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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5년 장하성펀드, 힘 못쓰는 사연

장하성펀드 비판·우려…“미꾸라지가 물 흐린다”

김길태기자 l 기사입력 201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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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주주총회가 잇따라 열리는 가운데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의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라자드코리아가 2006년 사모 형태로 설정한 기업지배구조펀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성과를 얻는 상품이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자문을 받아 운용돼 ‘장하성펀드’로도 불린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열리는 주총에 참석, 출범한 지 5년된 ‘장하성펀드’가 모두 패하면서 또 한 번 고배의 쓴잔을 마시게 됐다. <편집자 주>

남양유업, 장하성펀드 제안 모두 부결…주주 ‘외면’
출범5년, 방법도 노력도 인력도 부족…고질적 논란
상당한 돈과 인력소모…경영간섭은 기업경영 ‘위축’

 
[주간현대=김길태 기자]기업지배구조펀드는 주로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에 투자해 일정 지분을 획득한 뒤 주총에 참여해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낸다. 지난 16일 열린 남양유업 주총에서는 비록 관철시키지는 못했지만 배당금 규모와 집중투표제를 놓고 회사측과 표 대결을 벌였다. 작년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주총에서도 배당 확대 및 사외이사 참여 등을 제안했으나 결국 고배를 마셨다. 이처럼 주주 제안을 연거푸 관철시키지 못하는 것과 관련 시장 일각에서는 “기업가치 제고라는 당초 취지와 멀어지고 사회적 비용만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표결 패배

남양유업의 주주총회에 참석한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이하 장하성펀드)가 표결에서 모두 패배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3월16일 제4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장하성펀드가 요구한 집중투표제, 배당금 증액 요구를 모두 부결했다.

장하성펀드측은 이날 주총에서 동종업종 대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의 배당과 과도한 현금 유보액 등을 이유로 들어 배당금을 상향할 것을 요구하면서 회사측에서 제시한 배당금의 25배 규모인 보통주 1주당 2만5000원, 우선주 1주당 2만5050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또한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후보가 이사로써 선임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관 변경을 통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했다.

하지만 장하성펀드의 주주제안으로 안건에 상정된 안들은 KB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운용 등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모두 표결에서 부결됐다. 회사측은 “남양유업은 단일기업이어서 다른 그룹처럼 계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며 “계획 없이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매년 시설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지만, 37만 주의 반대표를 설득하지 못해 무산됐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2명 이상 선임할 경우 2명의 이사에 대해 각각 표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2표를 한 사람에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표결 여부에 따라 소액주주들이 원하는 인사를 이사로 선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현재 남양유업 정관에서는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다.

장하성펀드(남양유업 보유지분 1.8%)의 이 같은 요구에 KB자산운용(2.4%) 한국투자밸류운용(4.5%) 등이 찬성의사를 표시했지만, 표결에서 이기지는 못했다. 배당금 상향은 반대 37만여주, 찬성 20만여 주로 부결됐고, 집중투표제 도입은 45만여 주의 반대와 13만여 주의 찬성으로  무산됐다. 동일권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 대표는 “주주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더 대응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주총 뜨거운 감자

소액주주와 경영진의 ‘표’ 대결로 주목받은 남양유업의 정기주주총회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앞서 일명 ‘장하성펀드’로 불리는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가 파격적인 주주제안을 했지만 예상은 ‘역시나’였다. 주가도 보합세였다.

이날 주총에는 장하성펀드와 사측의 힘겨루기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관계자들이 모여 뜨거운 감자임을 입증했다. 주총이 시작되기 20여 분 전 준비된 100여 석이 꽉 찼고, 의자를 더 들여왔으나 서야 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남양유업의 한 주주는 사람이 많이 몰리자 “장하성 때문인가”라며 묻기도 했다.

