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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징병 논란, 대선으로 번져

임대현 기자 l 기사입력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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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국가들이 여성의 징병을 허용하면서 성평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한국은 남성에게만 국방의 의무를 짊어지게 있어 오래전부터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변함없는 징병제도가 이번 대선을 맞아 변화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진보진영에선 논란이 된 정치인을 영입한 대선주자에게 지지를 철화하겠다는 강경한 반응을 보이는 지지자도 생기고 있다. <편집자 주>


 

스웨덴·네덜란드·이스라엘 여성도 군대 징병대상확산

오바마 여성들도 징병 대상으로 신고해야 한다발언

 

헌법재판소, 지난 2014여성은 징병 불이행 합헌

대선으로 번진 성평등군대 논란, 지지철회 움직임

 

 

▲ 스웨덴은 최근 모병제를 폐지하고 징병제를 재도입하면서 여성을 대상에 포함할 방침을 알렸다.  <사진=PIXABAY 이미지>

 

[주간현대=임대현 기자] 진보적 정치성향을 띄고 있던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에서 진보 대선주자들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군대 게시판에서 터져 나왔다. 이들의 주된 비판은 진보 진영의 대선주자들이 군 문제에 대한 해법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화살은 대세론을 타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게 향했다. 문 전 대표 역시 군 문제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문재인 전 대표에게 꾸준히 지지를 주고 있던 진보 커뮤니티는 반으로 갈라졌다. 대선을 앞두고 여성과 군대를 둘러싼 논쟁이 화두로 떠오른 모습이다.

 

유럽의 여성 징병

스웨덴은 최근 모병제를 폐지하고 징병제를 재도입하면서 여성을 대상에 포함할 방침을 알렸다. 스웨덴이 모병제를 폐지하고 징병제를 부활하기로 한 것은 최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면서 안보 상황이 불안해지고 있는 데다가 지원병제로는 충분하고 우수한 병력자원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언론들은 설명했다. 남성만 징병을 하고 있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SVT 방송을 비롯한 스웨덴 현지언론들은 지난 32일 사회민주-녹색당이 연정을 이룬 스웨덴 정부가 지난 2010년 중도우파 정부가 폐지했던 징병제를 내년부터 재도입할 것임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스웨덴 국방부 장관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원병제에서는 군부대 병력을 채우는 데 어려움이 있어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완전하고 잘 훈련된 군대를 원한다면 현행 지원병제를 강제적인 군 복무 제도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정부는 지난 1999년과 20000년에 태어난 남녀 10만 명에게 오는 7월께 징집대상임을 통보하고 군 징집과 관련된 질문지에 답하도록 한 뒤 이 가운데 13000명을 뽑아 군 징집 절차를 밟아 2018년과 2019년에 매년 4000명씩 선발해 기본군사훈련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또 안보 상황이 나빠지면 징병 대상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스웨덴 야당들도 정부의 이 같은 구상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실시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웨덴 국민 4명 가운데 3명꼴인 72%가 징병제 부활에 대해 찬성했으며 반대 입장을 밝힌 응답자는 16%에 불과했다. 국민들의 합의가 이에 앞서 진행됐던 것이다. 이미 유럽의 몇몇 국가가 모병제에서 징병제로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추세였다.

 

유럽방위를 책임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닌 스웨덴은 지난 1901년부터 징병제를 시행하다가 지난 2010년 지원병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전사태 무력 개입 및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노골화되면서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져 징병제 부활에 이르게 됐다.

 

스웨덴의 이웃국가인 노르웨이는 이미 지난 2014년도에 법을 제정해 2016년도부터 여성을 징병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 노르웨이 국방장관은 우리는 가장 의욕과 능력이 있는 지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군 복무 대상을 확대하기를 원한다며 이 조처가 군의 전력 강화를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당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직업군인제를 도입하고 징병제를 폐지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노르웨이는 군 복무에서의 성 중립을 도입함으로써 군을 더욱 경쟁력 있고 다양화한 집단으로 만드는 방안을 선택했다. 이번에 통과된 관련법 2개는 2016년부터 발효됐다.

