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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바보나라가 아니다 “멀리 보려는 시각을 가진 국가”

“지금은 북핵문제의 완전해결-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미래적 시각의 차용이 바람직”

문일석 발행인 l 기사입력 2018-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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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사진/상-하.   ©청와대 페이스북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는 지난 10월26일자 “미국(美國)을 이렇게 대하고 뒷감당은 누구 몫이 될까”라는 칼럼에서 문재인 정권의 대북 화해노선에 대해 미국정부의 반한기류가 있을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시각을 내보였다.

 

그는 이 칼럼에서 문 대통령의 유럽순방과 관련 “당초 순방의 목적이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나, 미국에 '북한 제재를 완화해주자'는 말이 잘 안 먹히자 자신의 편에 서줄 연합군(聯合軍)을 찾아나선 것처럼 비쳤다. 명색이 동맹국이고 북핵 위협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강한 대북 제재를 허물어보려는 '반미(反美) 공동 전선' 구축에 앞장선 것 같은 모양새가 됐다. 유럽을 다니며 대북 제재 완화 부탁을 하는 것은 본인 나름의 해법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광경을 미국은 어떻게 지켜봤을까”라고 따지면서 “유럽 순방 시점은 북·중·러 3국의 외무 차관급 회담에서 '제재 완화' '단계적 비핵화' 등의 합의가 이뤄진 뒤였다. 마치 이 회담의 합의 내용을 갖고 유럽을 찾아간 것처럼 됐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비협조에 불만이 많겠지만, 미국은 문 대통령이 같이 손잡고 갈 수 있는 파트너인지를 의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칼럼의 결론부분에서 “미국을 이렇게 대하고 뒷감당은 누구 몫이 될까. 현 정권이 나라를 걸고 도박하려는데, 걱정이 안 되면 이상한 것”이라고, 심히 우려하고 있다. 

 

6.25 전쟁 이후, 혈맹관계로 이어져 온 한미 관계가 어긋나는 것은 한국으로서는 생존이 위협되는 것이고, 커다란 외교적 손실이라는 점에서 중차대한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우려를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1945년, 오래된 역사를 꺼내본다. 미일전쟁에서 미군은 일본 수도인 동경을 먼저 공격한 게 아니라 오키나와를 선(先) 공격 했다. 1945년 8월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함으로써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왜 미국은 그 전쟁에서 일본의 동경에 원자폭탄을 투하 하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컨대, 미일 전쟁에서 미국의 승리가 확실했기 때문이었을 것. 동경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면, 쉽게 종전이 되었겠지만, 미국은 전쟁을 끝낸 이후 복구문제까지도 생각했을 것이다. 미국은 미일전쟁 이후의 문제까지 고민한 결과 그런 대책을 내놨을 것이다.

 

미국은 현 한반도 문제를 보는 시각에서 미래적 관점, 또는 멀리 보려는 관점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미국이 북핵을 원만하게 해결하고,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구성하려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남북협력을 위한 힘든 노력을 우려의 시각만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 대사는 최근 북핵이 완전 해결될 때까지 한미 공동보조론을 역설 했다. 그는 미국 태평양 사령부에서 지난 2015년 5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사령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사령관 근무 시 였던 지난 2017년 7월14일 “북핵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 준비가 끝났다”고 발언했던 강경파 출신이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10월17일 열렸던 아산정책연구-미 우드로윌슨센터 공동 개최한 포럼(주제=한반도 평화 전망과 한미동맹 진단)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우선시하고 싶겠지만, 북한 비핵화란 공동 목표 달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과 미국은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 문제에서 공동의 목소리로 접근하면 평양과 판문점, 싱가포르에서의 약속을 현실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 대사의 한국 간섭형 발언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23일 열렸던 제 45회 국무회의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관련 '군사 분야 합의서'를 비준했다. 문 대통령은 '9월 평양 공동선언'과 '남북군사 분야 합의서'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길일뿐만 아니라 한반도 위기 요인을 없애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날 비준된 합의서들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각 부처가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미국 대한 정책을 우려하는 시각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난 10월25일 열렸던 NSC 상임위원회에서 “한미 연합방위태세의 공고”를 재확인 했다. 이 회의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NSC 상임위원장), 조명균 통일부장관, 정경두 국방부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이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는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남북 군사 분야 합의 이행을 위한 공조 등 한미 간 협력 방안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월 1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그는 최근 한미공조 우려 분위기에 대해 “미국이 먼저 나가주면 좋은데 안 나가니까 우리라도 먼저 한 발 떼면서 손을 끌고 이쪽으로 갑시다, 이렇게 해야 하고 그러는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공동보조론 취하는 사람들한테 한번 물어보고 싶다. 당신들 강시처럼 걸을 수 있나? 강시, 깡충깡충 뛰면서... 도저히 안 되는 거다. 살아있는 사람은. 정치도 외교도 생물”이라고 설명했다. 한미공조의 균열로 연계시키려는 일부 보수진영의 시각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한 것. 반미(反美)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는 위에 언급한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노선에 대해 “미국을 이렇게 대하고 뒷감당은 누구 몫이 될까. 현 정권이 나라를 걸고 도박하려는데, 걱정이 안 되면 이상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과거에 집착할 건지, 또는 미래로 나아갈 건지에 대한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긴 시각에서 볼 것인지, 짧은 시각에서 볼 것인지도 차이가 날 것이다.

 

한반도 냉전해체에 이어 동북아 냉전이 해체된 이후를 상상해보면, 한반도의 남북한 모두에게는 큰 혜택이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미국 역시, 미국의 미래를 부흥시킬 미래자산이 될 것이 확실하다. 미국은 미일전쟁에서 동경에 원자폭탄을 투하하지 않았다. 원자폭탄 몇 개만 동경시내에 투하했다면 그 전쟁은 쉽게 끝났을 것. 그러나 미국은 후일을 기약했다. 미국은 바보의 나라가 아니다. 멀리 보려는 시각을 가진 국가이다. 북한-남한-일본이 공히 핵을 가졌을 때의 미국을 생각해보라. 마찬가지로 지금은 북핵문제의 완전해결-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미래적 시각, 멀리 보려는 시각의 차용(借用)이 바람직할 때임을 지적한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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