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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개발·재건축 공사비 갈등 확산일로

강남에서 노원까지 재건축 공사비 문제로 ‘몸살’

인터넷뉴스팀 l 기사입력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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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사업장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금리에 건설 원자잿값과 인건비 급등으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해지면서 건설사와 조합 간의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월 26일 서울 반포주공1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공사비를 기존 2조6363억 원에서 4조775억 원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기존 3.3㎡당 548만 원에서 829만 원으로 4년 만에 약 57% 급등했다. 기존 46개 동, 5440가구에서 50개 동, 5002가구로 설계를 변경하고, 공사 기간이 34개월에서 44개월로 10개월 늘어난다.

 


 

건설업계 “자잿값 인상에 증액 불가피”···조합·시공사 갈등에 공사비 소송까지

대조1구역, 일정 연기에 조합장 해임···잠실 진주아파트 조합, 공사비 인상 부결

 

▲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재건축현장 모습.  

 

서울 서초구 신반포22차는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공사비를 3.3㎡당 1300만 원 선에서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 협의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시공사 선정 당시 공사비가 3.3㎡당 약 500만 원으로 책정됐지만,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7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공사비를 두고 협의 중이다.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는 재건축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공사비 인상을 두 차례 요구했다. 2021년 평당 510만 원에서 665만 원으로 한 차례 인상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원자잿값 인상, 설계변경, 문화재 발굴 등을 이유로 평당 890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이 금액으론 공사 못 한다” 

 

최근 청천2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인 DL이앤씨는 최근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DL이앤씨는 지난 2020년 7월 착공 당시보다 공사비가 1645억 원이나 늘어나 이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합 측은 도급계약서에 명시된 ‘착공 이후 물가변동은 반영하지 않는다’는 특약이 유효하다고 맞서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신청한 건수는 이 제도가 도입된 2019년 3건에서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0건으로 점차 증가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와 노무, 장비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153.26으로, 3년 전보다 25.8%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12.3%)의 2배를 넘는다. 또 건설업 종사자 평균 임금은 2020년 4.7%, 2021년 3.9%, 2022년 5.5%, 지난해 6.7%씩 올라 매년 상승 폭이 키우고 있다.

 

시공사를 구하지 못한 일부 조합은 공사비를 증액하고 있다. 서울 중구 신당9구역 재개발 사업은 공사비를 3.3㎡당 742만 원에서 840만 원으로 올렸지만, 이미 3차례 유찰됐다. 또 송파구 잠실우성4차 재건축조합은 최근 2차 입찰까지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공사비를 기존 760만 원에서 810만 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한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신청한 건수는 이 제도가 도입된 2019년 3건에서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0건으로 점차 증가했다.

 

현재 지자체가 나서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을 중재하고 있지만, 행정 처분에 대한 권한이 없다. 또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강제 권한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조합과 건설사 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원자잿값 급등으로 공사 원가가 상승했지만, 분양가상한제로 정비사업 수입은 제한된 상황”이라며 “원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시공사와 이런 요구를 인정할 수 없는 조합 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조합과 건설사 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사비에 대한 검증 등 정부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건설 원자잿값 등 건축 과정에서 상승한 비용이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제2 둔촌동 사태’ 우려

 

이렇듯 전국 곳곳의 도시정비 사업장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의 공사비 갈등이 격화되면서 과거 둔촌주공의 사례처럼 분양이 지연되는 사업장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분양 일정이 계속 밀리면 주택 공급 물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빠른 중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조합은 지난 2월 15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장, 감사, 상근이사, 이사 등을 해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최고 25층, 28개동, 총 2451가구 규모의 대단지를 짓는 대조1구역은 당초 지난해 5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8월께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분양이 6개월째 밀리면서 사업비와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조합 내에서 조합장 부정선거 의혹 등을 둘러싸고 소송전이 계속되면서 일반분양이 미뤄지고, 1800억 원 상당의 공사비 지급이 계속 밀리자 결국 올해부터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조합 내에서는 집행부 전원을 해임하고 조합원 10% 동의를 확보해 새 조합장을 선출할 전망이다. 그러나 새 집행부 선임을 위해서는 최대 3개월의 시간이 필요해 일정은 또다시 밀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 역시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진주아파트 조합은 지난해 12월 임시총회를 열고 총 공사비를 기존 7947억 원에서 1조4492억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조합원 과반수 반대로 부결됐다.

 

총 2678가구 규모 신축단지를 짓는 해당 사업지는 사업계획대로였으면 지난해 분양을 진행하고 오는 2025년 상반기 중 준공될 예정이었으나, 공사비 인상·공사일정 연장 갈등으로 분양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해당 사업지는 이미 한 차례 공사가 중단된 바 있어 이번 공사비 갈등의 여파는 더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잠실진주아파트는 2015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2019년 거주민들의 이주를 완료하고 2020년 12월부터 본격적인 철거와 착공이 진행됐다. 그러나 2021년 재건축 사업 부지에서 백제 주거지 흔적이 발견돼 공사가 일시 중단됐고, 1년간의 협의 끝에 가까스로 공사를 재개했지만 이번에는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노원구 최대의 정비사업지로 꼽히던 ‘상계주공5단지’에서는 추가분담금에 대한 부담으로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상계주공5단지 소유주들은 지난해 재건축 예상 공사비를 바탕으로 분담금을 추산한 결과 84㎡ 재건축 아파트를 받으려면 분담금이 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를 추진했다. 이는 최근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인 5억 원대와 동일한 가격이었다.

 

이에 따라 상계주공5단지 소유주들은 지난해 11월 전체 회의를 열어 시공사인 GS건설과의 시공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하고, 정비사업위원회 위원장·위원에 대한 해임안건도 통과시켰다. 이에 GS건설은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시행사와 정비사업위원장을 상대로 6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자잿값 인상 및 고금리 상황으로 인해 전국 어느 사업장이든 공사비가 실시간으로 계속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부터 새로운 시공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찾더라도 전보다 공사비를 더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공사비 문제로 사업 기간이 늘어나면 분양가 산정, 입주자 모집공고 등 모든 일반분양 일정도 연기되고, 이는 결국 전체 공급량 감소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분양 물량은 지난해보다 8753가구 줄어든 5만9850가구로,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갈등 해결을 위해 관계기관과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전대로라면 계약당사자들 간의 합의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지만 향후 체결되는 정비사업의 공사계약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1·10 대책 중 ‘지자체 도시분쟁조정위의 조정에 확정판결과 동일한 재판상 화해효력을 부여하는 것’이란 조항이 있는데, 이 부분은 소송 및 분쟁으로 인한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발표한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 역시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이기에 한계는 분명히 있겠지만, 지자체의 유도 등으로 표준공사계약서를 사용하는 정비사업장이 하나둘 늘어나면 추후 실무적으로 정착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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