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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만 남은 ‘동양사태’ 2년

회사는 살렸지만 피해자 대책은 없어 ‘논란’

임수진 기자 l 기사입력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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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이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부실 회사채 및 CP를 발행해 약 5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동양사태’에 대한 판결이다. 일각에선 임직원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자살까지 했는데 현 회장의 형량이 너무 적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동양사태로 그룹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기업회생절차를 마친 일부는 비싼 몸값을 받고 팔렸으며, ㈜동양은 채무를 모두 조기변제해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편집자주> 


부실기업 떠안겠다고 욕심 부려 서민 돈 뜯어낸 동양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징역 7년 대법원 판결 확정

    

동양시멘트·동양매직·동양파워 등 비싼 가격에 매각 성공

회사는 몸값 뛰는데 피해자 대책 하나 없어 “억울하다”

▲ 동양사태가 발생한지 2년이 흘렀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징역 7년을 확정 받았고 피해자들은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주간현대

 

[주간현대=임수진 기자] 사기성 CP 발행으로 수만 명에 이르는 피해자가 발생하고 전현직 직원들이 자살까지 선택했던 ‘동양사태’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대법원에서 징역 7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룹 계열사들은 비싼 몸값에 팔렸으며 ㈜동양은 채무를 모두 변제하고 법정관리 졸업을 코앞에 두고 있다.  

    

동양사태 판결은

    

사기성 CP와 회사채를 발행한 ‘동양사태’로 일반 투자자 4만여 명에게 피해를 준 혐의를 받고 있는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이 징역 7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현 전 회장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1조3000억원대 부실 계열사 CP 및 부당 회사채를 발행해 막대한 손실을 끼친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 기소됐다. 이후 지난해 10월 1심에서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고, 올해 5월 2심에서는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아 징역 7년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1심에서 2013년 2월부터 9월까지 동양그룹이 발행한 CP와 회사채 모두를 사기죄로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구조조정에 실패하고 회사의 재무적 상황이 좋지 않다고 CP를 사기 발행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1차 구조조정이 있었던 2013년 8월 중순 이전의 CP 발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2심에서 인정된 CP와 회사채 발행 금액은 1708억원이다. 현 회장과 함께 기소된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은 징역 2년 6월,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셔널 대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는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현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2~9월 동양그룹 경영진들과 공모해 상환능력이 없는 1조3000억원 상당의 CP와 회사채를 판매, 개인투자자 4만여 명에게 1조3000억원대 피해를 끼쳤다. 또한 현 회장 등 경영진은 결제능력이 없는 계열사가 발행한 어음 6000억원 상당을 다른 계열사에 매입하게 하는 등 부당지원을 통한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해당 어음은 전액 미상환되며 상장사인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의 동반 부도를 초래했다. 

 

지난해 1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현 전 회장은 이에 항소, 6개월간 항소심 재판을 받았고 거듭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4월17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하고 개인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음에도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피해 회복 노력을 하지 않아 무거운 책임을 지워야 한다”며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지난 5월22일 현 회장은 항소심 판결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됐다. 앞서 1심의 징역 12년은 2000년대 이후 기소된 재벌 회장 중에 가장 높은 형량이었으나 항소심에서 5년이나 형량이 줄어들게 됐다.

 

이혜경 전 부회장은 동양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미술품 41점과 고가구 17점을 서미갤러리 창고로 옮긴 혐의로 지난해 10월 불구속 기소,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또한 그녀는 지난 1월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와 투기자본감시센터로부터 배임혐의로 고발됐다. 협의회는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부회장이 2009년 라테라스 건설사업에 대한 부당한 지원을 주도해 배임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라테라스 건설사업은 지난 2009년 서울 삼성동 라테라스 건물 건설 당시 동양이 시행사를 맡고 서림씨앤디(현 제이엘컴퍼니)가 시공사를 맡은 사업이다. 협의회는 이 과정에서 동양이 서림씨앤디에 160억 원을 부당지원했으며 채무면제까지 해주었다며 이 전 부회장을 고발했다.

 

현 전 회장과 경영진이 꾸몄던 동양사태로 임직원 3명은 기업어음 부실판매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큰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자살을 선택했다. 2013년 10월 제주도 제주시 동양증권 제주지점에 근무하는 40대 여직원은 유서를 통해 개인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보상을 요구하며 목숨을 끊었다. 그녀는 유서를 통해 “(현재현) 회장님 개인고객들에 이럴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고객님들에게 전부 상환해주세요. 이런 일이 생겨서 정말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네요”라고 말했다.   

 

또한 2013년 11월 동양증권 금융센터 인천본부 소속 30대 남자 직원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이번에는 너무 큰 사고를 쳐서 감당할 수 없어요. 못난 아들이 더는 속 썩이기 싫어 못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2014년 1월에는 동양그룹 계열사 전 대표까지 자살했다. 숨진 전 계열사 대표는 동양생명과학의 전신인 금진생명과학을 설립했고,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 전 회장과 부인 이 전 부회장에 의해 영입됐다. 그는 동양사태의 핵심인 사기성 회사채·CP 발행을 승인한 인물로 거론돼 심한 압박에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IMF 외환위기 직후 대우채 사태로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은 5000억원에 달하는 고객 손실을 보전하게 됐다. 현 회장은 동양증권을 정리하는 대신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 동양증권을 지키고자 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건설 경기가 악화되어 주력 계열사 시멘트와 레미콘 사업에서 수천억원대 적자가 났다.