 

개정되기 전 노르웨이 병역법은 19~44살의 남성을 대상으로 병역을 의무화했다. 이 법에 따라 현재 대상자 6만명 중 8000명만 입대를 하며, 이 중에는 여성 자원자 1000여명이 포함되어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는 한편 학업과 직업 등 각종 사유로 병역을 연기하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형식상으로는 징병제이나 내용적으로는 사실상 지원병제로 운영되고 있다.

 

개정안은 2016년 중순부터 효력을 발휘했다. 19~44살 여성을 군 복무 대상으로 정했다. 첫 입대 대상자들은 12개월 동안 복무한다. 노르웨이는 전임 정부에서 오는 2020년까지 군 병력의 20%를 여성으로 채운다는 공식 목표치를 세웠다.

 

역시 유럽국가인 네덜란드도 여성이 군대 징병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NL 타임스 등 네덜란드 언론은 지난 227일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을 전하면서 이번 조치는 순전히 남녀동등 대우를 위한 상징적 조치라고 보도했다.

 

네덜란드의 여성 징병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가운데 노르웨이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7월부터 여성도 군 징집 대상에 포함해 시행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난 1997년 징병제가 도입돼, 모든 남성은 17세가 되면 징집 대상 연령이 됐음을 알리는 통지서를 받게 된다.

 

네덜란드는 지금까지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뒤처져 있다며 징집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남성과 똑같이 17세가 되면 징집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징집 대상 통지서를 받았다고 해서 모두 군대에 가야 하는 게 아닌 만큼 이번 조치는 상직적의미가 더 크다는 게 현지 언론의 설명이다. 여성인 제닌 헤니스 플라스하르트 네덜란드 국방부 장관은 지금 여성과 남성은 교육과 직업훈련 수준에서 동등하다며 남녀동등 대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청년층 여성들도 징병 대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재임 당시 여성들도 18세가 되면 징병 대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오바마는 군 복무를 막는 오랜 장벽이 이제 제거된 상황에서 논리적인 다음 단계는 여성들도 징병 대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여전히 모병제도 유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따라서 세계대전처럼 대규모 전쟁 상황이 아니라면 여성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징집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선진 국가들의 조처는 한국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다만, 이들을 보고 성평등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는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성평등의 선진국에 있는 유럽국가들이 이를 위해 징병 대상을 여성으로 확대시키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남성에게만 국한돼 있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지지하는 커뮤니티였던 오늘의유머는 군문제가 언급되면서 지지철회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오늘의유머 군대 게시판 갈무리>

 

헌재 남성만 군대

한국의 경우 국민의 4대 의무 중에 국방 의무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를 여성은 제외된다. 이 때문에 남성만 해당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불합리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해 꾸준히 헌법재판소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송이 이어지고 있으나, 헌재의 판결은 계속 기각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2월에도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대한민국 남성인 A씨는 2011년 여름 징병검사에서 1급 현역병 입영대상자 처분을 받았다. 이후 A씨는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 제3조 제1항이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201112월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병역법 제3(병역의무) 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집단으로서의 남자는 집단으로서의 여자에 비해 보다 전투에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개개인을 대상으로 판단하는 경우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전투에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개개인의 신체적 능력에 기초한 전투적합성을 객관화해 비교하는 검사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여자의 경우에도 월경이나 임신, 출산 등으로 인한 신체적 특성상 병력자원으로 투입하기에 부담이 큰 점 등에 비추어 남자만을 징병검사의 대상이 되는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이 현저히 자의적인 차별취급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한 보충역이나 제2국민역 등도 국가비상사태에 즉시 전력으로 투입될 수 있는 예비적 전력으로서 일정한 신체적 능력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므로 보충역 등 복무의무를 여자에게 부과하지 않은 것이 자의적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따라서 병역법 제3조 제1항 전문이 자의금지원칙에 위배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16월과 11월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병역법 조항 전문이 남성인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 선례와 달리 판단할 사정의 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판결에 뿔이 난 건 남성들이다. 헌재는 일반 사병에 대해 월경이나 임신, 출산 등으로 인한 신체적 특성상 병력자원으로 투입하기에 부담이 큰 점을 이유로 여성의 징병을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여성은 군대에 직업군인으로 취직은 가능하다. 봉급과 처우가 현저히 더 낮은 사병은 못하지만, 간부는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헌재의 판결을 보자면, 일반 사병은 힘들어서 못 한다는 여성이 간부는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사병은 출퇴근이 자유롭지 못하고, 월급도 직업군인보다 10배 더 적은 처우를 받는 힘든 일이다. 건강하지 못하다고 처우가 더 안 좋은 일은 시키지 말자는 아이러니한 생각을 내놓은 것이다.