사측이 감사보고에 이어 의안 내용을 발표하자 장내에 긴장감이 흘러 나왔고 곧바로 라자드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배당 금액을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주제안을 한 라자드측의 발언이 끝나자 한 주주는 라자드운용 관계자를 향해 “펀드 놀음을 위해 저런 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당 금액과 집중투표제를 놓고 남양유업 이사회측과 라자드운용의 설전이 계속되자 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은 “양립할 수 없고 타협할 수도 없는 사안”이라며 “빨리 표결을 진행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다수 주주들은 남양유업의 편을 들며 큰소리로 “반대표만 집계해라”, “장하성펀드측의 말 많이 들었으니 그냥 빨리 진행이나 해라”며 감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남양유업의 승리가 결정되자 주총장에는 박수 소리와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이날 의장을 맡은 김웅 대표이사가 “혹시 제 연임에 반대하는 분은?”이라고 묻자 한 주총 참석자는 크게 웃으며 “없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라자드운용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주주들의 동조를 얻지 못한 이유에 대해 “배당 금액을 높이면 주주들이 이익을 받는 것인데 소액주주들의 관심이 많지 않았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사측의 결정에 순응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기업가치? 경영권불안?

2007년 4월 출발한 ‘장하성펀드’는 대한화섬, 화성산업, 크라운제과, 벽산건설, 동원개발 등에 투자했는데 이들 주가가 모두 급등해 크게 주목받았다. 2008년 삼양제넥스, 전기초자, 동원개발 등에 대해선 사외이사나 감사를 선임하는 데 성공했고, 지난해에 인선이엔티에 사외이사를 투입했다.

2008년 사외이사로 입성한 한솔제지의 경우 2010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이던 자회사 한솔건설에 대한 지원을 막는 데 기여했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경우 높은 수익도 챙겼다. 반면 디스플레이장비업체 에스에프에이나 일성신약에선 표대결에서도 지고 주식을 팔고난 후 주가가 올라 명성에 금이 가기도 했다.

장하성펀드가 최근 부쩍 힘을 쓰지 못하는 데는 지배구조 개선이란 ‘명분’에 걸맞은 ‘방식’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주주제안, 소송, 표대결 외에는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못한다는 것.

장하성펀드는 주총장에서도 점차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수익률을 높인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앞서 열린 남양유업 주총장에선 일부 주주에게 시비만 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장하성펀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적인데 오히려 경영권 불안을 초래해 영업활동에 지장을 줬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장하성펀드는 표면상 라자드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해외펀드다. 물론 한국시장에선 펀드 그 이상이었다.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이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요구사항이 ‘배당’이나 ‘투명성’에 쏠려 있었고, 법정분쟁 등에서 파생되는 유·무형의 사회적 비용부담 등이 고질적인 논란거리가 됐고 이로 인해 “미꾸라지가 물을 흐린다”식의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경영간섭? 기업위축

‘장하성펀드’의 정식명칭은 한국기업 ‘지배구조개선펀드(KCGF)’이다. 지배구조와 관련된 투자는 지배구조가 모범적인 우량기업에 투자하는 대표적 ‘사회책임투자’ 방식과 잘못된 기업지배구조로 인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종목의 지분을 대량 취득해 직접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지배구조개선’ 방식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KCGF는 미국 라자드 사가 운용을 맡고 있다. 기업지배구조개선 작업의 대명사격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투자고문 자격으로, 라자드의 한국 책임자 존 리(포트폴리오 매니저)와 함께 투자기업 선정과 자금회수 등을 최종 결정한다. 펀드에는 미국 버지니아대와 조지타운대 재단,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외 10여 개 기관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교수가 밝힌 투자 원칙은 ‘국내 상장사 가운데 기술력이나 수익가치가 높은데도 저평가 된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기술력·수익가치가 높은데도 주식 값이 저평가 된 중소기업의 경영진과 투명 경영을 하는 조건으로 투자계약을 맺고, 주식 매입을 통해 경영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과 투명경영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경영실적이 좋아지면 과실을 공유하되, 기업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자금을 회수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장하성펀드에 대해 사회적책임투자펀드의 일종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장하성 펀드는 사회적책임투자펀드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회적책임투자펀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펀드로 사회적·환경적·윤리적 요인들을 고려한다. 즉, 단순히 재무제표상의 이익만을 고려하지 않고, 환경보호 등 사회적 가치에 신경 쓰는 기업을 위주로 투자한다는 것.

그러나 장하성펀드는 이러한 요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단순히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주주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장하성 펀드는 이사해임 요구, 주주제안, 주주총회 소집 요구 등 경영참여를 통한 지배구조개선 요구는 주주의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비용일 뿐이다”며 “기업들은 장하성펀드의 경영간섭을 받아야 하고, 또 경영간섭에 대비하기 위해 상당한 돈과 인력을 소모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영간섭은 기업경영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kgt0404@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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