 

계열사 구조조정이 더디게 이루어진 것도 기업부실을 초래했다. 지난 2012년 말 동양그룹은 레미콘 및 가전부문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성사되지 못했다. 특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동양매직·동양네트웍스 등까지 잇따라 매각에 실패하고 말았다. 여기에 동양그룹이 고금리 회사채와 CP를 팔며 부채를 돌려 막아온 것이 화를 더한 것이다.

    

동양그룹 향후는

    

지난 10월20일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윤준 수석부장판사)는 주식회사 동양이 회생채권 중 미변제 잔액 1779억원을 변제했고 사실상 모든 채무를 갚았다고 밝혔다. 동양은 출자전환 주식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회생채권자에 대한 실질 변제율이 118%에 달한다.

 

또 법원은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동양의 인수합병(M&A)설은 사실이 아니며 현재 M&A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동양은 보유하고 있던 동양매직, 동양파워, 동양시멘트의 주식을 높은 가격에 매각했다. 동양은 지난해 동양매직 지분 100%를 2798억원에 매각하고, 동양파워(19.99%)를 862억원에 매각했다. 또 올해에는 동양시멘트(54.96%) 매각으로 8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 수혈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약 4141억원을 조기 변제하고 남아있던 약 2930억원도 변제해 사실상 대부분의 채무를 일찍 갚았다.

 

이와 관련해 법원 관계자는 “회생신청 당시 3만7000명가량의 대규모 채권자를 피해자로 만들며 파산까지 우려된 동양이 극적인 반전을 통해 실질변제율 100%를 초과 달성한 것은 국내 회생절차의 전무후무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동양의 법정관리 졸업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기업들이 지분매입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파인트리자산운용이 동양 지분 6.27%를 보유하고 있다. 파인트리자산운용은 지난 9월17일과 10월14, 16, 20일 등 네 차례에 걸쳐 총 1489만1473주를 장내매입했다. 이로써 파인트리자산운용은 지난달 최대주주에 오른 유진그룹과 지분율이 불과 0.8%p밖에 차이가 나지 않게 됐다.

 

앞서 지난 9월3일에는 유진기업과 유진투자증권이 동양 지분 5.67%를 취득했으며 추가 취득을 통해 지분율을 7.05%까지 끌어올려 최대주주가 됐다. 업계에서는 유진그룹과 파인트리운용 외 주요주주는 동양레저가 유일해 동양을 ‘실질적 주인이 없는 회사’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계열사 매각, 채무 변제 등 좋은 기류에 앞으로도 동양에 투자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양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380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193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동양사태 피해자들은

    

회사도 살리고 법원 판결도 끝이 났지만 문제는 동양사태 피해자들이다. 항소심 당시 현 전 회장의 형량이 대폭 줄어들자 피해자 180여 명은 재판부에 강력히 항의하며 오열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법원이 고통 속 피해자보다 재벌총수에게 관대한 결정을 내렸다”며 “동양증권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 8월에는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와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이 서울 을지로 유안타증권 본사 앞에서 유안타증권 해체와 금융사기 피해배상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펼쳤다. 이들은 “지난 4월 서울고등법원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정진석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사장에게 징역 7년과 2년 6개월을 선고했다”며 “당시 2심 재판부는 현 회장이 부도가 날 것을 알면서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발행한 2013년 8월 20일 이후는 사기죄가 인정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2013년 8월 이전부터 금융소비자를 속이기 위해 회계조작을 한 사실이 드러났고, 오직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구입한 개인 금융소비자들에게 차입한 것으로 동양그룹을 운영했다”며 “사기죄 성립이 되는 이 시점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들은 2심 재판부의 잘못된 판결을 고스란히 인정하더라도, 유안타증권은 정상적인 금융회사가 아닌 사기범죄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간판만 유안타증권으로 바꿔 영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올해 2분기에는 순이익 175억원의 흑자전환을 했다”며 “반면 금융사기를 당한 5만여 명의 피해자들의 고통은 철저히 외면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협의회는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책임을 묻기 위한 손해배상 첫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동양채권자협의회는 “금융당국이 동양사태 발생 전인 지난 2008년부터 동양증권이 판매했던 투기등급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의 불완전판매 정황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은 1인당 100만원이며 소송에 참여한 동양사태 피해자는 415명이다.

 

협의회의 법률 대리인인 김학성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는“현행법상 피해자들이 피해금액 전부를 청구할 수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집단소송 등을 고려해 1인당 100만원으로 책정한 것”이라며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청구액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회사채 및 CP 판매에 관여했던 동양증권 직원 개개인에 대해서도 형사 고소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jjin23@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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