세는 백색국가 제외 등 일본의 경제보복 확대 가능성 보도가 이어지고, 불매운동을 포함한 반일(反日) 감정이 보수층으로까지 확산함과 더불어, 청와대와 정부에 의한 일련의 대응 메시지와 활동이 여론의 신뢰를 얻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 정권의 친일·반일 편 가르기에 대응할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주문하는 등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 '친일 공방' 후유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황교안 대표는 "이 정권의 친일·반일 편 가르기에 대응할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황 대표는 7월24일 일본 수출규제 대책 특별위원회 발언을 통해 “이 정권의 친일 반일 편 가르기에 대응해 국민여론을 올바르게 이끌어갈 방향도 고민해야 한다”며 “이 정권의 친일 프레임이 의도하는 바가 분명하다. 광복절까지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자 민경욱 대변인이 즉각 이 같은 ‘미션’을 행동으로 옮겼다. 민 대변인은 7월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의 독도 영공 침범 와중에 일본이 독도를 자국 땅이라고 강변하고 나선 데 대해 “독도는 우리 땅이다, 이 미친 또라이 일본놈들아!”라고 비난한 뒤, 화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려 “그건 그렇고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근처 영공을 침범했는데 일본놈들이 자기네 땅에 들어왔다고 발광하는 걸 보고도 아무 말도 못한 문재인 대통령! 그대야말로 친일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여권의 ‘신 친일’ 압박에 ‘일본팔이’로 맞서는 자체가 ‘친일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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