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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즌 연속 ‘판틴’ 역할, 조정은 감회만발 인터뷰

“가장 비참한 ‘판틴의 드라마’ 전한 건 행운”

인터넷뉴스팀 l 기사입력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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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속 깨지고 짓밟히는 캐릭터 3연속 소화 “이번이 마지막”

“10년이란 세월 흐르고 배우 경험 쌓여···판틴의 마음 더욱 와닿았다”

 

▲ 뮤지컬 배우 조정은.  

 

“아마 조정은의 ‘판틴’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판틴을 연기할 수 있어서 정말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판틴’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가장 비참한 캐릭터다. 사랑했던 남자에게 버려졌다. 딸 코제트를 위해 취직한 공장에서는 공장장에게 희롱당하고, 다른 여공들에게까지 괴롭힘을 받는다. 끝내 억울하게 해고된 후에는 코제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생니를, 몸을 판다. 돌아온 건 아무것도 없었다. 끝내 건강까지 잃고 딸을 보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최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만난 뮤지컬 배우 조정은(44)은 자신이 연기하는 ‘판틴’ 역할에 대해 “사실 내 나이대의 성인 여성이 보면 어처구니없고, 답답한 캐릭터”라며 “하지만 판틴은 순진하고 순수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세상 속에 살아가며 어떻게 깨지고 짓밟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판틴이 좋아한 남자는 훌륭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실 판틴을 좋아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런데 판틴은 노래한다. ‘그 남자가 다시 돌아와 함께 하자 한다면’이라고.”

 

어린 시절 조정은은 ‘판틴’이 아닌 ‘에포닌’을 동경했다. 코제트가 맡겨진 여관 주인 테나르디에 부부의 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 응석받이로 자랐지만 거리를 떠돌고, 마리우스 퐁메르시를 만나 사랑에 빠진 후 그를 대신해 죽는 캐릭터다.

 

“<레미제라블>은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었고, 중·고등학생 때부터 에포닌이 좋았다. 초연 때 막연하게 에포닌을 연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미 에포닌을 맡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다. 판틴 역할 제의를 받고 오디션에 참여했고, 나 혼자 ‘원 캐스트’로 1년을 무대에 올랐다. 그때는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절대 피해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조정은은 2013년 <레미제라블> 초연 당시 ‘완벽한 판틴’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특유의 청아한 목소리와 섬세한 표현력으로 판틴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후 2015년 재연, 이번 3연까지 ‘판틴’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조정은은 “세 시즌 연속으로 판틴 역할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판틴이라는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판틴은 초반 20분 가량 등장하지만 작품의 서사에서 핵심적인 인물이다. 특히 판틴이 공장에서 쫓겨난 후 부르는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은 그녀의 삶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조정은은 “판틴이 등장하는 시간이 15~20분 가량인데 그 안에 그녀의 기승전결을 전달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관객들이 이 드라마를 시작으로 <레미제라블> 전체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최선을 다한다”고 밝혔다.

 

조정은의 ‘판틴’은 매 시즌 성숙해지고 있다. 조정은은 “초연 때는 ‘원 캐스트로’ 1년간 무대에 올랐는데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절대 피해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며 “재연 때는 ’더블 캐스트‘라 초연 때보다는 여유가 생겼고, 이번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아쉬움 없이 연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가사 하나하나를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관객들의 느낌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판틴은 <아이 드림드 어 드림> 넘버 하나에 너무 많은 드라마가 있으니까 그 안에서 ‘판틴의 드라마’를 최대한 온전하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배우로 경험도 쌓았다. 초연 때는 알고 하지 못했던 대사들, 코제트에 대한 판틴의 마음들이 더 가까이 와닿았다. 음악만 듣고도 눈물이 날 정도로.”

 

조정은은 음악과 드라마가 어우러지는 게 좋아 뮤지컬에 빠져들었다. 2001년 서울예술단 앙상블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고, 이듬해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이름을 알렸다. <지킬 앤 하이드> <피맛골 연가> <드라큘라> <엘리자벳> <몬테크리스토> 등에서 활약하며 24년째 뮤지컬 무대를 지키고 있다.

 

고민에 휩싸였던 시기도 있었다. ‘내게 배우로서의 재능이 있는가’ ‘배우를 계속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6개월을 쉬었다. 그리고 ‘배우를 하고 싶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다시 복귀한 작품이 <드라큘라> 초연이었다.

 

“대사 한 마디를 할 때도 분명히 알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출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언쟁도 했다. 가끔 분위기가 안 좋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고민을 하고 나니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돼. 하지만 알고 해야겠어’라는 마음이 커졌다.”

 

조정은은 “자연스러운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김혜자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뭔가 안 풀릴 때 버스 광고에서라도 그 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배우로 기억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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