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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추적] 세모녀 사건에 따른 복지실태

생활고 시달려 일가족 동반 자살…“더 이상의 비극은 안돼”

최유리 기자 l 기사입력 201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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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문제로, 지병으로, 생활고로 인해 잇따라 일가족이 동반자살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수록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얼마 전 ‘송파 세 모녀의 쓸쓸한 죽음’은 복지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턱없이 높고 까다로운 정부 지원의 탓이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우리 사회 가정들을 대상으로 복지예산 100조 시대라며 자랑만 할 게 아니라 이에 걸맞은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는 일, 그게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편집자주>


 
‘세 모녀’의 쓸쓸한 죽음…번개탄 피우고 목숨 끊어

시민단체 ‘정부의 허술한 복지제도’ 비판 물결 거세

넘치는 복지사각지대 ‘안타깝다’ 말만 하는 현 정부
 
 
▲ ‘세 모녀’는 목숨을 끊으며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을 남겨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 주간현대

[주간현대=최유리 기자] 지난 2월27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전날 오후 9시 20분께 서울 송파구 석촌동 한 주택 지하 1층에서 A(60·여)씨와 두 딸(35·32)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히 현장에서는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와 ‘주인 아주머니께,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메모가 남겨져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70만원 남기고 숨져

세 모녀는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지난 2월27일 발견됐다. 집주인은 일주일간 집 안에서 TV 소리만 나고 인기척은 들리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고 전했다. 송파 경찰 출동 당시, 집 안에는 타버린 번개탄이 놓여 있었고 집 창문은 청테이프로 밀봉, 현관문은 침대로 막혀 있어 외부인의 출입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로 세 모녀가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의 불행은 12년 전 가장인 남편이 암으로 숨지며 시작됐다. 남편의 사망으로 남은 세 사람은 빚에 시달렸고 급기야 두 딸은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 빚을 갚고 싶었지만 큰딸은 고혈압과 당뇨를 앓으며 병원비 부담을 안고 있었고 신용불량자가 되어 직업을 구하기 쉽지 않은 둘째딸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이유로 가장은 어머니 A씨의 몫이 되었고 그는 식당일로 월 150만원을 벌어 생계를 책임졌다. 150만원으로 세 식구가 살기 빠듯했지만 세 모녀는 8년간 보증금 500에 월세 50인 집세를 한 번도 밀린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1월 말, A씨는 오른 팔을 다치면서 일을 못하게 됐고 가정에는 고정수입이 사라지게 됐다. 결국 ‘세 모녀’도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것이다.

자살 아닌 ‘제도적 타살’

이처럼 ‘세 모녀 사건’ 발생 후 연일 여론과 시민사회에서 현 복지 시스템 비판으로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자, 지난 3월4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분들이 기초수급자 신청을 했거나 관할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 상황을 알았더라면 정부의 긴급 복지지원 제도를 통해 여러 지원을 받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정말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언급과 달리 시민사회는 ‘세 모녀’가 몰라서 기초수급을 받지 못한 것도 있지만 알았어도 받지 못했을 거라는 주장이 제기했다.

지난 3월3일 송파 세모녀 자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과 ‘기초법개악저지 빈곤문제해결을 위한 민생 보위’ 및 장애인과 빈민단체들이 모였다. 이 기자회견에서 사회진보연대 윤혜숙 활동가는 “빈곤층과 복지수급자를 예비범죄자로 보는 우리 사회 풍토, 근로능력평가와 부양 의무자기준 등이 가난한 이들을 ‘선별’하는 데 집중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 보건복지부는 ‘급여신청을 하지 않아서다’라고 이야기했다”며 “만약 이 사람들이 기초수급 신청을 신청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해봤다. 먼저 어머니가 수급신청을 하러 갔다면, 한 달 전에 수급이 있었기 때문에 두 달간의 의료기록 및 ‘소득 없음’의 기록이 없어 구두로 신청을 거절당할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고 까다로운 수급 기준을 지적했다.

이 시민단체가 주장한 것처럼 현재 공공부조 복지정책인 ‘기초생활수급’은 굉장히 까다로운 절차를 지닌다. 이러한 절차는 빈곤은 하지만 기초생활수급 수준까지는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지 않아 결국 ‘세 모녀 사건’과 같은 악순환만 양산해 내고 있다.
실제로 ‘세 모녀’의 경우, 박대통령은 이들이 기초생활 수급을 신청했으면 자살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 예측했지만 현재 복지계는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는 3인 식구 기준 소득이 122만원 미만이여야 한다. 그러나 ‘세 모녀’의 경우 어머니 A씨가 월 150만원 정도를 벌어 이미 기준 소득 초과로 탈락이 된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기준에 ‘가족부양 우선의 원칙’이 있는데 이는 급여신청자가 부양의무자에 의하여 부양될 수 있는 경우에, 기초생활보장급여보다 부양의무자가 보호해야 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세 모녀’의 가장 A씨가 수급 신청을 한다고 했을 때, A씨에게는 두 딸이 부양의무자가 돼 조건에서 역시 탈락이 된다. 큰딸이 고혈압과 당뇨가 있지만 이것이 장애인 판정은 받을 수 없기에 지병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부양의무자가 되는 것이다.

근본 대책 강구해야
 
이러한 복지 문제에 대해 서울복지시민연대 신용규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초생활수급 기준 변경 및 부양의무제 폐지’를 대안으로 꼽았다. 신 대표는 “세 모녀가 복지 사각지대로 발굴되었어도 정부가 정해 논 기준에 부합하지 않기에 국가차원에서 줄 것이 없다”며 “기껏해야 민간 복지와 연계해 큰딸 병의원 무료 진료 및 국가 지원서비스까지는 가능한데 이것도 근본적 대책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신청에 노동능력이 있는 성인자녀가 있을 경우 심사에서 제외되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케이스마다 상황을 면밀히 살펴 보완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큰딸처럼 장애 판정에 해당하지 않는 질병으로 노동능력이 없는 자녀가 있으면 기초생활수급권으로 포함시켜야한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부양의무제 폐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시민운동 입장에서 당연히 세계에서 한국만 하는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한다”며 “사회현실상 가족봉양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주장할 때가 아니다”며 “가족단위가 아닌 개인단위로 수급지원을 하려면 예산 부담은 되나 지금까지 국방, 기업 등으로 정부가 쓰는 재원의 우선순위를 바꾸면 가능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지 않았을 뿐 많았을 텐데, 사회적 이슈가 된 지금 복지, 정치 쪽에서 한시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돈을 투입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국가가 해결하고자 한다면 근본적으로 제도를 바꾸고 장치를 보완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dbfl64580@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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