 

오히려 한국의 간부 여군은 처우가 꾸준히 개선되면서 비율도 점차 늘리는 추세에 있다. 현재 여군은 1만명 가량으로 전 병력의 5% 수준이다. 여성 학군단(ROTC)도 실시되면서 점차 여군이 증가할 추세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여군들의 모임이 현재 5%에서 15%로 늘리자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중령 이하 예비역 여군들로 구성된 젊은 여군 포럼은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여군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젊은 여군 포럼은 문 전 대표의 지지자 모임인 더불어포럼산하 평화안보포럼 내 소모임이다

 

국민들의 여론은 반반이다. 지난 2005년도에 여성의 병역의무 이행을 두고 여론조사를 했는데, 50%가 찬성했다. 최근에는 관련된 여론조사가 없었지만, 당시엔 획기적인 통계로 꼽혔다.

 

이때 <한겨레21>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전국 20살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1000명 전화 여론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22.2%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한다고 답변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한다는 의견은 27.2%, 찬성과 긍정적 검토 의견을 합하면 49.4%에 이르렀다. 국민의 절반이 찬성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27.6%였다. “찬반을 떠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은 21.7%로 나타났다. 찬성 의견에는 남녀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반대 의견은 남성(30.2%)이 여성(24.9%)보다 더 많았다. 긍정적 검토 의견은 여성(29.5%)이 남성(24.9%)을 눌렀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이다.

 

찬반 의견을 떠나 여성이 병역 의무를 지게 된 뒤의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여론이 우세했다. “병영문화 개선 등 군 문화가 발전할 것”(29.9%), “남성 우월주의 문화가 바뀔 것”(20.5%), “병역을 필하는 방식이 매우 다양해질 것”(19.3%), “징집에 따른 (남성들의) 피해의식이 줄어들 것”(15.7%), “복무 기간이 줄어들 것”(8%) 순으로 꼽았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남인순 의원을 영입하면서 일부 지지자들이 군문제를 언급하며 지지철회를 내세웠다.    <사진=남인순 페이스북>

 

침묵하는 대선주자

국내에선 정국이 조기대선으로 흐르면서 대선주자들이 군문제를 두고 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여성의 국방의무를 두고 정책을 내놓은 대선주자는 없다. 다들 여성의 표심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다.

 

굳이 해법을 내놓은 쪽을 찾자면 보수진영이다. 대표적으로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는 모병제를 통해서 국방의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일반 사병이 없어진다면, 여성 징병 논란도 사라질 수 있다.

 

남경필 지사는 모병제에서 병역비리는 없고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지 않는다. 국민통합을 해칠 일도 없다면서 모병제가 도입되면 누구나 자유의사에 따라 입대여부를 결정하고 가진 것 없는 사람에게 군에 가지 않을 자유가 생긴다고 말한다. 다만, 남 지사는 모병제에 대해 성평등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진보진영에 있는 문재인 전 대표는 군복무 단축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러한 공약이 표를 위한 공약이라면서 비판하고 나서며 뚜렷한 공약을 내세우진 못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선택적 모병제로 군복무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진보진영의 주된 표밭인 20~30대 남성들 사이에선 이들을 두고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진보진영에서 군문제를 두고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군복무의 성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젊은 층이 많이 분포돼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벌써 문 전 대표에 대해 표이탈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 313일 남인순 의원이 문재인 대선캠프의 여성본부장으로 임명되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커지고 있다. 남 의원은 대표적인 여성운동가로서 군가산점에 대해 반대하는 TV토론에 나서는 등 그간 군문제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었다.

 

남인순 의원의 영입과 동시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문재인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던 김경수 의원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상 지지율의 변화나 이탈은 없다라고 말해 논란이 가중됐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직접 커뮤니티에 글을 남기면서 특별한 지지율 변화는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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